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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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마장길을 걷다

김창길 2015. 10. 22. 21:10

 

 

말 달리던 길을 걸었다. 제주도 갑마장길이다. 서귀포시 표션면 가시리의 중산간 평원은 조선시대 때 최상급 말을 기르는 목장이었다. 그래서 갑마장(甲馬場)이라 불렀다. 제주도 동남쪽 중산간이다.

 

 

 

 

갑마장길 오른편으로 돌담인 잣성이 이어진다. 갑마장길은 빨간 리본을 따라 걷는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로 길죽하게 뻗어나간다. 해발 200-600m로 한라산과 해안 저지대를 연결하는 제주도의 허리 지역이다. 기생화산인 오름과 화산 숲인 곶자왈이 중산간에 있다. 주변지역에 비해 약간 높은 평지가 펼쳐진 들판인 벵듸도 중산간에 있다.

 

사슴 모양의 큰사슴이 오름 앞 벵듸가 갑마장이다. 조선 선조 때 김만일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기르던 말들을 임금에게 군마로 바쳤다. 명품으로 인정 받아 녹산장이라 부르던 목장은 갑마장이라 불리게 됐다. 김만일은 1,600마리 이상의 말을 진상으로 바치며 헌마공신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큰사슴이오름 앞에서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다. 큰사슴이 오름 앞에는 유채꽃플라자가 있다.

 

 

 

갑마장길은 숲과 오름, 들판을 돈다. 가시리에는 13개의 오름이 있는데, 큰사슴이 오름 등 8개의 오름을 갑마장길에서 만날 수 있다.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따라비 오름도 이곳에 있다. 따라비 오름 정상에 오르면 서쪽으로 한라산을, 북쪽으로는 성불오름, 비치미오름 등 오름 군락도 감상할 수 있다.

 

 

 

 

갑마장길 옆으로 가시천이 흐른다.

 

 

 

말들을 기르던 곳이라 하천이 흐른다.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갑마장길을 따라 가시천이 흐른다. 방목하는 말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쌓은 돌담인 잣성도 오롯이 보존돼 있다. 가시리 마을회관을 시작으로 따라비 오름, 큰사슴이 오름 등을 도는 갑마장길은 약 20km, 7시간 거리다. 좀 길다 싶으면 갑마장을 중심으로 도는 약 10km의 쫄븐 갑마장길을 걸어도 된다. '쫄븐'은 '짧은'의 제주도 사투리다.

 

 

 

 

 

 

 

 

해안길을 주로 도는 올레길이 식상해졌다면 갑마장길을 걸어보자. 제주 중산간의 고요함에 흠뻑 빠져들을 수 있다. 봄에는 유채, 가을에는 억새가 운치를 더한다. 하지만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없으니 생존비품을 미리 준비해야한다.

 

 

 

 

새끼오름

 

 

2015. 10. 갑마장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