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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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에피소드 - 장이모 감독의 인상여강

김창길 2012. 12. 11. 22:26

 

인상여강 현지인 배우들이 차잎을 가득 싫은 광주리를 짊어지고 산길을 오르고 있다.

 

차마고도 옥룡설산 운산평 아래는 대형 야외극장이 있다. 이 극장은 지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연출한 '장이모' 감독의 야외극이 펼쳐지는 곳이다. 첸 차이거와 함께 대표적인 중국 5세대 감독으로 꼽히는 장이모는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1987년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영화계에 데뷔한 인물이다.

 

 

뒤로 보이는 옥룡설산을 배경이 된 야외극장에서 윈난성 현지인들이 호탕한 마방을 연기하고 있다.

 

장이모 감독은 중국에 첫 노벨문학상을 안긴 작가 '모옌'의 소설 '홍까오량 가족'을 바탕으로 영화 붉은 수수밭을 만들었다. 베를린 영화제 수상으로 유명세를 탄 장감독은 메이저 영화사 미라맥스의 제작비 3500만달러가 투입된 무협영화 '영웅'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이루기도 했다. 이연걸, 장쯔이, 장만옥 등 톱스타가 출연하는 영웅은 장이모를 모르는 사람들도 영웅을 보게 만들었지만, 너무 대중적인 영화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어떤이들은 천화통일을 꿈꾸는 영웅의 이야기가 중화사상을 합리화하려는 한족의 논리가 투영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나시족 집안에서 결혼한 딸을 보내는 안타까움을 표현한 장면.

 

장이모 감독의 인상여강은 스펙타클하다. 언뜻 생경맞게 느껴지는 야외무대이지만 수백명의 출연진들이 펼치는 연기에 빠져들다보면 실제의 옥룡설산 옛 이야기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진다. 연기자들도 모두 현지인들이다. 특별한 주인공이나 대사가 없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지만, 전문 배우가 아닌 현지 소수민족들이 연기한다고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공연 마지막 무렵 북춤을 연기하는 현지인들.

 

옥룡설산이 배경이니만큼, 차마고도의 이야기도 나온다. 차 농사를 짓는 아낙네의 고달픈 삶과 마방들의 모습. 특히 마방들은 말들을 타고 원형무대를 돌며 서라운드 시각효과를 연출한다. 무대 양 옆에 영어 자막으로 공연의 이해를 돕는데, 요듬은 한국 관광객들이 많아 한국어로도 나온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두가 기립박수다. 스케일이 다르다. 나도 모르게 관객들과 일어서서 박수를 쳤다. 공연이 끝난후 관객들은 현지 배우들과 기념사진도 찍는데, 차마 그것까지는 하지 못했다.

 

 

 

2009년 8월 차마고도 옥룡설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