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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의 자존심, 그랜드 모스크

김창길 2015. 4. 15. 14:06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일정 중 방문한 '그랜드 모스크'는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이슬람 사원이다. 축구장 5배 크기로 4만여명이 한꺼번에 예배를 볼 수 있다. 박대통령은 그랜드 모스크에 마련된 현 카라파 대통령의 선친인 쉐이크 자이드 빈 나흐얀 전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한 박대통령은 무슬림 여성들의 전통의상인 샤일라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무슬림 전통의상을 착용한 한국의 여성 대통령 모습이 신기했는지, 각종 매체들은 분홍색 원피스에 하얀 샤일라를 착용한 대통령의 모습을 타전했다. 하지만,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하는 외국인 여성들은 모두 샤일라 같은 무슬림 복장을 해야 관람을 할 수 있다. 복장을 준비하지 못한 관광객들은 입구에서 대여가 가능하다. 남자들은 점잔은 긴바지 긴팔 복장이면 괜찮다.

 

 

 

 

 

 

히잡 등 무슬림 여성에 대한 복장을 여성에 대한 억압이라고 외국인들은 지적한다. 프랑스 정부는 공적인 공간에서 종교의 영향을 철저히 배제하도록 한 공화국 헌법의 가치를 내세우며 지난 2011년 공공장소에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 등의 착용을 금지시켰다. 이에 무술림 사회는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무슬림 여성복장은 이슬람교가 발흥한 7세기 이전의 아랍 사회 분위기가 반영됐다. 유목민 부족들의 전쟁이 빈번해 여자들이 겁탈당하고 노예로 팔려나갔다. 여성 보호를 위해 여성성을 감추는 복장이 필요했다. 이슬람 경전 코란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한다.

"여언자여! 그대의 아내들과 딸들과 믿는 여성들에게 질밥을 입으라고 이르라. 그때는 외출할 때 아니라 그렇게 함이 가장 편리한 것으로 그렇게 알려져 간음되지 않도록 함이니 실로 하나님은 관용과 자비로 충만하시도다."

질밥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품이 넓은 원피스인데, 박대통령이 그랜드 모스크 방분시 입었던 분홍색 드레스도 그런 차원이다. 특히 머리카락은 남성을 유혹하는 위험한 부위이기 때문에 머리를 두르는 스카프 형식의 무슬림 복장은 여성들이 꼭 착용해야하는 외출복장이다. 머리는 물론 얼굴 전체를 가리는 복장이 '부르카'이고, 눈 부분만 개방된 것이 '니캅'이다. 샤일라, 알 아미라, 히잡 등은 머리만 가리고 얼굴은 내놓는 복장이다.

 

 

 

 

 

 

그랜드 모스크를 둘러보는 여성 관광객들은 복장 때문인지 얼핏 보면 무슬림처럼 보인다. 간혹, 부르카와 니캅 복장을 한 여성들도 보였는데, 무슬림들도 중동에서 세번째로 큰 규모의 이슬람 사원을 구경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것 같다.

 

무슬림에 무지한 내 눈에는 그랜드 모스크의 외관이 마치 이슬람 왕국처럼 보였다. 모로코 스타일의 수많은 돔 지붕과 초승달 모양의 첨탑은 우아한 곡선미를 자랑한다. 사원 전체를 도배한 순백색에서 순결함이 묻어난다. 사원 기둥과 대리석 바닥에 장식된 꽃 문양은 발랄하지 않고 우아한 느낌으로 백색의 단조로움을 장식한다. 무슬림 복장을 하지 않았지만 웅장한 규모와 신비스러운 분위기에 취해 몸가짐이 경건해진다.

 

 

 

 

 

 

 

사원 내부는 화려하다. 신발을 벗고 고급스러운 카페트를 걷는다. 세계 최대 크기의 수공예 카페트로 1,200명의 장인들이 동원됐다고 한다. 돔 천장 아래는 지름 10m, 무게가 9톤이 넘는 웅장한 샹들리에가 반짝거리고 있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터과 황금으로 만든 샹들리에다. 사원 곳곳에는 경전 코란이 여러권 놓여져 있다.

 

그랜드 모스크는 이슬람 사원 중 유일하게 이슬람 교도가 아닌 일반 관광객에게 개방되는 유일한 모스크다. 1980년대부터 계획을 세우고 1990년대 후반부터 건설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독일, 모로코, 그리스 등 전세계 유명 디자이너와 건설업체들이 모스크 대공사에 참여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의 자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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