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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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도 감동이네, 안데르센 마을

김창길 2016. 9. 21. 16:36

 

 

 

안데르센 박물관 인근의 기념품 가게

 

 

덴마크 제3의 도시 오덴세(Odense)는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 벌거벗은 임금님 등 수많은 동화 명작을 남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의 고향이다. 도시는 작다. 걸어서 구경하기 충분하다. 안데르센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파스텔톤의 예쁜 건물들을 보자면 이곳이 정말 안데르센 고향이 맞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안데르센 생가

 

 

 

동화 같은 도시 분위기와는 다르게 오덴세라는 지명은 다소 거칠다. 덴마크 퓐섬 퓐스주의 주도인 오덴세는 북유럽신화에 나오는 '오딘(Odin)'에서 따왔다. 오딘은 마법과 지략에 뛰어나 적의 눈을 속이고 항상 승리하는 싸움의 신이다. 지혜에 대한 욕망을 주체할 수 없어 한쪽 눈을 빼내 우물에 던지고 지혜를 얻을 정도. 요즘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망치의 신 '토르(Thor)'는 오딘의 아들이다. 하긴, 덴마크는 용맹하기로 유명한 바이킹의 후예들 아닌가? 오덴세 근처에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바이킹 무덤도 있다.

 

 

 

 

안데르센 박물관에 있는 안데르센 사진

 

 

안데르센도 바이킹 전사처럼 거구였다. 비록 말랐지만 185센티미터의 키는 당시 덴마크 남성 평균 신장보다 20센티미터나 큰 키였다. 움푹 들어간 눈과 큰 코를 가진 안데르센은 자기 외모를 부끄러워했고, 성격도 괴팍했다고 전해진다.

 

 

 

안데르센 생가 내부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난 안데르센의 꿈은 원래 연기자였다. 14살에 연기자의 꿈을 품고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으로 건너갔지만 극단마다 그에게 퇴자를 놓았다. 대신 요나스 콜린이라는 스폰서를 만나 공부를 한 후, 창작한 장편소설 '즉흥시인'으로 평단의 격찬을 받는다. 이후, 안데르센은 '엄지 공주', '꿋꿋한 양철 병정', '나이팅게일' 같은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참고로 몇 년 전전 세계를 휩쓴 애니메이션 겨울왕국도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이 원작이다.

 

 

 

보도블록 위에 찍힌 안데르센 발자국

 

 

안데르센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미운 오리 새끼'를 출간한 1843년 그의 명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1846년 덴마크 국민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단네브로 훈장까지 받았다. 기괴한 외모의 미운 오리 새끼였던 안데르센은 왕족과 귀족을 비롯한 상류층 인사들과 어울리는 우아한 백조로 탈바꿈했다. , 그는 그러한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이 자긍심에 가득찬 백조는 동화 작가로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 말년에 아이들과 함께 있는 동상을 세우려는 사람들에게 안데르센은 버럭 화를 냈다.

 

 

 

장난감 병정 동상

 

 

 

"나는 한 번도 아이를 내 등에 태우거나 올려놓은 적이 없다."

덴마크에 있는 안데르센 동상은 결국 혼자 외롭게 서 있는 동상으로 제작됐다. 70의 나이, 안데르센은 독신으로 생을 마감했다.

 

 

 

1683년부터 숙소와 음식적으로 쓰였던 건물에서는 아직도 덴마크 전통 음식을 팔고 있다.

 

 

 

오덴세 안데르센 투어는 가이드가 필요 없. 보도블록 위에 거구였던 안데르센의 큰 발자국이 찍혀있다. 이 발자국을 따라가면 안데르센이 태어난 생가, 안데르센 뮤지엄 등 그와 관련된 볼거리들을 구경할 수 있다. 양철 병정상이 서 있는 곳에는 중세 후반의 건물들도 고스란히 남아있고, 고딕 양식의 성당도 둘러볼 수 있다. 거리 곳곳에는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 허기진 배도 달랠 수 있다.

 

 

오덴세 노천카페 거리. 여름에는 재즈 페스티벌도 열린다.

 

 

 

 

덴마크 오덴세 201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