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들이 마누라만큼 자주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취재차를 운전하시는 분들이죠. 나이가 많으시면 작은 아빠, 좀 젊다 싶으면 큰 삼촌만큼 나이 지긎하신 분들입니다. 현장에 있어야만 하는 사진기자들을 취재 최전선으로 진입시켜 주시는 분들이죠. 지방에 갈 때면 잠자리도, 배고픔도 같이 느끼면서 뉴스를 생산해내는 숨은 일꾼들입니다. 그러다보니 가끔 속 깊은 이야기도 합니다.

 

"아이고, 벌써 찬바람이 부네."

"그러게요, 형님 옆에 두고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시간 참 빨리 가요."

"하루 하루는 늦게 가. 근데 한 해는 이리도 빨리 가는지."

"운전하다 위험할 때 형님이 급 브레이크 밟아버리듯이 멈출 방법은 없어요?"

"브레이크 밟으려고 발버둥쳤는데 지금 이모양이 됐네."

 

짧은 대화였지만, 몸이 말하는 언어였습니다. 그리고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올랐습니다.

 

'두목, 내가 어렸을 때 내일이면 죽을 것 같은 한 노인네가 밭을 갈고 있는 걸 보았어요. 그래서 물어봤죠. 결실을 못 볼수도 있는데 뭘 그리 열심히 밭을 일구시냐고. 그러자 그 노인이 대답했어요. 난 항상 100년을 살 것처럼 하루 하루를 산다네. 그래서 내가 그 노인네한테 대답했죠. 나는 내일 죽는다 생각하고 오늘을 산다고.'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이 모범 답안을 따라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조르바처럼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지금 이순간에 충실한 것이 오히려 정답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기적이고 찰나적이기에 영원히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2017년에 찍은 사진들을 되돌아 봤습니다. 정답이 아닌 B컷으로요.

 

 

 

 

지난 2월에 찍은 사진입니다. 거짓말하는 피의자, 거짓말할 줄 모르는 그의 등.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던 한 사내의 초라한 뒷모습입니다. 아직도 그의 몸은 오랏줄에 묶여 있습니다.

 

 

 

 

 

 

3월에 찍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모습입니다. 대통령은 탄핵됐고, 초상화가 걸릴 자리는 아직 빈 자리로 남아있었습니다.

 

 

 

 

7월 일본군위안부해결을위한 정기수요집회 사진입니다. 외국인 여성활동가들이 집회에 참가했죠. 우리네 할머니를 '그랜드 머더'가 아닌 '할모니'로 쓴 손 피켓이 애잔했습니다.

 

 

 

 

 

혹한기 만큼 힘든 혹서기인 7월 말의 풍경입니다. 몸은 더웠지만 눈은 시원했던 순간이죠.

 

 

 

 

정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 판문점의 모습입니다. 64년이나 흘렀으니 이제 정전이나, 휴전이 아닌 평화협정이 쳬결되기를 고대합니다.

 

 

 

 

 

10월의 그날은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 열렸습니다. 마치 마른 걸레로 닦아놓은 하늘 같았죠.

 

 

 

 

작년 가을부터 단풍을 쳐다보기 싫었습니다. 곱게 물든 단풍에 감상에 젖는 내 나이가 싫었기 때문이죠.

 

 

 

 

 

문제의 사진입니다. 취재차를 운전하는 형님과 이야기하며 그리스인 조르바를 떠올린 그 즈음이었죠. 별수 있겠나요? 나이는 악마나 물어가라고 호탕하게 말해야겠죠!

 

 

201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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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