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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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시작, 온평리

김창길 2015. 5. 7. 22:03

 

 

 

 

 

 

제주도의 시작은 온평리다. 성산일출봉 남쪽 해안가 마을인 온평리에서 탐라국 삼신인이 벽랑국 3공주와 혼례를 올렸다. 한라산 북쪽에서 살던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 삼신인이 온평리 해안가로 떠내려온 궤짝을 열어보니 벽랑국 공주가 3명 있었던 것. 공주들은 탐라국 삼신인에게 곡식의 씨앗과 망아지, 송아지를 선물했다.

 

 

 

 

 

 

삼신인은 연못 앞 동굴에서 신방을 차렸다. 입구는 하나인데 세 개의 아기 동굴이 딸려 있다. 해안가 선녀탕에서 목욕재개한 삼공주는 연못에서 정안수를 떠놓고 기다리는 삼신인과 혼인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결혼 아닐까? 수렵생활을 하던 탐라국이 벽랑국 삼공주 덕분에 농경을 시작했다.

 

 

 

 

 

 

바닷가에서 바라본 온평리 해안가는 여자의 음부를 닮았다한다. 삼공주를 실은 궤짝이 이곳에 도착할 때 황금빛 노을이 바다를 물들였다해서 '황루알'이라 불렀다. 황루알 해변을 중심으로 마을 해안가는 6km에 달한다. 제주 해안가 마을 중에서 제일 긴 바닷가를 갖고 있다. 해안가가 길어서 그런지 용암석으로 쌓아올린 환해장성도 일부 남아있다. 바다로부터 침입해오는 적을 막기 위해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쌓은 성곽이다. 탐라의 만리장성이다.

 

 

 

 

 

 

탐라국 건국신화라는 큰 스토리를 갖고 있는 온평리에는 훈훈한 요즘 이야기도 갖고 있다. 폐교 위기에 몰렸던 마을 초등학교가 마을 사람들의 노력으로 살아났기 때문. 온평초등학교로 전학오는 학부형들을 위해 동네에서 셋방을 마련해주었다. 온평초등학교는 50여년 전에도 학교가 문을 닫을 뻔했는데, 해녀들의 도움으로 되살아났던 학교다. 화재로 교실이 불타버렸는데, 해녀들이 미역을 팔아 교실을 다시 만들었다. 그래서 한때 마을 앞바다를 '학교바당'이라 불렀다. 학교바당에서는 지금도 250여명의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성산일출봉에서 시작한 올레길이 온평리를 지난다. 환해장성이 둘러진 해안가에는 바닷가 정취를 만끽하며 달릴 수 있는 자전거 도로도 섭지코지까지 이어진다.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일주도로도 마을을 지난다. 그냥 지나치기 쉽상이지만 마냥 지나치기 아쉬운 마을이다.

 

 

 

 

 

 

2015. 5. 제주 온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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