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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검디검은 선탄장에서 달그락 달그락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고 있다. 눈만 내놓은 광부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석탄을 걸러내고 있다. 작년 간다 올해 간다 석삼년이 지나고, 내년 간다 후년 간다 꽃 같은 청춘 탄광에서 늙었다. 기차 떠날 적에 고향 그리워 울고, 막장 삽질하니 땀방울이 핏방울이다. 문어·낙지·오징어는 먹물이나 뿜지, 광부의 목구멍에는 검은 가래가 끓는다. 광부아리랑이 흐르는 강원 태백시 철암동 탄광마을 이야기다. 거짓 간판이다. 궁원 다방, 단란주점 젊음의 양지에는 아가씨들이 없다. 광부들이 놀던 상점들은 이제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탈바꿈해 관광객들이 놀고 있다. 지금의 연탄은 가난을 말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광부증 들고 다니는 사내는 장가가는 것이 쉬울 정도로 인기 많았다. 우리나라 기간산업이 ..
소금장수들이 많이 살아서 염리동이라 불렀다. 옛 서울 마포동 소금머리골에 소금배가 드나들던 소금전이 있었고, 대흥동 동막역에는 소금창고가 있었다. 물론, 현재의 염리동에는 소금장수가 없다. 노후한 밀집 주택가는 재개발지구로 지정됐고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워졌다. 컴컴한 골목길은 무서웠다. 우범지역이라는 오명도 따라붙었다. 2012년까지는 그러했다. 서울시는 범죄예방 디자인 사업을 염리동에 착수했다. 범죄예방 디자인? 범죄에 취약한 지역의 생활환경을 도시 디자인 작업을 통해 안전한 생활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뜬 구름 잡는 설명이다. 염리동을 걸어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저절로 이해된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노란 벽돌길처럼 염리동 골목길 바닥에는 노란 점선이 그려져 있다. 노란 점선 골목길 어귀마다 고유 번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