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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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No Photo!

김창길 2015. 3. 22. 10:48

 

 

인도를 탈출해 케냐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아프리카 대륙에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동물의 왕국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 인근 '마이마유(온천지, hot spring)' 시골 마을에 모바일 입출금 서비스인 Mpesa 상점이 보인다.

 

 

 

케냐 수도에 위치한 나이로비 국제공항. 듣던대로 공항 규모가 국내 버스터미널 수준이다. 그래도 우습게 보면 안된다. 자료를 수집한 결과, 부패한 경찰과 공항직원들이 외국인들에게 돈울 요구한다고 한다. 꼬투리를 잡히면 안된다. 기자라고 밝히면 더 복잡해진다.

 

"왜 왔죠?"

입국비자심사를 맡은 여성 공향 요원이 미소를 지으며 물어봤다.

'어라, 웃네. 잘 통과되겠지....'

"여행. 사파리! 동물의 왕국, 사파리!"

뭐가 잘못됐나? 공항 요원이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꺄우뚱 거렸다.

"이상하네요, 관광하러 온거같지 않은데..... 케냐에 아는 사람 있어요?"

, 이래 이 여자!’

"오후, 코오스. 내 직장 동료 여기 마중나와 있어."

공항 요원 고개를 또 꺄우뚱거린다.

"관광하러 왔다면서 왜 직장 동료를 만나요?"

, 대답이 좀 그랬나. 머리를 굴려라.’

", 내 직장 동료가 휴가를 먼저 내서 와있어."

뭔가 잘 안될것 같아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 휴가 온거같지 않은데..... 50달러!"

이런, 공개적으로 돈을 요구하네, 이 부패한 여자 공항 요원!

"50달러!"

화난 눈빛으로 공항 요원을 노려보자, 뒤에서 기다리던 후배가 말한다.

"선배, 50달러 맞아요! 입국비자비 50달러에요."

, 그랬군.

 

 

 

 

나이로비 도심 외곽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

 

 

 

공항을 빠져나와 나이로비 도심에 도착했다. 소매치기와 강도를 만날 위험이 많은 곳이라 길을 걸을 때 지그 재그로 움직여야한다는 케냐 주재 코트라 직원의 보고서가 있다. 두리번 거리지 말고 빨리 걷자!

 

세계 도시 취재 중 케냐는 IT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동물의 왕국 아프리카의 IT도시! 근사한 주제다. 그런데 문제는 이 IT도시가 초기 단계라 땅파기 작업중이란거다. 나이로비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콘자라는 계획도시인데, 공사장 이미지로 IT 도시를 표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안으로 나이로비 시민들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담아보려 마음 먹었다.

 

"찰칵, 찰칵, 찰칵!"

포토제닉한 차림새의 흑인 남성이 전화를 하고 있길래, 셔터를 세번 눌렀다.

"헤이 맨!, 노 포토!"

뒤에서 경찰 같은 복장의 흑인 남성이 막아섰다.

"경찰에 체포됩니다! 허락 받지도 않고 사진 찍지 마세요!"

뭐야, 이 험한 분위기는. 건물 보안 요원이었는데, 자기를 찍는 것도 아닌데 앙칼지게 간섭한다. 기분 나쁜 표정을 짓자, 동행한 현지 한국인이 끼어들며 나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케냐 사람들 사진 찍는거 싫어한단다. 기자라고 밝히면 일이 더 복잡해지니까 숨어서 몰래 찍으란다.

낭패다. 보통 거리 스케치는 풍경이 괜찮은 곳에 자리잡고 좋은 장면이 연출될 때까지 기다려야하는데, 숨어서 찍으라니. 하지만 어쩔수 없다. 괜한 시비로 경찰까지 개입되면 일이 더 복잡해진다. 돈을 좋아하는 경찰이라니까.

 

 

 

나이로비에서 뭄바사 방향으로 90킬로미터 떨어진 IT도시 콘자 건설현장. 뒷편에 보이는 나무 옆에 작은 점들이 얼룩말이다.

 

 

콘자 담당 정부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차로 이동하며 거리 사진을 찍기로 했다. 셔터 스피드를 올리고, 휴대폰 상점과 휴대폰 통화 중인 흑인들을 대상으로 셔터를 눌러댔다.

"선배, 차 안에서 사진 찍는 것도 보이나봐요. 주먹질을 하면서 달려드네요."

차가 움직이고 있으니 망정이지, 걷고 있었다면 한대 맞고 카메라도 빼앗길뻔했다.

 

보안 검색을 마치고 정부 청사 건물에서 담당 국장을 기다렸다. 국장이 차가 막혀서 늦는단다.

'이런, 다시 오기 힘든 나라인데, 여기 앉아서 시간을 허비해야하다니...'

한 시간을 기다렸을까, 직원이 나와서 차를 마시며 30분만 더 기다리란다. 미안한 표정은 없다. 당당하다. 차가 막히니 어쩔 수 없다는거다.

"차는 왜 안줘요?"

", 사무실 중앙 로비에 있으니까 취향대로 드세요."

'뭐야, 이사람들. 자기네 나라 기사 써준다는데 태도가 뭐 이따위야!'

약속시간 2시간이 지나자 담당 국장이 나타났다. 역시 미안한 표정은 없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려하자 국장이 사진 찍자고 한다.

"인터뷰할 때 찍었어요."

그러자 그 장면 말고 콘자 배너 이미지를 배경으로 찍어보자고한다. '이런, 그건 내 맘이지. 당신네들 사진 찍히는거 안좋아하자나!'라며 화를 버럭 내고 싶었다.

"오흐, 코오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었다. 다음 날, 이 사람들 도움으로 현장에 가야하기 때문에 사이좋게 지내야한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 도심

 

 

일을 마치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에 도착했다. 60대 초반의 부부가 운영하는 민박집인데, 숙박객이 모두 한국인들이다. 민박집 사장에게 물었다.

"케냐 사람들 왜 이리 사진 찍히는거 싫어해요?"

"글쎄요. 옛날에는 영혼이 뺏긴다고 생각해서 싫어했는데, 요즘은 돈 주면 웃으면서 같이 기념사진 찍는다는데요."

이런, 경찰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돈을 밝히는구나.

 

오랜만에 한국 음식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우간다로 간다던 한 아저씨가 권하는 소주 몇 잔을 마시니 잠이 잘 올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

"위이이잉...."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에 모기가 있다. 황열병의 천국 아프리카에서 모기에 물리면 큰일이다. 아껴둔 뽀로로 모기접근방지 스티커를 커내 몸에 붙이고 모기장을 쳤다. 침대 위에 올리는 모기장인데, 모습이 마치 공주 침대 커텐을 두른거 같다. 머쓱했지만 어쩔 수 없다.

 

3일간의 케냐 취재를 마치고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에 올랐다.

"당신네들, 왜 이렇게 사진 찍히는거 싫어해요?"

택시 기사에게 물었다.

"글쎄요. 이유는 몰라요. 사진 싫어하는건 맞아요."

공항 입구에서 경찰이 택시를 막아섰다. 차량 검문검색이다. 트렁크를 열고, 여기 저기 뒤적거린다. 인도에서와 마찬가지로 떠나는 날도 곤욕이다. 다행히 큰 문제없이 통과됐다. 공항에 도착한 택시 기사가 말했다.

"경찰이 돈을 좋아해요."

그래 나도 돈 좋아. 근데 너희 케냐 사람들 사진도 좀 좋아해라!

 

 

사파리 캣츠 쇼

 

 

2015. 1. 케냐 나이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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