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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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땅에 들어선 미술관

김창길 2015. 12. 31. 14:19




검은 땅 위에 미술관이 들어섰다. 1964년부터 38년간 석탄을 캐던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삼척탄좌는 38년만인 2001년 가동을 멈췄다. 그리고 12년 후에 그곳은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삼척탄좌 폐광시설에 들어선 삼탄아트마인이다.





삼탄아트마인은 삼척탄좌(삼탄) 폐광시설에서 예술(아트)를 창조하는 광산(마인)이다.  세계 곳곳에서 예술품을 수집하던 고 김민석 대표가 검은 공장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했다. 그가 수집한 10만여점의 예술품을 전시했고, 작가들을 위한 창작공간도 마련했다. 현대미술도 전시하며 폐광시설을 활용한 기획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삼척탄좌 수직갱도 조차장이다. 광부들은 수직갱도 입구를 지옥의 문이라 불렀다. 지옥의 문에 들어선 광부들은 승강기를 타고 자하로 내려갔다. 50미터 간격으로 뚤려있는 수평갱에 하차한 광부들은 광차를 타고 막장으로 향했다.









지옥의 문에서 나온 광부들은 먼저 석탄가루 덕지덕지 붙은 장화를 세화장에서 씻었다. 광부들의 세화장에 하얀 웨딩드레스가 걸려 있다. 살림이 넉넉하지 않던 시절, 광부들에게 시집가는 새색시들이 공동으로 돌려 입던 드레스다.









광부들의 목욕탕에에 비너스 조각상이 설치돼 있다. 거품에서 탄생했다는 아름다운 여신이 광부들과 함께 목욕하고 있다.
목욕탕은 석탄산업 근로자들에게 중요한 복지시설이었다. 공동 목욕탕이 없던 시절에는 눈만 껌뻑이며 검둥이로 나온 광부들을 식구들도 알아볼 수 없었다. 아무리 씻어내도 남아있는 배꼽의 탄가루는 광부 아내의 배꼽에서도 흘러나왔다. 총각 광부 배꼽의 탄가루는 기생집 아가씨 배꼽에서 흘러 나왔다.








 

작업복 세탁기에서 광부 형상을 한 작업복이 걸어나오고 있다. 세탁기 또한 석탄산업 근로자들에게 큰 복지였다. 세탁기가 없던 시절, 광부들의 아내는 동네 냇가에서 작업복을 빨았다. 광부의 아이들은 원래 시냇물 색깔이 까만줄만 알았다.










광부 경쟁률이 10대 1이던 호시절도 있었다. 동네 개가 만원짜리를 물고 다니고, 운탄업자들이 돈을 삽으로 쓸어담았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하지만 동네에 앰블런스 소리가 울려퍼지면 탄광마을은 숙연해졌다. 오늘은 누구 아빠가 검은 가루에 묻힌 것일까?
막장은 24시간 가동됐다. 갑, 을, 병 3개조로 작업이 진행됐다. 야간 병조에 속한 광부들은 아침 해를 보며 지옥의 문을 나왔다. 삼겹살과 물닭갈비에 소주로 목구멍에 낀 탄가루를 씻어내리던 광부들은 3년만 일하고 떠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그들은 막장을 떠나지 못했다. 씻어낸 줄 알았던 탄가루도 폐속에 달라붙어 진폐증을 남겼다.



1988년 347개에 달했던 전국의 탄광은 현재 5개만 남아있다.


2015. 12. 강원도 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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