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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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를 걷다 (차마고도 vol.1. - 운남역관)

김창길 2012. 11. 11. 21:01

 

차마고도 끝자락 샹그릴라. 티베트어로 '내 마음 속의 해와 달'라는 뜻의 샹그릴라는 중국 윈난(雲南)성 디칭(迪慶) 티베트자치주에 속한다.

 

크로드보다 200년이나 앞서 1세기경 만들어진 차마고도(茶馬古道).

중국 서남부의 특산물인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기 위해 형성된 인류 최고(最古)의 무역교역로다.

길이 5,000㎞, 평균고도 4,000m에 달하는 이 고대 무역로는 이제 흔적만 남았다. 

 

 

운남역관 입구

 

차마고도는 당·송 시대를 거치면서 번성하였으며 이후 네팔, 인도, 유럽까지 연결됐다.

1000년 전 티베트 불교가 티베트의 주도인 라싸[拉薩]에서 윈난·쓰촨 지역으로 전래되기도 했다. 

설산(雪山)들과 아찔한 협곡으로 이어지는 차마고도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

진사강[金沙江], 란창강[瀾滄江], 누강[怒江]을 연결하는 수천㎞의 아찔한 협곡은 

삼강병류 협곡(Three Parallel Rivers of Yunnan Protected Areas)이라 불린다.

2003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차마고도를 지나던 마방들이 쓰던 안장들. 둥글게 압착한 보이차는 오래될수록 떫은 맛이 사라지고 향기가 오래 지속된다.

 

차마고도를 따라 물건을 교역하던 상인 조직을 마방이라고 불렀다. 

수십 마리의 말과 말잡이인 간마런으로 이루어진 마방들이 교역하던 품목들은 차와 말 외에 소금, 약재, 금, 버섯류 등 다양했지만 그중 제일은 보이차다.

 

보이차는 중국 서남부 소수민족이 마셨던 발효 흑차다.

윈난성 등 여러 지방에서 생산된 차는 푸얼현(普洱縣) 차시장에서 모아 출하하기 때문에,

푸얼차[普洱茶]라 불리기도 한다.

푸얼차는 윈난성에서 생산되는 차잎을 햇볕에 건조시킨 모차(母茶)다.

윈난성 차의 출하량이 부족해 쓰촨성, 베트남,  타이 등지의 차엽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이런 차를 변경 보이차라고도 한다.

티베트인들은 마방들이 싫고 온 보이차의 맛에 흠뻑 빠져들었다.

 

 

지게를 짊어지고 돌길을 걷는 아낙네.

 

윈난성 수도 쿤밍 서쪽 260㎞ 지점에 위치한 운남역관은 차마고도의 주요한 교역로 3곳이 뻗어나가는 첫번째 관문이다.

운남역관은 역사(휴게실), 마구간, 객점(숙소) 등 차마고도의 유적이 가장 잘 보존돼 있다.

명대에 가장 번성했던 이 지역은 20세기초 교역중심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현재는 농업이 주요산업이다.

 

 

운남역관 입구 들판에서 어린이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마을 역관에는 '옛날의 영광은 사라지고,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는 액자가 걸려있다.
현재의 운남역관은 농민들이 살고 있는 조용한 촌락.

지게를 짊어진 아낙네들과 리어커를 끄는 사내들이 옛 차마고도 돌길을 지나고 있다.

 

 

 

 2009년 8월. 차마고도 운남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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