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찍고, 쓰고 (134)
[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공동경비구역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조선인민군 군인들이 남측의 취재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분계선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판문점 취재는 한미연합사의 허가를 받아 연합사 통제하에 진행된다. 남북한 관계가 날로 경색되고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 입경을 불허하고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 내 외국공관의 철수까지 권고한 상황이다. 북한 뉴스는 통일부, 청와대, 외신 등의 루트로 팩트를 잡아낸다. 종합일간지 사진기자들은 북한 뉴스가 커지면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전망대와 남북출입사무소로 달려가 특이 동향을 포착한다. 내국인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오두산전망대는 당국의 허가 절차 없이 초망원랜즈로 북한 개풍군 마을의 움직임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민간인통제구역안에 자리한 남북출입사무소는 통일부와 담당 ..
3월 말부터 시작된 봄꽃 축제는 4월이면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열린다. 2013년 벚꽃축제 장소와 시기는 다음과 같다. 제주 왕벚꽃축제 (3.29 - 3.31) - 제주도 제주종합경기자 일대 서사리 문화거리축제 (3.30 - 3.31) - 제주도 전농로 벚꽃거리 한림공원 왕벚꽃 축제 (4.6 - 4.21) - 제주도 한림공원 진해군항체 벚꽃축제 (4.1 - 4.10) - 중원로타리 일대 화개장터 십리벚꽃길 작은음악회 (4.6 - 4.7) - 화개장터 일대 모악산 벚꽃 잔이 (4.19 - 4.21) - 전북 김제 모악산 주차장 일대 지산유원지 벚꽃축제 (4.5 - 4.14) - 광주 북구 지산유원지 경포벚꽃잔이 (4.10 - 4.16) - 강원도 강릉시 경포대 일대 순성 매화벚꽃축제 (4.6 - 4.7) ..
《사람을 보다, 시대를 읽다》 제49회 한국보도사진전이 오는 4월 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에서 열린다. 한국보도사진전은 지난 한 해 동안 뉴스의 현장을 지키는 사진기자들이 찍었던 수많은 컷 중 엄선된 사진들이 전시된다. 한국보도사진전을 관람한다는 것은 지난 2012년 한 해동안 이 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될 수 있다. 보도사진전에 꼭 큰 뉴스를 다룬 사진만 전시된 것은 아니다. 뉴스성 보다는 사진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피처 부문도 보도사진의 한 분야다. 가령 독자들에게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스케치 사진은 피처성향이 강하다. 또, 요즘은 사진기자들이 어떤 한 주제를 기획해 장시간 취재하는 스토리 사진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경향신문의 경우 격주로 토요일판에 ..
남도에 봄이 왔다.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에 매화가 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알리는 행사도 이곳 섬진마을에서 열린다. 23일부터 31일까지 9일 동안 '섬진강, 광양 매화, 그윽한 향기 속으로'라는 주제로 열린다나. 매화축제가 열리는 기간, 섬진마을은 관광객들의 차량 행렬이 줄을 잇는다. 봄 진경을 만끽하러 갔다가 교통체증 때문에 짜증날 수도 있다. 올해는 전남 광양의 섬진마을과 하동의 만지마을을 잇는 임시 인도교가 설치돼 교통이 다소 수월할거라한다. 축제 기간을 피해 전후로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섬진마을과 가까운 구례군은 29일부터 31일까지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구례군 산동면 일대는 산수유 최대의 군락지다. 올 축제는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라는 좀 생뚱맞은 주제로 열린다. ..
군수 물자를 싫어 나르던 기차를 배경으로 웨딩사진을 찍은 두 커플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798예술구. 웨딩 사진을 찍는 몇 시간 동안 예비 부부들은 유럽 중세의 공주와 왕자로 변신한다. 왕궁 생활 경험이 없기 때문인지 생전 처음 입어보는 공주 왕자 복장을 한 예비 부부들의 표정은 식은 땀을 흘리게한다. 사진가의 요구대로 애써 포즈를 잡고 표정을 잡아보지만 결과물은 항상 어색한 합성사진 분위기다. 10여년전 내 웨딩촬영의 경험도 마찬가지. 아내가 내가 사진기자라고 밝히는 바람에 사진가는 우리만큼 식은 땀을 흘렸다. 평소 잘 웃지 않는 나도 안쓰러운 사진가를 위해 왕자 연기를 펼쳐보였다. '아무려면 어때, 패키지 웨딩 상품이라 사진을 안찍을 수도 없고 광대가 되보자!' 위 사진은 중국 ..
낮 동안 퍼부었던 폭우가 그치고 물만골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도심 빌딩 불빛보다 화려하지 못하지만 황령산을 은은히 밝히는 물만골의 불빛이 따뜻하다. 부산 황령산 계곡에 자리한 동네다. 예로부터 물이 많이 나는 계곡이라 해서 이런 정겨운 이름이 붙었다. 물만골은 격동의 현대사를 지켜보며 이 땅의 숱한 민초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한국전쟁 때는 전국에서 몰려든 피란민들을 보듬었고, 급격한 산업화 동안에는 뿌리 뽑힌 농촌이주민들의 고향이 됐다. 부산에 큰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쫓겨난 철거민들도 물만골의 너른 품으로 찾아들었다. 물만골의 맑은 물은 외롭고 힘든 서민들의 눈물을 기꺼이 씻어줬고, 타는 목을 축이게 했다. 내일을 살아갈 힘을 보탰다. 물만골 사람들이 폭우에 유실된 하천 축대를 쌓고 있다. 주민..
서울 창경궁 후원의 연못 춘당지는 겨우내 꽁꽁 언다. 2월 하순 춘당지가 녹기 시작하면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곳이 연못가이기 때문. 춘당지가 녹기 시작한 것을 어떻게 안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딘가에서 혹한의 겨울을 보낸 원앙들은 해빙된 작은 춘당지 연못에 모여 봄 단장을 한다. 비싼 망원랜즈가 없더라도 보급형 DSLR이 있다면 원앙의 모습을 예쁘게 담을 수 있다. 수컷 원앙이 암컷의 털을 고르고 있다. 사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동물들은 대게 수컷이 화려하고 멋있다. 깃털 색깔이 으뜸인 원앙도 마찬가지. 이태리 가방 만다리나 덕은 원앙의 화려한 깃털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상품을 생산한다. 원앙은 영어로 mandarin duck. 이태리 가방은 mand..
교동도 어르신들이 대룡시장 황세환(75) 할아버지의 한 평 남짓한 시계수리방으로 들어가고 있다. 40여년전 모습을 간직한 대룡시장을 말해주듯 시계수리방의 괘종시계가 멈춰있다. 인천 강화군 교동도 대룡시장의 시간은 멈추어있다. ‘연지곤지 식품점’, ‘돼지네 식당’, ‘임득남 미용실’ 등 예쁜 이름의 간판을 단 상가 건물은 50여년전 그 모습 그대로다. 북한과 지척이라 민간인통제선 지역으로 묶인 탓에 교동도는 개발에 뒤쳐졌다. 한국전쟁으로 피난 온 실향민들은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하나 둘 섬을 떠났다. 농사를 짓던 원주민들도 교육 때문에 자식을 떠나보냈다. 빈집이 늘어나 한산한 지금의 대룡시장은 시장이라 부르기 쑥스러울 정도. 몇몇 남아 있는 상가들만이 쓸쓸히 시장을 지키고 있다. 세월의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