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남자에게 꽃이란 본문
장미
남대문 대도 꽃도매상가는 오후 3시에 문을 닫는다.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은 오후 4시.
너무 일찍 문을 닫는다고?
개점 시간을 알면 그런 불평은 못할거다.
새벽 3시에 문을 열기 때문.
도매상 특성상 새벽에 문을 연다.
점심 먹고 문을 닫아도 그만이지만 오후에 찾아오는 소매 손님들을 위해 3시까지 문을 연다.
오늘(2월 13일)은 졸업 입학을 앞둔 손님들이 많아서인지
상가 운영시간을 1시간 연장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프리지어
졸업 입학 시즌을 알리는 사진 뉴스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10여년간 꽃도매상가를 종종 방문했다.
거친 시장 상인들을 상대해야하기 때문에 꽃시장 취재는 그동안 달갑지 않았다.
꽃이 예쁜지도 몰랐다.
하지만 올해는 느낌이 달랐다.
화사한 색감과 다양한 꽃잎 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뉴스 앵글로 꽃시장을 취재한 후, 갖고 싶은 이미지를 몇 장 만들었다.
안개꽃
남자가 꽃이 좋아지는 건 나이 때문일까?
칠순이 가까운 내 아버지는 몇 년전부터 집안에서 꽃을 가꾸신다.
어머니와 함께 사는 작은 아파트 거실은 화원을 방불케한다.
꽃을 찍다보니 나도 꽃이 좋아진다.
하지만 마누라를 위해 꽃을 살 수는 없다.
아무리 마누라를 좋아한다한들 꽃을 들고 퇴근할 수는 없다.
꽃 들고 퇴근하는 직장 남성인을 누가 쳐다보겠냐마는, 남자는 창피하다.
그러니 여자들아 남자들에게 꽃다발을 요구하지마라.
당신이 덜 좋아서 못 주는게 아니라 꽃을 들고 퇴근하는 그 순간이 남자들에겐 고역이다.
카내이션
2013.2.13. 남대문 꽃도매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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