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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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같은 스웨덴 고성에 얽힌 안타까운 사연

김창길 2016. 8. 21. 19:51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 남쪽 50킬로미터 아래 자리잡은 셜뢰홀름 성.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 남쪽에는 동화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아름다운 성 '셜뢰홀름(Tjoloholms)'이 북해를 바라보고 있다. 성 테라스에 오르면 푸른 초원이 펼쳐지고 우아한 뒷뜰 정원 너머에는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여자들이라면 하룻 밤만이라도 공주로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법한데, 실재로 결혼식 장소로도 대여 가능하다. 좀 많이 비싸지만.

 

 

 

셜뢰홀름 성에서 바라본 목초지. 한 때 스웨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종마지를 운영하며 훌륭한 경주마를 길러냈다.

 

 

 

셜뢰홀름 성을 만든 부부의 이야기는 안타깝다. 스코틀랜드식 셜뢰홀름을 만든 건, 영국 출신 제임스 프레드릭 딕슨(James Fredrik Dickson)이라는 사업가다. 성 내부는 귀족, 손님, 어린이들, 하인들을 위한 공간을 구분했다. 성의 가장 위층에는 제일 고급스러운 게스트룸을 꾸몄다. 딕슨의 사냥 친구인 스웨덴 국왕 오스카 2세를 위한 방이다. 하지만 딕슨은 성을 완성하기도 전에 사망했고, 오스카 2세 역시 이 고급스런 방을 사용할 기회를 만나지 못했다.

 

 

 

성 뒤뜰 정원으로 북해가 펼쳐진다. 가족 단위 휴양객들이 휴가를 보내고 있다.

 

 

 

딕슨은 패혈증에 걸려 생을 마감해 아름다운 성의 완공을 보지 못했다. 손가락에 난 상처를 오염된 와인 포장지로 감싸았다가 세균에 감염된 것이다. 성 내부에는 와인 창고가 있다. 영주인 딕슨의 방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와인 창고다. 영주의 허락이 있어야 성에서 와인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와인을 사랑했던 것일까? 그렇게 철저히 관리하던 와인 포장지에 목숨을 내주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성 뒤뜰 정원 밖에 마련된 놀이터

 

 

 

셜뢰홀름 성을 완성시킨 사람은 그의 부인 블랑케 딕슨(Blnache Dickson)이다. 부인은 열정적으로 남편의 못다 이룬 꿈을 완성시켰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 교회와 마을회관도 만들었다. 하지만 부인 역시 셜뢰홀름 성에서 오래 살지 못하고 남편의 뒤를 따랐다. 성을 완성한지 2년 후인 1906년, 그녀는 실론에서 차 사업을 하던 오빠를 만나기 위해 배에 몸을 싫었다가 이질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딕슨가가 소유했던 마차들. 오른쪽 플래카드 위에 아저씨가 제임스 프레드릭 딕슨. 마을에 자동차 운전 학원도 운영했다.

 

 

 

부부의 딸이 살던 셜뢰홀름 성은 현제 예테보리 시에서 관리한다. 휴가철인 7월과 8월에는 매일, 그 외에는 주말 관람이 가능하다. 길이가 8미터나 되는 벽난로, 스웨덴 최초의 진공청소기, 딕슨가가 소유했던 마차들 등 스웨덴 고성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참고로 셜뢰홀름 진공청소기는 무게가 무려 1톤에 달해 말들이 끌고 다녔다고 한다. 믿거나 가서 보고 확인해보거나....

 

 

 

셜뢰홀름 성

 

 

스웨덴 예테보리 2016.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