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notatrophy.org/main/

 

 

 

어미와 새끼 2대에 걸친 사자의 죽음이 동물애호가들의 공분을 샀다. 아프리카 짐바브웨 ‘국민사자’라 불리던 ‘세실’이 트로피 사냥에 의해 사망한지 2년 만에 아들 ‘산다’도 총에 맞았다. 트로피 사냥은 동물 사체의 일부를(주로 머리와 가죽) 트로피처럼 수집하는 사냥꾼 체험 놀이다. 사냥에 성공한 사냥꾼은 동물의 사체를 앞에 놓고 기념사진도 찍는다. 월척을 낚은 강태공의 인증사진처럼.

 

 

 

세실. https://www.theodysseyonline.com/cecil-lion-death

 

 

 

사냥꾼은 사진가의 도플갱어(또 하나의 자신)다. 카메라를 손에 든 사진가는 좋은 사냥감을 찾기 위해 초원을 누비는 사냥꾼처럼 거리 곳곳을 돌아다닌다. 좋은 사냥감, 즉 괜찮은 장면을 발견한 사진가는 숨을 죽이고 사진기 뷰 파인더를 눈에 댄다. 한쪽 눈을 감은 사냥꾼의 나머지 한쪽 눈은 가늠쇠와 가늠좌를 거쳐 사냥감에 일직선으로 꽂힌다. 사진가의 눈도 뷰파인더를 통해 렌즈의 초점을 피사체에 맞춘다. 조준이 끝나면 사냥꾼은 방아쇠를 당기고, 사진가는 셔터 버튼을 누른다. ‘탕’ 소리를 내며 격발된 총알은 동물의 심장에 꽂힌다. ‘찰칵’하는 소리를 내는 사진가의 사진기는 한 순간을 포착한다.

사냥꾼은 짐승의 고깃덩이와 내장 등을 쓸모에 맞게 해체한다. 실용적인 목적에 사용될 부분들을 제외하고 남은 부분은 하나의 기념물이 된다. 포악했던 사자와 들소의 머리가 박제돼 사냥꾼의 거실에 걸린다. 사냥꾼의 집을 찾은 손님은 짐승들의 머리를 보는 순간 조문객이 된다. ‘저놈 잡기 힘들었겠어요?’라는 물음에 ‘대단한 놈이었지’라며 사냥꾼의 무용담이 펼쳐진다.

야수가 살아있을 때, 사냥꾼은 그 짐승과 교감했다. 야수를 잡기 위해서는 짐승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만 했다. 비록 놈의 생명을 빼앗았지만, 자신을 괴롭혔던 그 훌륭한 야수성을 칭송한다.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힘이 쇠약한 노인은 커다란 청새치와 일대일의 사투를 벌인다. 노인은 자기 자신이 자기가 잡으려고 하는 그 거대한 물고기처럼 바닷물의 세기, 공기의 냄새,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서서히 고삐를 잡아당겼다. 힘에 부쳐 물고기를 놓아주어도 되건만 노인은 이 거대한 물고기의 사체만이라도 부둣가로 가져려고 안간힘을 쓴다. 노인은 소년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내가 끝까지 싸웠노라고.

 

 

I‘M NOT A TROPHY
https://imnotatrophy.org/trophy-hunting/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트로피 사냥은 그저 하나의 오락거리다. 동물과의 교감이 없다. 사냥 가이드의 도움을 받고 즐기는 오프라인 포켓몬 잡기 놀이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아프리카 트로피 사냥 고객의 90%가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미국인이라고 한다. 트로피 사냥꾼들은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주인공인양 방아쇠를 눌러댄다. 짐바브웨 등 합법적인 사냥이 가능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마음껏 총질을 한다. 합법성에 윤리성도 밀려난다. 트로피 사냥꾼들은 전자오락에 등장하는 타깃처럼 짐승을 향해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코인을 더 많이 넣을수록 더 용맹한 맹수들을 잡을 수 있다. 사자 트로피 사냥은 5천만원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I‘M NOT A TROPHY
https://imnotatrophy.org/poaching/

 

 

“I‘M NOT A TROPHY. 난 트로피가 아니다.”

사자의 황금 갈기 갖은 머릿결의 한 여성이 알몸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녀의 몸에는 사자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I‘M NOT A TROPHY
https://imnotatrophy.org/campaign/

 

 

“난 ’난 트로피가 아니야‘(아프리카 야생 동물 보호단체)의 홍보대사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세계적인 슈퍼 모델 ‘카라 델러바인’(Cara Delevingne)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남겼다. 3천만 명의 추종자가 따르는 패션 아이콘이 옷을 벗어 버리고 동물의 그림을 입었다. 사자, 코끼리, 얼룩말, 표범, 고릴라가 그려진 그녀의 몸은 동물보호단체 ‘I’M NOT A TROPHY‘의 첫 번째 아이콘이 됐다. 작곡가이자 미술가이며 사진가인 프랑스 작가 ’아르노 엘리아스‘(Arno Elias)는 지난 2016년 6월 트로피 사냥에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 ’I‘M NOT A TROPHY’를 만들었다. ‘I’M NOT A TROPHY‘ 웹사이트에(https://imnotatrophy.org) 접속하면, 모델 델러바인과 트로피 사냥 인증 사진들을 살펴볼 수 있다. 아르노 엘리아스는 트로피 사냥꾼들의 기념사진에 카라 델러바인의 문신 사진으로 응수한다. 웹사이트 대문에는 포효하는 사자의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https://imnotatrophy.org/

 

 

“I‘M NOT A TROPHY. Earth has lost half of its wildlife in the past 40 years”
“난 트로피가 아니다. 지구는 지난 40년 동안 야생동물의 반을 잃었다.”

Posted by 김창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