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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와 함께 걷는 바다 올레

김창길 2015. 11. 17. 15:54

 

 

온평 포구 부근의 목선

 

 

바당(바다) 올레를 걸었다. 제주 개국신화를 간직한 제주 성산읍 온평리에서 시작하는 올레 코스다. 탐라국의 시조 고, 양, 부 3신이 동쪽 벽랑국에서 온 세 공주를 맞이한 곳이 온평리 앞바다다. 수렵생활을 하던 섬 사내들이 육지에서 온 신부들과 결혼한 것이다. 육지에서 내려온 내 딸도 이곳 온평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온평리 앞바다에 설치된 현무암 테이블과 의자

 

 

 

요즘 온평리는 어수선하다. 지난 10일 온평리가 제주 제2공항 부지로 발표되자 마을은 당황했다. 원래 후보지는 아랫마을 신산리였고, 신산리 엮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지 않았다. 나 역시 당황했다. 딸 아이가 다니는 온평초등학교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해녀들이 세운 온평초등학교는 학생수가 줄어들어 폐교위기에 처했지만 마을 사람들의 학교살리기 운동으로 다시 살아난 학교다.

 

 

 

온평리와 신산리 바닷가에는 돌로 쌓아올린 성벽인 환해장성이 있다. 환해장성 위에 쌓아올린 돌탑.

 

 

 

온평포구에서 시작되는 올레 3B코스를 딸 아이와 걸었다. 14.4km에 이르는 코스 대부분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 바닷길이다보니 군데 군데 전현직 해녀들이 운영하는 해녀 포장마차도 자주 나온다. 한치철은 끝났고, 오징어를 말리고 있는 해녀 포장마차의 메뉴는 거의 비슷하다. 전복, 소라, 해물라면.... 귤은 서비스다. 반건조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며 딸 아이에게 물었다.

 

"동네에 공항이 생긴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아빠가 빨리 올 수 있으니까 좋지."

 

 

 

오징어와 올레 리본

 

 

 

온평리를 벗어나 신산리 바닷길로 접어들었다. 온평리에서 시작된 마을은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신산리에서 끝난다. 그래서 끝마을이라고도 불린다. 우뚝 선 독자봉 때문에 한라산도 보이지 않는다. 독자봉 자락에는 녹차밭이 있다. 신산리가 자랑하는 품질 좋은 녹차를 생산한다. 

 

신산포구를 지나 신산리 마을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들어갔다. 녹차 초콜릿과 녹차 아이스크림을 판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카페치고는 분위기가 좋아 사람들이 많았다. 커피와 녹차 아이스크림을 시켰는데 10분을 넘게 기달려야했다.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창밖에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봤다. 신산리 앞바다에는 돌고래가 자주 출몰한다. 올레 3B코스를 개장한 지난 5월 23일에도 돌고래가 나타났다고 한다.

 

 

신산리 마을 카페

 

 

제주 제2공항 활주로가 신산리에서 시작된다. 2025년 완공이 목표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딸 아이에게 물었다.

 

"공항이 생겨도 돌고래들이 이 바다를 찾을까?"


"그럼, 호기심 많은 녀석들인데, 비행기보러 오지."

 

 

 

 

2015.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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