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 본문
예테보리 스텐피린 부둣가에서 자전거를 타던 시민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스톡홀름에 이은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Gothenburg)는 예타강이 흐르는 수변도시다. 북방의 사자로 불렸던 '구스타브 아돌프 2세'가 17세기에 만든 도시다. 유럽에서는 '예테보리' 보다는 '고텐부르크'라고 많이 부르는데, 고텐부르크는 북방 게르만족인 고트족이 사는 성이란 뜻이다. 8월의 예테보리는 상쾌했다. 트램이나 배를 타고 둘러보기 좋다.
시청 앞에 서 있는 구스타프 아돌프 왕이 이곳에 도시를 세우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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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를 잇는 예타강변에는 오랜지색 크레인들이 불쑥불쑥 솟아있다. 'ㄷ'자를 세로로 세운 모양의 거대한 갠트리크레인도 하나 남아있다. 예테보리는 1970년대 세계 두번째로 큰 조선업 지대였다. 4개의 조선소 공장 굴뜩에서는 검은 연기를 연신 내뿜어 예테보리의 하늘을 검은색으로 물들였다. 지옥으로 가기 전의 도시라고까지 불렸다.
예테보리
승승장구를 구가하던 예테보리 조선업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으로 곤두박질쳤다. 또, 무섭게 따라오는 한국과 일본 조선업에 경쟁력을 잃어갔다. 주요 선종인 유조선 수요가 급감하자 전체 조선업 노동자의 5분의 1일 실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웨덴 정부는 몰락 직전의 조선소와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해 조선업의 국유화를 단행했다. 지역 조선소들을 합병해 덩치를 키웠지만 조선업의 몰락은 막을 수 없었다.
번지 점프 대회가 열렸던 갠트리 크레인
현재의 예테보리 도시에는 조선소가 없다. 도시는 지식집약형 미래도시로 탈바꿈했다. 문을 닫은 조선소 부지에 린돌먼 과학단지를 만들고, 공장으로 쓰던 건물은 호텔과 카페로 만들었다. 조선소 도크시설은 요트 선착장으로 바뀌었다. 주민 회의를 통해 남겨둔 에릭스버그(Erigsburg) 크레인에서는 몇해 전 번지점프 대회도 열렸다고 한다.
조선소의 크레인 운명을 주민들이 결정했다? 한국인 정서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예테보리가 지식산업기반의 수변도시로 탈바꿈했던 것은 모두 주민들의 오랜 회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란다. 공항도 그랬고, 사드 후보지로 홍역을 앓고 있는 우리 나라의 모습이 많이 부끄럽다.
립스틱 빌딩과 범선. 바이킹이라 불리는 이 초대형 범선은 호텔과 레스토랑으로 쓰인다.
예타강변 릴라 붐멘(Lilla Bommen) 지역에는 도시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고층빌딩이 있다. 립스틱 모양으로 생겼다고 립스틱빌딩이라 불린다. 예테보리에서 제일 높은 빌딩인데 겨우 22층이다. 그만큼 예테보리의 빌딩들은 고층 빌딩이 없다. 고층 빌딩이 없어 예타강을 품고 있는 수변도시 예테보리는 편안한 느낌이다. 입장료가 없는 예타강 북쪽의 케일러스 공원(Keillers Park) 정상에서도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다.
다양하고 화사한 색깔의 아파트가 예타강변을 따라 이어진다.
립스틱 빌딩 아래는 많은 요트들이 모여 있는 선착장이 있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도시를 둘러보는 Hop On Hop Off 투어가 가능하다. 예타강은 물론, 도심을 파고드는 운하를 따라 예테보리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배는 한쪽으로만 이동하고 바우처를 구입하면 다섯 군데의 정박지에서 마음데로 승하선할 수 있다. 배 운전수가 뒤쪽에서 운전하고, 선미에서는 가이드가 영어로 예테보리를 설명한다.
운하를 따라 가는 Hop On Hop Off 투어
시간과 체력이 허락된다면 강변을 따라 도심을 둘러봐도 좋다. 특히 강북의 에릭스버그 주변 지역은 공장 외관을 갖고 있는 이색적인 호텔과 카페를 구경할 수 있다. 컨테이너항 근처에는 볼보 박물관도 있다. 볼보는 1927년 예테보리에서 탄생했다.
해양박물관 부둣가에 전시된 다양한 배들.
예테보리 도심 곳곳을 누비는 트램
스웨덴 예테보리 201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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