[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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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워리어

김창길 2013. 7. 17. 13:40

 

갑판원 차콜(베트남) 대원이 소형 보트를 타고 먼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레인보우 워리어3호는 다섯개의 돛을 펼치고 남해 해상을 항해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대원들이 레인보우 워리어3호를 타고 지난 7월 5일 인천항을 통해 입국했다. 7일 인천항을 출발해 10일 부산항에 도착하는 레인보우 워리어3호의 항해 여정에 편승했다.

 

 

선장 펩(스페인, 왼쪽)과 이등 항해사 페르난도가 남해상에서 배의 진행방향을 살피고 있다. 목각 돌고래는 레인보우 워리어2호에서 가져온 것.

 

 

지구가 병들어 죽어가는 날이 온다. 이때 지구를 구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을지니... 이들은 무지게 전사(Rainbow Warrior)라 불릴 것이다.”

 

1971년 그린피스의 첫 대원들은 미국 핵실험을 반대하기 위해 첫 항해를 떠났다. 핵실험 장소인 암치트카 섬으로 향하는 길에 언론인 출신 헌터 대원이 한 방랑자에게 받았다는 책 한권을 내놓는다. ‘윌리엄 월로야빈스 브라운이 쓴 무지개의 전사들이라는 책에는 200년 전의 예언이 실려있었다. ‘불의 눈이라는 이름의 원주민 여인의 예언이다.

 

자원 고갈, 검은 바다, 오염된 호수, 길에 죽어가는 사슴들로 지구가 황폐해질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원주민들이 그들의 정신력을 회복해 백인들에게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가르치고, 백인들과 함께 협력하여 무지개의 전사가 되어야 한다.”

 

대원들은 책의 내용에 감동했고, 1978년 자신들의 배를 레인보우 워리어라 명명했다.

 

 

 

 

레인보우 워리어3호가 다섯 개의 돛을 펼치고 남해상을 달리고 있다. 

 

 

1978년 첫 출항해 세계 곳곳을 누비며 환경감시활동을 펼치던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1985710일 침몰됐다. 프랑스의 핵실험을 규탄하기 위해 모루로아 섬으로 향하던 중, 프랑스 정보당국에 의해 기관실이 폭파됐던 것. 선장의 지시에 따라 모든 대원들은 대피했지만 사진작가 한 명이 침몰하는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선내에 있던 카메라를 꺼내오려다 배와 함께 침몰했다.

 

비극적인 1985년 레인보우 워리어호 침몰 사건은 그린피스를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레인보우 워리어호 침몰 사건 4년 후인 1989년 그린피스는 레인보우 워리어2호를 진수시켰다. 레인보우 워리어2호는 끝까지 프랑스의 핵실험을 규탄했고, 프랑스는 끝내 그린피스에게 항복해 영국, 미국, 러시아 등과 함께 핵실험 금지국을 선언했다.

 

 

 

 

 

레인보우 워리어3호 메스룸(식당칸)에 걸린 전세계 지도에는 그린피스가 운행하는 3척의 배 위치가 표시돼 있다. 북극의 일출이란 뜻의 쇄빙선 '아틱선라이즈'는 남극과 북극을 운행하며 환경파괴현장을 감시하고, 희망을 의미하는 '에스페란자'호는 주로 돌고래 보호활동을 한다. 레인보우 워리어3호는 핵관련 캠페인에 집중하고 있다. 

 

 

 

 

 

전세계를 누비며 핵 반대 캠페인을 벌이던 레인보우 워리어2호는 2005년 부산과 울산 등을 방문해 고래잡이 반대 운동도 펼쳤다. ‘바다 구하기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2011년 부산을 방문했던 레인보우 워리어2호는 때마침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져 일본으로 건너가기도 했다. 22년간 세계 곳곳에서 누비던 레인보우 워리어2호는 노후화로 인해 지난 2011년 방글라데시 NGO에 기증돼 병원연락선으로 활용돼고 있다.

 

 

 

 

통신실에서 그린피스 대원들이 세계 각 지국의 소식을 확인하고 있다.

 

 

 

201110월 독일에서 진수된 레인보우 워리어3호는 전세계 10만 여명의 후원을 받아 그린피스가 직접 디자인했다. 국제환경단체답게 배의 기본적인 컨셉은 환경친화성을 강조했다. 기름때가 묻은 멜빵 바지를 입은 엔진룸의 기관장 에릭(네덜란드)가 기계실을 보여줬다.

