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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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해녀

김창길 2016. 9. 26. 16:37

 

 

세화 해변

 

 

 

9월 늦더위에 딸 아이와 함께 제주 구좌읍 세화 해변을 찾았다. 제주도 동부 해변에서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해변이다. 갯바위에는 보말, 소라게가 우글거리고, 밀물이면 새하얀 백사장이 펼쳐진다. 지난 8월에는 스노쿨링을 하면서 광어 세끼 한 마리도 손으로 잡았다.

 

 

 

뿔소라 숯불구이

 

 

 

해녀박물관이 있는 세화리에는 매년 해녀축제가 열린다. 2016년에는 9월 24, 25일 양 이틀간 열렸다. 해녀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세화리 일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소라, 게, 문어 등을 맨손으로 잡는 바릇잡이, 맨손으로 광어 잡기, 태왁만들기 강연, 새내기해녀 물질대회 등 해녀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이다. 축제를 즐기는 동안 성게 국수, 소라 구이, 한치 파전 등 해녀들이 만든 값싸고 맛있는 해물 요리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새내기 해녀의 오리발

 

 

 

법환 해녀학교 새내기 해녀들의 물질 대회를 구경했다. 주황색 태왁(해녀들이 잡은 소라, 전복 등을 넣는 꾸러미의 부표)은 모두 똑같지만 차림새는 제각각이다. 스킨스쿠버 잠수복에 물안경도 다양했다. 아직 물질이 익숙하지 않아 무거운 뽕돌(연철, 납덩이)을 허리에 차고도 자맥질이 쉽지 않았다. 어떤 새내기는 바닥에만 집중했는지 바로 앞 갯바위에 부딧치기도 했다. 그래도 해녀인지라 여기 저기서 '피히이이'하는 숨비소리도 들린다.

 

 

 

갯바위에 걸려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새내기 해녀

 

 

한수풀 해녀학교 새내기 해녀 물질대회에는 해남도 등장했다. 정말 해남이 될거냐고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카메라를 들이대자 웃으면서 손으로 브이자를 날린다. 스노쿨링 장비를 갖춘 새내기 해녀도 태왁을 끌고 바다에 들어갔다.

 

 

 

태왁 망사리 안에 수확물을 살펴보는 해녀들

 

 

 

외지인의 눈에 해녀는 신비로운 바다의 여인이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바다를 택했던 제주 해녀들 본인은 그들의 일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기 싫어한다. 딸 아이와 같은 반 친구 할머니는 아직도 온평리 앞바다에서 물질을 한다. 하지만 그 해녀의 딸과 손녀는 바닷가에 오지 못하게 한다. 딸 아이 친구는 초등학교 3학년인데, 태어나서 단 한번도 바닷가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한수풀 해녀학교 새내기 해녀와 해남

 

 

 

제주도는 해녀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해녀 축제는 그 노력의 일환으로 열린다. 굳이 유네스코에 등록돼지 않아도 제주 해녀는 육지인의 눈에 신비롭기만 하다.

 

 

 

 

 

2016. 9. 24. 세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