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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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큰돌고래 탈출

김창길 2013. 6. 23. 13:55

 

6월 20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항 인근 가두리 양식장에서 제돌이가 야생적응훈련을 받고 있다.

 

 

불법 포획돼 돌고래쇼에 이용됐던 남방큰돌고래 다섯 마리의 모습을 최근 살펴봤다.

 

4년전 불법포획된 후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는 지난 5월 제주도 성산항 가두리 양식장으로 옮겨져 바다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3000만원이 넘는 제돌이 수송 비용은 시민단체들의 모금으로 마련됐다. 어류가 아닌 포유류인 돌고래라서 이송 작업에 수족관이 필요없었지만, 예민한 돌고래의 안전한 수송작업을 위해 안정제를 투입, 무진동 트럭과 항공을 이용해 제돌이는 제주도에 도착했다. 마취제를 투입할 경우 돌고래는 쇼크사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이송작업이었다.

 

제돌이를 돌보던 서울대공원 사육사가 가두리 인근으로 다가가자 제돌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지난 20일 제주도 성상한 가두리 양식장에서 만난 제돌이는 같은 남방큰돌고래인 삼팔이와 춘삼이보다 활발하지 못했다.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제주도에서 불법포획됐던 춘삼이와 삼팔이는 제돌이보다 일찍 상산항 바다에서 적응훈련을 하고 있었던 탓이라 행동이 비교됐다. 주로 양식장 안에서 숨구멍만 밖으로 내밀고 숨쉬며 휴식을 취하던 제돌이는 살아있는 고등어 먹이가 투입돼자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죽은 물고기만 먹던 제돌이가 살아있는 고등어를 추격하며 사냥을 시작했다. 고등어를 한번에 삼키지 않고 물고다니며 장난을 치는 모습도 보였다.

 

 

제돌이, 삼팔이와 춘삼이가 바다 적응훈련을 하고 있는 성산항 가두리 양식장은 직경 30m, 수심 6-7m다. 참치 양식에 사용됐던 가두리 양식장이다.

 

 

제돌이보다 먼저 성산항 양식장에서 적응훈련을 했던 삼팔이와 춘삼이는 제돌이보다 훨씬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제주 퍼시픽 랜드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삼팔이와 춘삼이는 지난 3월 대법원 몰수 판결에 따라 야생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13살로 추정돼는 춘삼이는 지느러미에 해초류를 걸고 장난을 쳤고, 10-12살로 추정된 삼팔이는 가두리로 들어온 거북복을 갖고 놀이를 하고 있었다. 복어가 독성이 있는걸 아는지, 아니면 평소 먹던 물고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삼팔이는 복어를 한입에 삼키지 않고 두시간 동안 공을 치듯, 복어를 코로 받으며 두시간 남짓 장난을 쳤다.  (6월 20일 상황)

 

가두리 안 세마리 돌고래 중 야생성 회복이 가장 빨랐던 삼팔이가 23일 가두리를 빠져 나갔다. 제4호 태풍 '리피'의 영향으로 가두리 그물에 구멍이 났던 것. 삼팔이는 가두리를 빠져나간 뒤 성산항 방파제 인근에서 3-4시간 머물렀으나 출항하는 갈치잡이 배를 따라 성산항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했다. 돌고래는 배를 따라붙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팔이 이탈 후, 그물망을 수선해 제돌이와 춘삼이의 이탈은 막았다. '제돌이 방류를 위한 시민위원회'와 '동물자유연대'는 삼팔이가 탈출하자 선박을 타고 돌고래가 가장 많이 출현하는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과 종달리 등에서 삼팔이를 찾고 있다. (6월 23일 상황)

 

 

삼팔이가 거북복을 코로 받아치자 놀란 복어가 물을 내뿜고 있다. 삼팔이는 가두리 안의 세 마리 돌고래 중 가장 호기심이 강한 개체였다.

 

 

삼팔이가 거북복을 삼키지 않고 꼬리 부분을 살짝 문 채로 장난을 치고 있다.

 

 

삼팔이가 거북복을 코로 받아 치며 춘삼이에게 건내고 있다.

 

 

성산항 가두리 양식장에서 야생적응훈련을 하고 있는 제돌이, 춘삼이는 우선 김녕항 인근의 또다른 가두리 양식장으로 옮겨질 계획이다. 현재의 성산항 가두리는 방파제 안에 있어 자연 그대로의 파도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김녕항 가두리는 사방이 확 트인 바다 한 가운데 설치됐다.

 

 

김녕항 앞바다는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두마리 남방큰돌고래가 살아있는 물고기 사냥 기술을 익히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는 것으로 돌고래 방류 프로젝트에 참가한 연구진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제돌이 춘삼이가 다른 야생의 남방큰돌고래의 무리에 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생 돌고래는 무리생활을 하기 때문에, 야생의 돌고래 무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연안가에서 계속 사람을 찾는으며 또다시 어민 그물망에 걸려든다면 야생 방류 프로젝트가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6월 1일 서울대공원에 있는 복순이가 먹이를 먹기 위해 사육사 앞에서 재롱을 떨고 있다.

 

 

 

제주퍼시픽랜드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5마리의 남방큰돌고래 중, 삼팔이와 춘삼이는 야생 방류 결정이 났지만 태산이와 해순이, 복순이는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많은 나이 탓에 나머지 돌고래는 야생에 적응하기에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것은 아시아 최초다. 때문에 세계동물보호협회와 미국의 환경단체 어스아일랜드인스티튜드, 유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 등 다수의 동물 관련 비정구기구들이 앞다퉈 환연 의사를 밝혔다. 돌고래 방류 프로젝트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다음달 7월 중으로 제주 앞바다에 두 마리의 남방큰돌고래를 방류할 계획이다. 제주의 변화무쌍한 기상 조건 때문에 방류 날짜는 정확지 잡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류 직후에 제돌이, 춘삼이가 먹이 사냥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대비해 방류 직전에 지방층을 축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지난 2010년 3월 서울대공원에서 남방큰돌고래가 돌고래쇼를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지난 2012년 4월 서울대공원 사육사들이 남방큰돌고래 생태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돌고래쇼에 이용돼는 돌고래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지적으로 서울대공원은 돌고래쇼를 생태설명회로 변화시켰다. / 권호욱 기자

 

 

삼팔이, 춘삼이, 제돌이(위부터)가 한 무리를 지으며 성산항 가두리에서 야생 적응을 하고 있다.

 

2013. 6. 20. 제주도 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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