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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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찍고, 쓰고

눈이 오면 낙산에 간다

김창길 2012. 12. 23. 16:44

 

낙산 성곽길을 한 시민이 걷고 있다. 낙산 정상에서는 북악산과 북한산 능선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에 보이는 제일 높은 봉우리는 북한산 보현봉이다.

 

눈이 오면 낙산에 간다. 정확히 말하면 눈이 온 다음 날 낙산에 간다. 눈이 오는 당일에는 시계가 혼탁해 먼 풍경을 담을 수 없다.

 

눈이 오는 당일에는 많은 눈이 쏟아지는 장면과 교통체증으로 포인트를 맞춘다. 교통체증이 없는 정도의 반가운 눈이라면 눈 내리는 낭만적인 서울의 모습을 담고, 많은 눈으로 교통에 문제가 생기면 오르막길에서 고생하는 차량 운전자들을 찾아다닌다.

 

눈이 온 다음 날은 대부분 시계가 좋은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 반가운 눈 혹은 폭설로 인한 교통체증 다음 날 사진뉴스는 대부분 골목 빙판 출근길이나 아름다운 설경에 포인트를 맞춘다. 두 가지 사진 뉴스를 동시에 취재할 수 있는 종로구 이화마을을 찾았다. 달팽이길이라 불리는 비탈길을 오르면 벽화마을로 유명한 이화동 주택가다. 주택가 위에는 서울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낙산공원이 있다.

 

 

낙산공원 아래 이화벽화마을에서 일본 관광객이 꽃계단을 조심스레 내려오고 있다.

 

 

이화동 벽화마을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단골 출사지다. 재밌는 벽화들이 많은데, 한 방송프로그램에 '천사의 날개'라 불리는 벽화 앞에서 어느 유명 연애인이 촬영을 했나보다. 너무 많은 탐방객 때문에 사생활에 침해를 받은 이화동 사람들은 급기야 천사의 날개를 지워버렸다.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외지인들이 몰려왔던 것이다. 다행히 천사의 날개 만큼 유명한 꽃계단은 남아있다. 외국인 관광객 안내책자에도 나왔는지 일본인 관광객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서울 도심의 구 주택가는 뉴타운 등으로 재개발되기 쉽상이다. 이화마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얼마전 까지만해도 이 일대 주택가는 재개발을 추진중이었다. 하지만 문화재인 서울성곽때문에 주택 고도제한이라는 문제가 불거졌다. 고도제한에 묶인 재개발계획은 경제성에 발목이 잡혔다. 또 새로 취임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개발출구전략을 추진했고, 이화마을은 현재 재개발을 포기한 상태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요된 비용이 이화마을의 또다른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빙판길에 자동차 주인이 자가운전 출근을 포기했다. 눈 덮힌 자동차는 누군가의 사랑고백 편지지가 됐다.

 

이화마을 위 낙산공원 정상은 남산, 북악산, 인왕산, 북한산을 감상할 수 있다. 산 모양이 낙타의 등을 닮았다고 낙타산 또는 낙산이라 불리게 됐다. 조선시대 성곽으로 이어진 낙산은 남쪽으로 동대문인 흥인지문과 이어진다. 낙산의 유방(?)으로 불렸던 이화동약수터와 신대약수터도 있었다고한다.  

 

2012.12. 낙산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