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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겨울을 목전에 두고 가을 사진 세 장을 꺼냅니다. 가을이 겨울에 내려 앉았네 잿빛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에 색의 향연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만추(晩秋)의 삼원색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붉은빛과 주홍빛, 그리고 노란색이 제 몸 바스러지는 줄도 모르고 색을 태우고 있습니다. 성미 급한 겨울 바람이 만추의 삼원색을 시샘합니다. 색의 잔치를 빨리 끝내라며 나뭇가지를 흔들어댔습니다. 후드득 떨어지는 낙엽처럼 제 마음도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아직 가을의 고운 빛깔들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도 영원히 붙잡아 둘 수는 없겠죠? 영하의 바람을 감당할 수 없었던 은행 단풍 하나가 회색빛 코트 털뭉치 둥지에 내려앉았습니다. 가을은 그렇게 잿빛 겨울에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2017. 11. 16. 정동 낙..
해발 1,119m의 산이다. 정상에서 이어지는 주능선에 나무가 없는 밋밋한 언덕이라 민둥산이라 부른다. 민드기봉, 민덕산이라고도 부른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 있다. 산 주능선에 나무가 없는 것은 산나물이 많이 나게 하려고 매년 불을 지르기 때문이다. 화전을 일군 곳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말 한 마리가 마을을 돌면서 주인을 찾아 보름 동안 헤매서 나무가 없다는 전설도 있다. 화전이 금지된 이후 민둥산 자락엔 억새가 자랐다. 화전민들이 억새로 탯줄을 잘랐다는 '아기장수 우투리' 설화도 전해진다. 그 만큼 억센 식물이 억새다. 10월 초부터 민둥산 주능선은 은빛 물결을 이룬다. 억새꽃이 주능선을 따라 굽이친다. 발구덕 마을에서는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억새꽃 축제 기간에는 발구덕 마을에 차량 출입..
단풍 찾아 산을 오르는 계절은 지났다. 추풍에 낙엽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한 사람들, 아마 이번주가 마지막일게다. 도심 고궁이나 학교 캠퍼스에는 아직 가을 풍경이 남아있다. 아직은, 가을이 떠나지 않았다. 창경궁 춘당지 2014. 11. 23. 서울 이화여자대학 2014. 11. 23. 서울 이화여자대학 2014. 11. 23. 서울 창경궁 2014. 11. 23. 서울 창경궁 2014. 11. 23.
목포 다순구미 마을에 가을이 걸렸다. 따뜻하다는 의미의 '따숩다'(다순)라는 전라도 방언처럼 다순구미 마을은 하루 종일 볕이 잘 든다. 가을볕 잘 받으라고 고추를 처마 밑에 걸어놓았는데, 집주인이 하기엔 어려운 일이다. 집주인인 할머니는 호미처럼 구부라진 허리를 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웃 사람이 실로 묶어 걸어놨다는데 처마밑 풍경처럼 바람에 살랑거린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콧물감기가 걸렸다. 고춧가루 뿌린 소주 한잔 마셔볼까? 감기에 걸려서도 어떻게 해서든 술을 마시려하네.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에 심은 기장밭에서 열매를 먹던 참새들이 인기척에 놀라 날아가고 있다. 2013.8.20.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앞에서 무리를 짓던 참새 두 마리가 공중에서 충돌하고 있다. 이 식당 주인은 참새들을 위해 먹이를 준다. 2008년. 까치밥이 아니라 참새밥이다. 참새 한마리가 잘 익은 감을 먹고 있다. 2006년 11월 시청 옛 청사 앞마당. 텃새인 참새은 겨울에도 흔히 볼 수 있다. 제 집 월동준비를 하는지, 그냥 장난치는지 알 수 없지만 자기 몸보다 긴 가지를 옮기는 참새. 2012년 11월 정동. 경 경기도 파주. 2010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