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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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의 멋진 뒤태, 숨은벽능선

김창길 2015. 10. 26. 19:12

 

 

단풍 좋아하면 나이 들었다는데....
북한산 숨은벽을 올랐다. 최고의 북한산 단풍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북한산 10대 비경 중, 4번째에 오를 정도로 산세가 아름답다.

 

원효봉, 의상봉, 형제봉 등 북한산은 많은 봉우리를 가졌다.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이 제일 높다. 이 세 봉우리는 백운대를 중심으로 삼각형 모양으로 모여 있다. 그래서 삼각산이라 부른다. 도봉산에서 바라보면 백운대를 중심으로 민방위 마크처럼 북한산 최고봉이 보인다.

 

 

 

강우량이 적어 북한산 단풍빛이 곱지 못하다. 왼쪽 인수봉과 오른쪽 백운대 사이의 하얀 암벽이 숨은벽이다.

 

 

 

백운대와 인수봉은 비경을 하나 숨기고 있다. 단풍이 아름다운 숨은벽이다. 백운대 북쪽 뒤로 솟아 있어 서울에서는 볼 수 없다. 그래서 숨은벽이라 불렀다. 하지만, 북한산의 네번째 비경으로 손꼽힐 정도로 유명해진 마당에 숨은벽은 비밀스럽지 않다. 그래서 이제 들킨벽이라 부르는 산꾼들도 있다.

 

숨은벽은 경기도 고양시 효자동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구파발 역에서 34번이나 704번을 타고 효자2동이나 사기막골에서 내린다. 조선시대 박태성이란 사람이 하루도 빠짐없이 무악재와 박석고개를 너머 부친의 묘를 찾은 곳이 이곳이라 효자동이라 불렀다. 효자동 바로 위 사기막골은 역시 조선시대 때 사기그릇을 만드는 동네라서 그리 불렀다.

 

 

 

 

전망대바위에서 바라본 해골바위가 하늘을 보며 누워 있다.

 

 

 

둘레길을 걷듯이 시작되는 쉬운 산행코스는 해골바위가 있는 전망대바위까지 이어진다. 전망대바위에 오르면 북쪽으로 도봉산의 산세가 눈에 펼쳐진다. 하늘을 보며 누워 있는 해골바위도 있다. 썩은 물이 해골 눈에 고여있다는데, 날씨가 가물어서 물이 말랐다.

 

전망대바위 남쪽으로 북한산의 최고봉인 백운대와 인수봉이 펼쳐진다.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로 갈로 놓는 듯한 암벽이 날카롭게 튀어나와있다. 이 날카로운 암벽능선이 숨은벽이다. 하얀 암석 능선과 가을 단풍이 어우러져 비경을 뿜어내야할텐데, 역시 날이 가물어 산색이 곱지 못했다.

 

 

 

빨래판 슬랩이 시작되는 지점 숨은벽능선에 틈새가 있다. 이곳을 지나야 계곡길로 접어든다.

 

 

 

북한산의 멋진 뒤태를 감상했다면, 큰 결정을 하나 해야한다. 전망대바위에서 다시 하산할 것인지, 저 날카로운 숨은벽을 발로 밟아볼지. 암벽산행을 해보지 않은 초보 등산객들은 멀리 보이는 숨은벽능선을 개미처럼 기어오르는 산꾼들을 보고 고민에 빠질수밖에 없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낭떠러지가 숨은벽 아래로 떨어진다.

 

암벽능선산행이 두렵지만 산행을 포기할 수 없다면 숨은벽능선 바로 왼편으로 이어지는 좁은 산행길을 대안으로 선택한다. 다만, 이 산행길에서는 능선과 나무 때문에 북한산 풍경을 감상할 수 없다. 접지력 좋은 등산화를 신었더라도 숨은벽 암릉산행은 조심해야한다. 머리가 핑 돌 정도로 벼랑길의 연속이다. 안전 울타리도 없다. 의상봉 능선을 몇 번 타본 나도 이 능선에서는 다리가 후덜거린다.

 

숨은벽능선의 최고봉은 전문 암벽등반장비가 있어야 정복할 수 있다. 빨래판 슬랩이라고도 불리는 45m의 대슬랩 구간 앞에는 숨은벽의 갈라진 좁은 틈이 있다. 정말 좁다. 날씬한 몸매를 지닌 사람들도 몸을 비비꼬며 이 좁은 문을 통과해 계곡길로 향한다.

 

 

 

 

숨은벽 계곡에 떨어진 단풍 낙엽들.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로 난 계곡길은 고난의 행군이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가파른 돌계단의 연속이다. 이 고난이 끝나면 북한산 최고봉을 점령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한발 한발 내딛는다. 등산 스틱을 준비해왔다면 바로 이 코스에서 효자노릇을 할 수 있다.

 

드디어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 사람이 많을 때는 줄을 서서 기다리며 쇠줄 로프를 잡고 올라야한다. 정상에는 최고봉을 상징하듯 태극기가 휘날린다. 최고봉이니 사방으로 다양한 풍광이 펼쳐진다. 동쪽과 남쪽으로는 서울 도심의 풍광, 서쪽으로는 의상봉 능선 너머로 일산 신도시가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도봉산의 부드러운 산세가 눈에 들어온다.

 

북한산, 서울에 있는 산이라 쉽게 생각하지만 정복하기 어려운 산이다. 어떤 코스를 선택하느냐에따라 색다른 산행일 펼쳐진다. 북한산 숨은벽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2015. 10. 북한산 숨은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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