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우리에게 북한을 볼 권리가 없다. 본문

- 찍고, 쓰고

우리에게 북한을 볼 권리가 없다.

김창길 2013. 4. 6. 14:54

 

공동경비구역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조선인민군 군인들이 남측의 취재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분계선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판문점 취재는 한미연합사의 허가를 받아 연합사 통제하에 진행된다.

 

 

남북한 관계가 날로 경색되고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 입경을 불허하고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 내 외국공관의 철수까지 권고한 상황이다.

 

북한 뉴스는 통일부, 청와대, 외신 등의 루트로 팩트를 잡아낸다. 종합일간지 사진기자들은 북한 뉴스가 커지면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전망대와 남북출입사무소로 달려가 특이 동향을 포착한다. 내국인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오두산전망대는 당국의 허가 절차 없이 초망원랜즈로 북한 개풍군 마을의 움직임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민간인통제구역안에 자리한 남북출입사무소는 통일부와 담당 군부대의 허가 아래 사진 취재가 이루어진다. 통일부와 담당 군부대는 특별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한, 사전 인가를 통해 국내 언론의 출입을 허용한다.

 

 

조선인민군이 남측을 주시한다. 남측의 헌병을 관찰하는듯 보이지만 취재진들을 관찰하는 장면이다. 남한 언론에서 판문점 상황을 보도하게 되기전, 북한 군인들도 취재 상황을 상부에 보고해야 별 탈이 없을 것이다.

 

 

국내 사진기자들이 자유롭게 북한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는 장면은 위에서 말했듯이 오두산전망대와 남북출입사무소 딱 두곳 뿐이다. 공동경비구역 판문점과 도라산전망대 취재는 통일부와 국방부의 권한 밖이다. 한미연합사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판문점과 도라산전망대의 취재 허가는 까다롭다. 국내 북한 뉴스의 경중을 떠나서 한미연합사의 상황에 따라 출입이 허용된다. 출입 허가 날짜는 대부분 국내 북한 뉴스의 흐름과 상관없이 이루어진다. 별다른 북한 뉴스가 없더라도 국내 언론사 사진기자들은 판문점 취재일정이 나오면 판문점에 들어간다. 지면에 개재될 가능성이 없더라도 계속 출입하지 않으면 필요할 때 판문점 출입 허가를 받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판문점에서 바라본 북한. 김일성 사적(붉은 글씨 기념비) 뒤로 개성공단이 보인다. 북한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포착할 수 있는 곳이 판문점이다.

 

 

판문점과 도라산전망대의 출입이 까다로운 것은 전시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에 있기 때문일까?

 

알 수 없다.

 

전시작전통제권은 한반도 유사시 대북정보태세인 '데프콘' 3단계가 발령되면 미군 4성 장군이 맡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에게 통제권이 넘어간다. 하지만 평시에는 우리 군당국이 작전통제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때문에 평상시에 개성공단을 관측할 수 있는 도라산전망대와 판문점 출입을 한미연합사측이 불허하는 것은 과도한 남용인듯하다. 국내 언론과 한미연합사측의 대화 채널도 불분명해 이런 불만사항을 타진하기도 어렵다.

 

 

 

남북출입사무소를 출발한 차량들이 개성공단으로 향하고 있다. 도라산역 인근 도라산전망대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개성공단을 조감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혹자는 매번 보는 비슷한 사진일거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때마다 보게되는 비슷한 장면 조차도 한미연합사의 통제하에 관측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을 통제하고 있는 지금, 사진 뉴스는 도라산전망대에서 찍는 개성공단의 모습이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전망대에 오를 수 없는 국내 사진기자들은 남북출입사무소와 사무소 입구 통일대교에서 도로표지판 등 직접 연관 없는 피사체를 활용해 사진 뉴스를 만들어낸다. 우리에게 개성공단을 볼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것이다.

 

 

 

남북출입사무소 앞에 위치한 통일대교로 차량이 빠져나오고 있다. 개성공단의 불투명한 미래를 표현하기 위해 도로 구조물을 이용해 촬영했다.

 

만약,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일이지만,

전면전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나는 종군사진기자가 될 것인가?

자신 없다.

평상시에도 북한을 포착할 수 있는 여건이 어려운데,

전시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에게 넘어간 상황이라면 더 어려울 것이다.

 

솔직히,

종군기자....

무섭다.

 

 

북한 개풍군에서 모내기가 한창이다. 일반인도 출입이 자유로운 오두산전망대에서 2012년 봄에 촬영했다.

 

2013. 4. 6.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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