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제일 많이 사진 찍힌 헛간

- 마이클 케나 저작권 논쟁의 연장

 

 

 

영국 사진가 마이클 케나와 대한항공의 솔섬사진 저작권 논쟁(http://photonote.khan.kr/66) 끝부분에 소개한 미국 작가 돈 드릴로(Don DeLillo)’의 소설 화이트 노이즈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한다.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돈 드릴로는 매스미디어와 테크놀로지에 의해 현실과 가상이 모호해진 포스트모던한 미국의 사회상을 소설을 통해 풀어냈다. 대중매체와 각종 상업광고에서 흘러나오는 하얀 소음(Wihte Noise)’에 파묻혀 사는 대중들이 묘사된다.

 

소설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진 찍힌 헛간(the most photographed barn)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토마스 알마 몰튼(Thomas Alma Moulton)과 그의 아들이 1912년부터 45년까지 살았던 그랜드 테턴 국립공원(the Grand Tetons National Park) 근처의 집으로 몰튼 헛간(T.A. Moulton Barn)이라 불린다. 헛간 뒤로는 광활한 테톤 산맥이 펼쳐진다.

 

 

 

 

 

며칠 후, 머레이는 내게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진 찍힌 헛간 같은 관광명소를 물어왔다. 우리는 22마일을 운전해 파망턴 근처로 갔다. 그곳에는 사과 과수원이 있었다. 하얀 담장이 넘실거리는 들판을 따라 둘러져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진 찍힌 헛간이란 간판이 나타났다. 우리는 그 헛간에 도착할 때까지 모두 5개의 간판을 봤다. 임시 주차장에는 차 40대와 관광버스가 있었다. 우리는 소들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사진 찍기에 좋은, 조금 높은 곳으로 걸어갔다. 모든 사람들이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삼각대, 망원 렌즈, 필터 세트도 갖추고 있었다. 부스에서는 한 사람이 엽서와 슬라이드, 그곳에서 찍은 헛간 사진을 팔고 있었다. 우리는 작은 숲 근처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머레이는 작은 공책에 무언가를 흘려 쓰며 오래도록 침묵했다.

아무도 헛간을 보지 않아.”

그가 마침내 이야기했다. 또 긴 침묵이 따랐다.

일단 헛간을 광고한 간판을 보고 나면, 헛간을 보기는 어려워.”

그는 또 다시 말이 없어졌다.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언덕을 떠났고, 그곳은 또 다른 사람들로 채워졌다.

우리는 이미지를 갖기 위해서 여기에 온 게 아니야. 우리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온거야. 모든 사진은 분위기를 강화하지(Every photograph reinforces the aura). , 그걸 느낄 수 있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의 축적을.”

더 오랜 침묵이 있었다. 부스에 있는 사람은 여전히 엽서와 슬라이드를 팔고 있었다.

여기에 있는 것은 영혼을 내주는 것 같은 느낌이야.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만 보고 있어. 과거 이곳에 왔었던, 그리고 미래에 이곳에 올 수천명의 사람들 말이야. 우리는 집합적 인식의 일부가 되는 것에 동의한거지. 이것은 말 그대로 우리의 시각을 정의해. 어떤 면에서 모든 관광처럼 종교적인 경험이야.”

또 한 번 침묵이 생겼다.

그들은 사진을 찍는 사진을 찍고 있어.”

그가 말했다. 우리는 끊임없는 셔터 소리와 필름 돌리는 소리를 들었다.

사진 찍히기 이전의 이 헛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가 말했다.

어떻게 생겼고, 다른 헛간과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닮았을까? 우리는 간판과 사진 찍는 사람들을 봐 버렸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어. 우리는 분위기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우리는 분위기의 일부야. 우리는 여기에, 지금 있는 거야.”

 

 

 

 

 

 

 

 

소설에서는 먼저 헛간 사진을 봤다면 실재의 헛간을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사진가들의 머리 속에는 이미 헛간 사진의 이미지가 있다. 다르게 보기에 익숙하지 못한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제아무리 다른 촬영기법으로 헛간을 찍어본들 이미 찍힌 헛간의 아우라를 강화시켜주는 사진만(Every photograph reinforces the aura) 찍을 뿐이다.

