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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검게 타들어간 허파의 꽈리 (양키시장 vol.1. - 인천 송현동)
츄잉껌, 씨레이션, 시바스, 코냑, 말보로, 바셀린로션, 아스피린, 간스메(통조림), 초콜릿, 비스킷, 레브론 샴푸, 콜게이트 치약, 곰보 모양의 케이스에 담긴 곰보스킨…. 구리무(크림)가 왔다며 북을 ‘둥둥’ 치고 다니던 화장품 장사꾼은 리필용 동동구리무 대신 미제 크림과 스킨을 팔았다. 향이 좋은 스킨 올드스파이스를 향수로 뿌리고 다닐 정도로 양키들의 물건은 냄새부터 달랐다. 미국은 멀리 있지 않았다. 따뜻하게 입고, 달콤하게 먹고, 촉촉하게 바르고, 유혹하는 냄새가 나는 물건들이 바로 미국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삶의 밑천이 없던 이북 피란민들이 미군부대 주변에서 장사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됐다. 미군과 동거하던 양색시와 부대를 출입할 수 있던 한국 군무원들이 풀어놓은 물건들이 거래됐다...
- 찍고, 쓰고
2020. 1. 20. 2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