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www.adamfergusonphoto.com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거니는 대통령과 참모진의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권위를 벗어버린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색다른 모습이었다. 사진 한 장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지만, 대부분을 설명해줬다. 반응은 우호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에 대한 요란한 잡음도 있었다. 당선 이전에 찍힌 대통령의 인물사진을 표지에 게재한 국내외 주간지에 대한 비교가 그것이다. 한겨레21 1162호(5월22일자)와 타임지 아시아판이 커버스토리로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실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몇몇 사람들이 한겨레21 표지에 실린 대통령 사진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반면 타임지에 실린 문 대통령의 사진은 괜찮다는 반응이다. 문 대통령 커버사진이 수록된 타임지는 베스트셀러처럼 불티나게 팔렸다. 혹자는 타임지가 잘 팔리니까 한겨레21이 흉내내서 돈을 벌고 싶었던 것 아니냐는 비난도 했다.

 

두 주간지 표지사진에 대한 호불호는 표지 사진 그 자체 보다는 진보 언론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안에서 진행된 측면이 강하다. 대선 기간 한겨레21에 실렸던 이재명·안희정 후보 등의 사진과도 비교하며 한겨레21의 표지사진을 평가했다. 논쟁은 과거 고 노무현 전대통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이미지 자체보다는 진보 언론이 작동하는 방식을 문제 삼았다. 이 방식 안에서는 사진이, 그 문제에 대한 자료사진이자 증명사진으로 첨부됐을 뿐이다. 사진 안의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사진은 늘 그랬다. 같은 장면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했다. 그것이 사진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어떤 상황에서 떨어져 나온 단 한 장의 사진이 갖는 모호성 때문이다. 전후 맥락을 상실한 사진 한 장은 해석이 열려있다. 하지만 사진이 다시 어떤 맥락에 들어가면 특정 의미를 부여 받는다. 부유하는 이미지를 고정시킬 수 있는 맥락이 필요하다. 가령, 명확한 일간신문의 사진조차 오독의 여지가 있다. 문자 텍스트인 ‘사진설명’을 써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겨레21 1162호

 

 

 

그 ‘어떤 맥락’에 들어가지 않고, 한겨레21과 타임지 표지사진을 인물 사진이라는 표현기법에 따라 다시 들여다 봤다. 문 대통령을 좋아하는 일부 사람들의 지적처럼 한겨레21의 사진은 악의적인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한겨레21 사진은 사진기자가 아래에서 문 대통령을 위로 올려다본 앵글이다. 어떤 독자의 지적처럼 인물사진의 로우 앵글은 피사체에게 권위를 풍기게 한다. 쉽게 말해 어린이가 어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한겨레21 표지사진을 문제 삼는 일부의 지적은 이러하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처럼 권위적인 사람이 아닌데 한겨레21인 로우 앵글을 구사해 문 대통령을 권위적으로 표지에 내밀었다는 것. 부분적으로 옳다. 하지만 권위를 풍기는 것과 권위적인 것은 좀 다르다. ‘권위’는 스스로 그러한 풍모를, ‘권위적’인 것은 다소 권력 지향적이라는 뉘앙스를 포함한다. 그 느낌은 사진을 바라보는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변형된다.

 

한겨레21 사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만약 로우 앵글인 대통령의 시선이 독자들을 향했다면 어떤 느낌일까? 독자 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문 대통령이 독자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 장면은 확실히 권위적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시선은 독자가 아닌 먼 곳을 쳐다보고 있다. 마치 새 정부를 출범시켜 해야 할 일이 저 너머에 많이 있다는 듯. 사진 앵글만 보자면 한겨레21의 표지사진은 약간의 권위를 풍길 수는 있겠으나, 역대 대통령처럼 권위적이라고 못 박기에는 부족한 듯하다.

