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오늘(2007629) 인류는 새로운 미디어를 손에 거머쥐었다. 손바닥만한 스크린을 손끝으로 만지면 앨리스처럼 토끼굴 속 이상한 나라에 빠져든다. 앨리스는 '나를 마셔요'라고 쓰인 물약을 먹고 자기 몸의 크기를 바꾸며 이상한 나라를 모험한다. 우리는 물약 대신 손톱만한 앱을 터치한다. 토끼굴 속 이상한 나라보다 다양한 세상이 펼쳐진다. 토끼굴을 안내한 건 '토끼씨', 우리를 안내한 사람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 아이폰 손끝 맛에 중독된 유저(user : '사용자'라는 뜻 이외에 '마약중독자'란 뜻을 내포한 '유저'라는 단어를 생각해본다. 매스 미디어(대중매체 mass media)와 사람들의 관계를 지시하는 대중(mass : 제멋대로 모여 있는 사람들의 무리)은 개인 미디어의 유저가 된다.)들은 10주년 기념판 아이폰8을 고대하고 있다.

 

 

google image

 

 

아이폰은 기존 카테고리를 붕괴시켰다. PC, 영화, 게임 등 그 범주는 다양하다. 그 중 가장 큰 붕괴는 사진에서 일어났다. 카메라를 삼켜버린 스마트폰은 카메라 시장도 파괴했다. 캐논, 니콘 등 카메라 업체들의 매출은 급감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카메라를 만들던 삼성전자도 지난 2015년 카메라 시장에서 철수했다. 동네에 남아있는 사진관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추억이자 희귀한 피사체가 됐다.

 

산업이 아닌 기억의 작동 방법도 바꾸어 놓았다. 콧구멍보다 작은 창으로(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세상을 찍어내는 스마트폰 사진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디지털 공간에 부유한다. 추억의 순간은 한 장의 사진으로 인화돼 사진첩에 꽂혔다.(그렇다, 인화된 사진은 마음에 꽂힌다.) 그러나 이제 사진은 언제 어디서든 나와 함께 동행한다. 추억된 과거를 지금 이 순간 여기로 불러내 과거의 순간을 되살린다. 과거의 내 모습은 내 아이폰(I-Phone : 그렇다, 아이폰은 공중전화, 가정용 전화도 아닌 내 전화기다)을 통해 얼굴수첩(Face Book)에 복사되고, 당신에게 꽂힌 튜브관(You Tube)을 타고 흐른다.

 

셀피selfie. 옥스포드 대학이 선정한 2013년 올해의 단어다. 내 사진은 인스타그램된다. INSTAGRAM=Instant camera+Telegram. 스마트폰 즉석카메라(Instant camera)에 찍힌 내 자화상은 스마트폰을 통해 전송(Telegram)된다. 좋아요가 많이 눌리고 공유가 많이 된 얼굴은 그야말라 STAR가 되기도 한다. 셀피 예쁘게 찍는 앵글도 일반화됐다. 실제의 나보다 어리게 보이도록 카메라 렌즈를 위로 들어올린다. 위에 있는 렌즈를 응시하면 깜찍하게, 눈을 감으면 수줍은 듯 어린 나의 모습이 찍힌다. 스마트폰 유저들은 그런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제주 협재 2016

 

 

유저들의 나르시시즘적 욕망은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이 충족시키고 있다. 콧구멍만해서 화각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스마트폰 카메라는 또 다른 콧구멍을 스마트폰에 단다. 듀얼 카메라(dual-camera)가 그것이다. 말 그대로 카메라 렌즈 두 개가 스마트폰에 장착됐다. 한 구멍은 화각이 넓은 배경만을, 한 구멍은 사람의 얼굴을 담는다. 배경 따로, 피사체 따로 찍어서 스마트폰이 한 장으로 합성한다. 스마트폰 사진은 이제 전문가용 DSLR카메라처럼 배경이 흐린 심도 낮은 인물사진을 담아낸다.

 

아이폰8을 기다리는 유저들은 10주년 기념 아이폰이 듀얼카메라를 장착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아이폰은 이미 7S플러스에 듀얼카메라를 꽂았다. 듀얼카메라를 애써 외면했던 경쟁사 삼성도 새로 출시될 갤럭시노트8에 듀얼을 적용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일부 과학기술 담당 기자들은 스마트폰의 듀얼카메라가 '인간의 두 눈' 처럼 세상을 더 그럴듯하게 구현할 것이라고 흥분한다.

 

듀얼카메라가 찍는 사진은 정말 사람의 두 눈처럼 사람이 인식하는 피사체의 모습을 제대로 담아내는 것일까? 작동 방식에서만 따져본다면 이나다. 그건 단지 합성사진일 뿐이다. 유저의 나르시시즘적 욕망만 충족시켜줄 장면만 생산해낸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그리고 예쁘게 '내가 그곳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증거 자료만 수집한다.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2009년에 나온 '조지 클루니' 주연 영화 '인 디 에어(Up In The Air)'에는 이런 장면이 반복해서 나온다. 1년 중 300일 이상을 타지를 돌아다니며 일을 하는 해고 전문가 조지 클루니가 여동생의 사진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이다. 여동생의 사진은 항상 그와 동행하지만 그는 가족들을 만나기를 꺼려한다. 혼자 먹는 기내식, 호텔방이 편안한 주인공이다. 반면, 여행할 처지가 못 되는 여동생은 남자 친구와 함께 찍힌 사진으로 이곳저곳을 떠돈다. 그리고 오빠가 있는 타지에서 그녀의 기념사진은 또 다른 기념사진을 찍는다. 마치 듀얼카메라의 합성사진처럼. 주인공 조지 클루니는 좀 귀찮지만 동생의 그런 부탁 정도만 들어 줄 수 있는 가족 관계를 유지한다. 정작 가족들과 함께 있던 그의 기념사진은 없다.

 

기술복제시대에서의 사진에 대한 생각을 기술한 문예평론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 예술가 모홀리 나기(Laszlo Moholy Naggy, 1895-1946)의 말에 기대어 미래를 걱정했다.

 

미래의 문맹자는 문자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사진을 모르는 사람이 될 것이다.”

 

너무 쉬운 사진이지만, 그 쉬운 것을 읽어내기란 어렵다. 사진의 출현으로 원본과 아우라의 상실을 아쉬워한 벤야민의 생각은 8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효하다. 합성사진에 대한 이렇다할 거부감도 없는 지금의 분위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별반 차이가 없다.

 

2017.6.

Posted by 김창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