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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용눈이 오름 정상에서 두 여인이 다랑쉬 오름을 감상하고 있다. 장마다. 그래도 제주에 갔다. 남태평양같은 바다를 바라볼 수는 없지만, 장마기간 제주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오름 오르기. 용눈이 오름 내리막길에 손바봉 등 제주 동북의 오름들이 보인다. 368개나 될 정도로 제주는 오름 천국이다. 한라산 기생화산인 오름은 노약자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완만한 오름도 많다. 이름도 예쁜 용눈이 오름에 올랐다. 제주 북동부 오름 중 손에 꼽히는 오름이다. 용눈이 오름 정상 용눈이 오름은 장마 기간에 올라도 좋다. 물영아리 오름처럼 나무 그늘이 없기 때문에 뙤약볕에 오르면 힘이 든다. 큰 비가 아니라면 우산을 들고 올라도 좋을 만큼 완만한 경사가 이어진다. 해발 247.8m다. 중산간에 있으니 실제 등반 ..
장마 하늘은 변화무쌍하다. 아침부터 해질 녘까지 쉴새없이 바뀌는 하늘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 나에겐 장마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성질이 무척 다른 두 기단이 충돌하면 하늘에서도 전투가 벌어지고 전선이 형성된다. 장마전선은 우리나라에서 1년 중 가장 치열한 공기의 전쟁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것처럼, 장마전선은 한반도 위아래를 훑어간다. 전선의 위치에 따라 한반도의 하늘은 흥망성쇄를 겪는다. 사진들은 장마전선 남쪽에서 바라본 하늘인데, 경향신문사 옥상에서 바라본 파노라마다. 높은 하늘이 으뜸이라는 가을 하늘이라지만 장마 하늘은 평소 느낌과 다른 꽤 근사한 풍경을 선사한다. 손에 잡힐 듯이 낮게 깔리는 장마 구름은 하늘이 그리 높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마치 높은 산에 올라 구름을 바라보는 것처럼. 이륙하는 비..
오늘(7월3일)부터 장마가 시작됐다. 한동안 눈이 즐거울 것이다. 작년부터 비오는 날, 여성들의 우중 패션을 보는 재미가 생겼다. 원색의 장화를 신고 예쁜 우산을 받쳐들고 걷는 여성들의 모습이 상쾌하다. 촉촉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왠지 재밌는 일이 내게 일어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광화문 사거리? 명동? 종로거리? 어디에 가서 비오는 장면을 사진에 담아볼까 고민하다 이화여자대학교로 향했다. 이대는 일단 젊은 학생들이 들고 다니는 각양각색의 우산들을 많이 구경할 수 있어 좋다. 이대 교정의 비오는 모습은 두 가지 분위기가 느껴진다. 캠퍼스 내의 신록(가을이면 단풍)은 서울 도심의 답답한 분위기를 전환시켜 줄 수 있다. 다른 한가지 분위기는 이대 복합단지 건물이 내뿜는 수직의 풍경이다. 2..
광화문 2013.7.2. 긴 마른장마가 끝나고 한 주시 시작되는 월요일(2일) 출근시간부터 많은 비가 쏟아졌다. 멋쟁이 여성들이 형형색색의 장화를 신고 출근하고 있다. 장화를 신은 그녀들의 발걸음은 경쾌하다. 물이 고인 곳도 첨벙첨벙, 그녀들의 발걸음은 거침없다. 장대비를 표현하는 고전적인 소재를 벗어나 그녀들의 발걸음 리듬에 맞춰 셔터를 눌렀다. 광화문 2013.7.2. 지난 주, 아내도 장화를 사달라 졸랐다. 비 오는 날 며칠이나 되냐며 고개를 꺄우뚱거리자 요즘 장화는 겨울에도 신는단다. 마트표 장화를 추천하자 얼굴이 이그러진다. 천연고무로 만든 장화를 신어야 건강에 좋다나... 브랜드 장화를 원하는 아내와 타협에 들어갔다. 코앞인 아내의 생일 선물로 장화를 사는 것으로 협상은 타결됐다. 광화문 20..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쪽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2008년. 때이른 더위에, 때이른 장마가 찾아 온다. 큰 맘 먹고 부모님에게 에어컨을 설치해드렸다. 바람만 나오면 된다며 싼 거 보내라던 부모님이 디자인이 예쁘다며 박수를 친다. 내가 생각해도 좀 과한 에어컨이다. 복잡한 작동법은 내가 봐도 모르겠다. 요즘 에어컨 리모컨 버튼이 너무 많다. 서울역. 2012년. 부모님 집에 에어컨이 도착한 날, 우리집 에어컨에 전원 버튼을 눌렀다. 작동이 되지 않는다. 실외기가 먹통이다. 지난 겨울, 까치 한 쌍이 나뭇가지들을 부지런히 에어컨 실외기 쪽으로 나르더니 둥지를 틀었다. 까치를 보며 좋은 소식을 가져다줄거라며 아내와 기뻐했다. 그런데 좋은 소식은 커녕, 녀석들이 실외기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후로 에어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