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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오르기 좋은 물영아리오름

김창길 2016. 5. 25. 20:49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조랑말박물관이 소장한 조선시대 오름 지도

 

 

제주도는 거인신 설문대할망이 만든 섬이다. 태초에 설문대할망이 방귀를 뀌자 천지가 창조됐다. 할머니는 바닷물 속에서 흙을 퍼올려 한라산을 만들었다. 한라산 근처에 근데근데 흘린 흙들은 오름이 됐다.

 

 

 

조랑말박물관 설문대할망 조형물

 

 

 

한라산 기생화산인 오름은 368개다. 하루에 하나씩 올라도 1년 동안 못 오를 정도로 많은 갯수다. 368개의 오름은 제 각각 독특한 산세와 식생이 분포한다는데, 한라산처럼 분화구에 물을 간직한 물영아리오름을 올랐다. 제주 남동쪽,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솟아있다.

 

 

 

 

물영아리오름

 

 

민둥산같은 대부분의 오름과 달리 물영아리오름은 숲이다. 나무 그늘이 정상까지 이어져 요즘 처럼 무더운 초여름 날씨에 등반하기 좋다. 하늘높이 치솟은 삼나무숲길을 지나면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800개가 넘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정상이다. 정상에서도 숲이 이어져 다른 오름처럼 중산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없다. 하지만 정상을 조금 내려가면 넓은 습지가 펼쳐진다. 오름 분화구다.

 

 

 

물보라길 잣성길. 목장 울타리 역할을 하는 돌담을 잣성이라 부른다.

 

 

 

분화구에서 목마른 노루 한 마리가 물을 마시다 인기척에 놀라 도망갔다. 둘레가 1km에 달하는 분화구 습지에는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물장군 등 다양한 식생을 간직하고 있다고한다. 지난 2006년 람사르습지에 등록될 정도로 원형이 잘 보존됐다고한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산 정상에 숲으로 둘러싸인 습지를 보면 신비한 느낌이 든다. 하긴, 이 곳은  물을 관장하는 신령이 깃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물영아리라 불린단다.

 

 

 

오름을 오르는 나무 계단길. 800여개의 계단 중간에는 세 군데의 쉼터가 있다.

 

 

 

가파른 오름 등반이 싫다면 둘레길을 걸어본다. 물영아리 오름을 한바뀌 에둘러 도는 물보라길이 있다. 수망리에 있는 오름 둘레길이라서 물보라길이다. 물 '수', 바라볼 '망'을 풀어쓴 말이다. 자연하천길, 소몰이길, 잣성길 등 6.4km의 산책로다. 수망리공동목장이 있어, 운이 좋으면 소몰이 광경도 구경할 수 있다.

 

 

 

물영아리 분화구

 

 

2015. 5. 22. 물영아리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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