 

레인보우 워리어3호는 기상 상황에 따라 풍력, 전기, 디젤엔진을 가동합니다. 국제해사기구로부터 그린 패스포트도 받았습니다. ‘그린 패스포트는 유해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선박의 인증서입니다.”

 

인천항을 출발한 레인보우 워리어3호가 왜 34일의 긴 일정으로 부산에 가는지 기관장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됐다.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하는 것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그린피스에게는 중요한 요소였다.

 

 

 

 

갑판장 조지아(미국, 오른쪽)와 갑판원 로소(이탈리아)가 돛을 펼치고 있다.

 

 

오후 5. 그린피스 대원들의 일상 업무가 끝났다. 항해 필수 요원만 남긴 채, 대원들이 선상 헬기착륙장에 모였다. 록음악이 흘러 나왔다. 기관장 에릭(네덜란드)의 주도 아래 대원들은 체력단련에 들어갔다. 팔굽혀펴기, 제자리 뛰기, 덤벨, 철봉 등을 반복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해야하는 대원들이 스트래스를 풀기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했다.

 

 

 

헬기 이착률장인 헬리덱에서 대원들이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그린피스 대원들은 극도의 보안 속에서 캠페인을 계획한다. 이른바 '액션팀'은 같은 그린피스 대원들에게도 캠페인 계획을 누설하지 않는다. 레인보우 워리어3호에 동승하며 이번 캠페인에 대한 작은 정보라도 알려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원들은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정확한건 자신들도 알 수 없으며, 일단 액션이 시작된 후에야 알수 있단다.

 

항해 3일째 오전, 그린피스 언론담당관이 웃으며 기자들을 찾았다. 부산에서 액션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린피스 활동가 4명이 부산 광안대교에 올라 핵반대 현수막을 펼쳤고, 레인보우 워리어3호도 내일이면 광안대교에 도착해 활동가들을 응원할 것이라고.... 레인보우 워리어3호에서 펼쳐지는 액션을 기대했던 기자들은 시무룩해졌다.

 

 

해가 진 후, 펩 선장이 항해지도를 살피고 있다.

 

 

항해 마지막 날, 부산 앞바다에 도착한 레인보우 워리어3호는 광안대교에 가까이 가지 못했다. 부표가 너무 많아 항해가 위험했기 때문. 펩 선장은 소형 보트 '모르페우스'의 출격을 명령했다.

1등 항해사 헤티(네덜란드)가 모르페우스를 진수시켰다. 갑판장 조지아와 기관장 에릭(네덜란드)는 광안대교를 향해 달렸다. 거친 물보라를 일으키며 광안대교에 도착한 대원들은 한국 해양경찰선을 만났다. 당황할 줄 알았더나 기관장 에릭은 천연덕스럽게 엄지 손가락을 올리며 해양경찰에게 인사했다. 외국인이 탄 소형보트를 만난 해양경찰들도 어안이 벙벙해 어색한 웃음만 지었다.

 

 

 

갑판장 조지아(왼쪽)와 기관장 에릭이 광안대교 아래를 질주하고 있다.

 

 

전날, 광안대교에 오른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한국인 1명이 포함된 산악 전문가였다. 1주일을 버틸 생각으로 전문 장비를 갖춘 대원들은 거센 바닷 바람을 맞으며 1박을 했지만, 레인보우 워리어3호에서 급파한 모피어스호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린피스의 활동 중 중요한 것은 사진 등 영상을 통해 그들의 액션을 알리는 것. 조지아와 에릭은 원하는 지점을 말하라며 광안대교 아래를 맴돌았다.

 

 

그린피스 활동가 4명이 광안대교에서 핵반대 액션을 펼치고 있다.

 

광안대교 응원을 마치고 레인보우 워리어3호는 부산항에 입항해 선내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고리원전의 방재대책은 실효성이 없다며 실질적인 방재대책을 마련하라는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그린피스 대원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대원들은 기자들이 멀미가 심해서 많은 이야기를 못 나누었다고 아쉬워했다. 기자들은 광안대교 액션이 반향을 일으켜 활동가들이 어서 안전한 땅으로 내려오기를 빌었다.

 

 

레인보우 워리어3호 대원들.

 

 

2013.7.7-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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