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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폐광산이 그대로 남아 체험관이 됐다. 광부들이 지옥의 문이라고 부르던 수직갱 조차장에서 어린이들이 손뼉치며 웃고 있다. 목욕탕, 탈의실, 세탁실은 광부들의 치열했던 검은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석탄역사체험관으로 탈바꿈한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동원탄좌 이야기다. 동원탄좌 석탄역사체험관에 눈이 내린다. 체험관 뒤로 56년동안 캐낸 석탄 폐석이 쌓여 검은 야산이 됐다. "동원탄좌가 사라지면 사북 56년의 역사가 사라집니다." 석탄유물보존회 전주익 기획팀장이 동원탄좌 역사에 대해 운을 뗐다. 1948년 채탄을 시작한 동원탄좌는 아시아 민영 최대의 석탄회사였다. 두 차례 오일 파동으로 에너지 수급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광부를 산업전사라 칭송했다. 한 때 5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석탄으로 먹고 살았다. 동네 ..
검디검은 선탄장에서 달그락 달그락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고 있다. 눈만 내놓은 광부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석탄을 걸러내고 있다. 작년 간다 올해 간다 석삼년이 지나고, 내년 간다 후년 간다 꽃 같은 청춘 탄광에서 늙었다. 기차 떠날 적에 고향 그리워 울고, 막장 삽질하니 땀방울이 핏방울이다. 문어·낙지·오징어는 먹물이나 뿜지, 광부의 목구멍에는 검은 가래가 끓는다. 광부아리랑이 흐르는 강원 태백시 철암동 탄광마을 이야기다. 거짓 간판이다. 궁원 다방, 단란주점 젊음의 양지에는 아가씨들이 없다. 광부들이 놀던 상점들은 이제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탈바꿈해 관광객들이 놀고 있다. 지금의 연탄은 가난을 말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광부증 들고 다니는 사내는 장가가는 것이 쉬울 정도로 인기 많았다. 우리나라 기간산업이 ..
하늘 아래, 구름 위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망경대산 싸리재에서 모운동 마을 주위로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구름처럼 모여든다'라는 말뜻이 무언지 실감한다. 구름이 쉬어가는 첩첩산중에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인생 막장에야 찾아온다는 탄광은 가방끈도 짧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 필부들에게 가장 노릇할 수 있는 좋은 직장이었다. 두손 두발만 있으면 돈을 캐낸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해발 1000미터가 넘는 망경대산 7부능선 산꼬라데이(산골짜기)를 넘어왔다.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주문2리 옛 탄광촌 모운동마을이다. 동화속 주인공같다는 마을 이장의 농담에 할머니들이 웃고 있다. 탄광촌 50여년의 흥망성쇠를 지켜온 광부의 아내들이다. “여기 시집온 색시들은 첫날밤에 네 번 놀래요.” 2살 때 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