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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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코가 닳아빠진 브레멘 음악대

김창길 2016. 8. 26. 13:44



히히잉! 멍멍! 야아옹! 꼬끼오!

당나귀, , 고양이, 수탉이 멤버인 밴드 이름은?

브레멘 음악대. 그림 형제는 늙고 쇠약해진 하인이나 머슴을 가차 없이 저버리는 지배계급을 풍자하는 동화 브레멘 음악대를 만들었다.




브레멘 음악대 동상. 당나귀 코와 앞 다리가 반질반질하게 변색됐다.




늙은 당나귀 한 마리가 있었다. 곡식 자루를 나르던 당나귀인데, 늙어버리자 당나귀 주인은 먹을 것을 줘봤자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눈치 챈 당나귀는 때마침 브레멘에서 음악대장이 단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집을 떠난다. 브레멘으로 향하던 당나귀는 같은 처지의 동물들을 만난다. 쥐를 잡지 않았다고 쫓겨난 고양이, 입 냄새가 심한 개, 노래를 잘 하고 싶은 수탉. 당나귀가 말했다.


"죽음보다 나은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너는 훌륭한 목소리를 지녔어. 우리가 함께 음악을 연주하면 좋을거야. 우리와 함께 브레멘으로 가자."




마켓 광장 파라솔 아래서 개 두마리가 낮잠을 자고 있다.




수탉, 고양이, 개를 차례로 업은 당나귀 동상은 독일 제2의 항구도시 브레멘(Bremen) 마켓 광장 중앙 타운홀 옆에 있다. 당나귀 코나 앞발을 만지고 소원을 빌면 꿈이 이루어진다며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얼마나 많이 만졌는지 당나귀 코와 발이 누런색으로 바래졌다. 그래도 당나귀는 뭐가 좋은지 입을 헤 벌리고 웃고 있다.




높이가 10미터나 되는 롤랜드상




마켓 광장에 브레멘을 대표하는 또 다른 동상 '롤랜드(Roland)'가 있다. 롤랜드상은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과 같은 존재. 자유 무역과 해방을 상징한다. 수호성자 롤랜드는 수많은 전쟁에서 큰 공적을 올렸던 샤를마뉴 대제 군대의 천하무적 군인. 샤를마뉴 대제의 후손인 독일 전역에는 브레멘 동상 말고도 롤랜드 동상이 분포해 있지만, 이곳의 롤랜드 동상이 작품성과 보존가치가 높아 유네크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됐다.




미니 관광버스가 타운홀 옆을 지나고 있다.




롤랜드상 옆 건물 타운홀도 유네스코 유산이다. 왕관의 보석에 비유하는 타운홀은 1405년 부터 지어진 시의회가 열리던 건물. 천장에는 교역선 모형이 걸려 있다. 브레멘이 바로 항구 교역 도시인 것을 말해준다. 실재로 브레멘은 한자동맹 도시로 무역항도 갖고 있다. 재밌는 점은 타운홀 지하에 독일에서 제일 오래된 와인저장고가 있는데, '로즈 와인'이라 불린다. 타운홀은 현재 보수 공사 중이라 고풍스런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는 없었다.




1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성 베드로 성당 앞 마켓 광장에서 어린이들이 비누커품 놀이를 하고 있다.




마켓 광장에서 베저(Weser)강을 가는 길은 황금 인어상이 맞아준다, 뵈처스트라세 골목길. 원래는 수공업자들이 모여 살던 허름한 동네였다. 20세기 초에 한 커피 무역상이 이 동네를 사들였다. 허름한 가옥을 허물고 독일 전통식 붉은 벽돌집들을 만들었다. 지금은 공방, 카페, 기념품가게, 스튜디오 등이 들어섰는데, 서울로 치자면 삼청동 거리와 비슷한 분위기가 흐른다.




뵈처스트라세 입구



베저 강변을 따라 노천 카페 거리가 이어진다. 카페에 앉아 시간을 흘려보내는 시민들의 손에는 모두 맥주 한잔씩이 들려있다. 마치 독일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가 열리고 있는 듯한 착각. 저 멀리에 '벡스(Beck's)' 맥주 공장도 보이는구나.




베저강




2016. 8. Bre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