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대한민국 어린이 역사박물관 본문

- 찍고, 쓰고

대한민국 어린이 역사박물관

김창길 2013. 1. 14. 15:20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내 청와대 집무실 전시관. 실재 청와대 집무실에 걸린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를 모사한 대통령의 모습.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지난해 12월 26일 개관했다. 경북궁 앞 문화체육관광부 청사로 쓰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청와대 앞에는 조선 옛 궁궐 경복궁이 있다. 경복궁 전방 오른편에는 정부종합청사와 외교통상부, 세종문화회관이 세종로를 따라 나란히 태평로를 향해 자리잡고 있다. 경복궁 앞 왼쪽 라인 첫 번째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다. 역사박물관 다음은 미국대사관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입주한 KT건물, 그리고 지하 교보문고를 포함한 교보생명이 세종로 라인을 이어간다.

 

 

대한민국 1세대 가전제품들. TV, 선풍기, 라디오 등이 유리관 안에 모셔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따라 건립을 추진한 대한민국 현대사 박물관은 총 예산 448억원, 개관식 비용만 3억 2천만원이 투입됐다. 풍수지리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요지에 위치해 대한민국을 대표할만한 박물관으로 기대됐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을 구경한 후, 횡단보도를 건너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을 관람하며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위치다. 광화문 광장에는 옛 조선의 문무의 최고봉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도 있다.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비아냥을 받는 광화문 광장이지만 경북궁, 광화문광장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종로의 역사박물관이기를 기대했다.

 

고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상이 독일 파견 광부, 간호사의 영상과 함께 상영되고 있다.

 

개관 전부터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충분한 공감대가 없이 졸속 개관했다는 것. 민주통합당 도종환 의원은 "전시물 리스트에는 최근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던 인혁당 관련 전시물은 단 한 건도 없었던 반면, 새마을운동 관련 전시물은 48건에 이르는 등 논란과 갈등의 소지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독일 현대사박물관의 경우 헬무트 콜 전 총리가 건립의지를 천명하고 12년 준비를 거쳐 개관했다"며 "12년간 민주적 토론과정과 비판의견 수용 등 조정을 거친 독일의 경험비교하면 불과 4년만에 개관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졸속개관"이라고 비판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하는 한국일보 기사와 사진.

 

개관 전부터 박물관 내용에 대한 비판이 많았기에 충실한 전시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리적 중요성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국민 혹은 시민들에게 근현대사에 대해 재밌는 관람의 장이 되기를 기대했다. 개관 전 박물관을 비판하던 사람들의 저적처럼 전시 내용이 한쪽으로 치우치더라도 사람들이 그래도 재밌게 구성했네, 내용만 좀 균형잡히면 괜찮을 것같다는 반응을 기대했다.

 

 

다른 민간 박물관이나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옛 영화 포스터들.

 

김왕식 초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장은 개관 전, 지난해 12월 20일 미디어 공개행사에서 박물관 청사의 협소함을 강조하며 내용의 빈약함에 양해를 구했다. 박물관 옆 미대사관 청사까지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하지만 전시 공간의 협소함이 문제가 아니었다. 작은 공간에서도 볼거리가 없는 박물관을 공간을 늘린다고 해결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내용의 문제도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볼거리의 부재다. '이건 처음 보는 건데' 혹은 '이런건 생각해본적이 없네'라는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근현대사를 논하기 어려운 10살 이하의 어린이들이나 흥미롭게 구경할 수 있는 박물관이라고 할까.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아닌 대한민국 어린이 역사박물관이라 부르고 싶다.

 

 

경복궁과 청와대가 보이는 청와대 집무실 체험관. 일반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끌 것이라며 박물관측은 기대했다.

 2012. 12. 20 옛 문화관광부 청사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 찍고, 쓰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 만드는 손  (0) 2013.02.06
북악산 진경산수화  (0) 2013.02.01
모주망태 친구 황태  (0) 2013.01.07
겨울 다람쥐  (0) 2013.01.04
사진기자 아웃도어 룩  (0) 2012.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