 

아내에게 마이클 케나와 헤르메스의 솔섬 사진을 보여주었다. 두 사진이 어떠냐고? 아내의 대답은 법정에서 발언한 마이클 케나의 대답과 비슷했다.

하나는 흑백이고 다른 건 컬러일 뿐이잖아.”

내 눈에는 두 사진은 다른 사진이었다. 하지만 심각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두 사진은 비슷한 사진이다. 헤르메스의 사진은 마이클 케나의 솔섬 사진의 아우라를 강화시켜줄 뿐이다. 그리고 그 강화된 아우라를 대한항공이 TV광고에 사용했다. 마이클 케나는 솔섬의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솔섬에 대한 아우라를 지적하는듯하다 

 

솔섬의 위치를 인터넷으로 뒤적이다 한 블로거가 변해버린 솔섬 풍경에 실망하는 글을 보았다. 솔섬 주변의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풍경을 다 망쳐놓았다고. 만약, 헤르메스가 LNG생산기지 건설로 바뀌어버린 솔섬을 찍었다면 아마 그 사진은 전혀 다른 사진이었을 것이다. 더 훌륭한 사진을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진 찍힌 헛간을 바라보는 사진가들의 시선도 이와 비슷하다. 구글에서 검색한 한 아마추어 사진가의 대목을 소개한다.

 

 

 

 

 

 

Last week I attended a photography workshop in Idaho. We spent one day photographing and touring the Grand Tetons and Yellowstone. We went to places that Ansel Adams himself photographed! The fall colors were amazing with bright yellows and oranges. Our first stop was the ‘most photographed Barn in America’. From wikipedia: The T.A. Moulton Barn is all that remains of the homestead built by Thomas Alma Moulton and his sons between about 1912 and 1945. It sits west of the road known as Mormon Row, in an area called Antelope Flats, between the towns of Kelly and Moose. It is near the homestead of Andy Chambers. Country Magazine called the barn “The Most Photographed Barn in America.”[1], due to the dramatic Teton Range rising behind it.

 

사진 워크숍에 참여한 사진가는 옐로우 스톤과 테톤 국립공원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그곳은 근대 풍경사진의 거장 셀 애덤스Ansel Adams(1902-1984)’가 활약하던 곳이다. 사진가가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방문한 곳은 몰튼 헛간이다. 하루라는 짧은 여정 탓도 있겠지만 사진가는 미 서북부의 다양한 모습을 보러간 것이 아니라 앤셀 애덤스의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나 유명 출사지에서 사진 찍는 것은 사진 기술을 연마하는 면에서는 도움이 된다. 사진작가이자 평론가인 진동선씨는 사진철학의 풍경들에서 감각적인 시선을 갖기 위해 처음에는 선망하는 작가의 사진을 모방해보는 것은 좋다고 한다.

 

유명 작가를 모방하는 것은 외국 대학에서 저학년 사진 전공자들에게 적용하는, 감각을 배양하는 유용한 방법이다. 앤설 애덤스, 에드워드 웨스턴, 마이클 케나같은 작가들을 따라 찍어보면 감각을 계발하는 것이다. 물론 감각 배양을 위한 한시적인 학습법이다.’(사진철학의 풍경 page 20)

 

모방은 한시적인 학습법이다. 사진을 찍으려는 이유가 다만 유명한 사진을 따라하기 위함은 아니다. 지금 당신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그곳에서 당신 앞에 있는 오브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타인에게 보여주고자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잘 찍고 못 찍고는 단지 기술이다. 사진을 찍는 이유는 남들과 다르게 보기 위해서다.

 

대학시절미국을 배낭여행하던 도중 들린 뉴욕 현대미술관 외벽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보았다.

See Things Differently!

결국은 소비하라는 이미지에 둘러싸인 우리들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저축하는 일이 아니다.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삶을 사는 것이다. 물론, 나도 제대로 못하는 일이다. 그래도 노력은 해야지.

 

2014.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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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