 

타임지 사진을 다시 본다. 정면 사진이다. 사진가와 문 대통령의 시선 높이가 동일하다. 비슷한 신장의 성인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상황이다. 서부 영화의 대결 장면이 될 수도 있다. 두 카우보이는 허리춤에 찬 권총에 손을 얹고 서로를 응시한다. 누군가 총을 뽑는 순간 다른 사람도 총을 뽑는 상황이다.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나는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그 문재인입니다’라고 말을 건다. 내가 나를 보여줬으니 당신도 나에게 답하라는 표정이다. 불편해서 계속 바라보기 힘든 분위기가 흐른다.

 

피사체가 카메라를 응시하는 인물사진은 사진의 한 속성인 관음증을 유발시킬 공간을 축소시킨다. 길거리를 걷다가 마음에 드는 이성을 힐끗힐끗 쳐다보다 정작 그 피사체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게 되면 고개를 떨구게 되는 그런 상황이다. 반면 한겨레21의 문 대통령은 독자를 바라보지 않는다. 독자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문 대통령을 구경한다. 카메라 뒤에 숨은 독자들은 맘 놓고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그 이미지를 평가한다. 하지만 타임지 표지의 정면 사진은 독자와 문 대통령이 1대1 상황이다. 당신이 나를 평가하는 순간 나도 응수할테니 맘 놓고 있지 말라는 설정이다. 머릿속이 복잡한 독자들은 주저한다. 단지 사진이 좀 어둡게 나오지 않았냐고 자세를 낮춘다.

 

 

http://www.adamfergusonphoto.com/afghans/ 아프가니스탄 포트레이트

 

 

타임지 문 대통령의 사진은 확실히 어두운 톤이다. 호주 태생 아담 퍼거슨(Adam Ferguson, 1978~)이 찍은 사진이다. 그의 홈페이지를 들여다 봤다. 이라크, 요르단, 이스라엘 등 분쟁 지역에서 찍은 인물 사진들 대부분이 어두운 톤이다. 때문에, 퍼거슨이 촬영한 문 대통령 사진은 정치적인 어떤 선입견이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작가 스타일의 연장선이다. 배경이 어두우면 얼굴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그 이상으로 어둡게 만든다. 결국 얼굴 형체도 어둠에 묻힌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타임지 사진은 윤곽이 사라질 정도는 아니다. 좀 더 많은 빛을 받아들였다.

 

한겨례21 표지사즌으로 돌아간다. 자연광이다. 쾌청하고 푸른 하늘 아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연일 계속된 야외 유세로 검붉게 타버린 살갖의 흔적도 드러났다. 강렬한 태양빛은 대통령의 안경테에 그림자를 만들었고 굳게 다문 입술 언저리에도 그늘이 생겼다. 강령한 태양은 부드러운 느낌을 몰아냈다.  

 

맥락에 들어가봤다. 아담 퍼거슨은 이방인이다. 커버스토리도 김정은을 상대할 남한의 지도자에 초점을 맞춘다. 대선구도가 아닌 남북구도다. 이방인은 그 남쪽의 지도자를 정면으로 세운다. 사진작가는 카메라 뒤에 숨어서 셔터를 누른다. 북한도 난해하지만, 북한을 상대하는 남쪽의 지도자를 해석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작가는 안다. 그는 남쪽 지도자에게 마이크를 건낸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며. 작가는 다만 구릿빛 색깔만 구현한다. 장밋빛이 아닌 어두운 구릿빛을.

 

 

 

 

타임지 표지 사진에 대한 일화 하나를 더 소개한다. 미식축구 슈퍼스타였던 OJ 심슨(O.J. Simpson) 표지사진이다. 1994년 전처를 살해한 용의자 심슨의 머그샷(경찰서에서 찍는 용의자 정면 사진) 사진을 타임지가 표지에 내밀었다. 문제는 또다시 사진 밝기. 경찰서에서 제공한 심슨 머그샷을 뉴스위크지도 표지로 내밀었는데, 똑같은 머그샷 사진이 타임지에서는 훨씬 어둡게 인쇄됐다. 머그샷 원본 사진을 타임지에서 의도적으로 어둡게 수정한 것이다. 이는 보도사진 역사에서 대표적인 사진 왜곡에 대한 한 사례로 손꼽힌다. 

2017. 6.

Posted by 김창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