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제주의 신령한 숲 본문
제주도의 신령한 산이 한라산이라면, 숲은 사려니숲이다. 사려니는 '살안이' 혹은 '솔안이'로 불리는데 '살', '솔'은 신령한 곳을 말한다.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사려니오름에서 물찾오름을 거쳐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비자림로까지 이어지는 15km의 숲길은, 거짓말을 약간 더해 태고의 신비함을 갖추고 있다.
사려니숲길은 비자림로에서 붉은오름까지 이어지는 10km 구간만 걸을 수 있다. 지난 2002년 지정된 제주 생물권보전지역에 위치한 사려니숲의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서다. 하지만 1년에 1번 2주동안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구간과 성판악 탐방로를 개방하는데, 사려니숲 에코힐링 행사 기간이다.
에코힐링 행사 기간에는 출입금지된 사려니오름, 물찾오름, 붉은오름도 개방된다. 물찾오름은 앞으로 3년동안 출입이 통제된다. 오름 정상에 한라산처럼 물을 간직한 산정호수가 있는 물찾오름은 식생 복원상태가 좋지 않아 자연휴식 기간이 늘어났다.
1년에 한번 개방한다는 월든삼거리에서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10km 구간을 걸었다. 많은 탐방객들이 주로 시작하는 비지람로 입구에 비하면 좀 힘들고 지루한 코스다. 특이한 향내를 내뿜는 화산 송잇길도 없고 돌길과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하지만 사려니오름 직전에 나오는 삼나무숲 산책로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수령 80년이 넘는 웅장한 삼나무들이 내뿜는 긴장감은 이곳이 정말 신령한 곳이라는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탐방로 끝에서 만나는 사려니오름 또한 이색적이다. 데크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한라산과 사려니숲 중간에 우뚝 솟은 물찾오름과 붉은오름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나무 계단은 700여개가 가파르게 펼쳐지는데, 울창한 삼나무로 뒤덮혀 있다. 계단 중간에는 '삼나무 칠형제'라는 특이한 모습의 나무가 있는데, 언듯 보면 일곱 줄기가 뻗어간 일곱개의 삼나무처럼 보이지만 뿌리가 하나인 귀신나무다.
산책로는 비자림로 입구와 붉은오름 입구 두 곳에서만 입장이 가능하다. 각 코스의 끝에는 사려니숲길을 잇는 순환버스가 운영된다. 성판악, 사려니오름 산책로는 오는 6일이면 다시 통제된다.
2015. 5. 30. 사려니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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