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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검디검은 선탄장에서 달그락 달그락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고 있다. 눈만 내놓은 광부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석탄을 걸러내고 있다. 작년 간다 올해 간다 석삼년이 지나고, 내년 간다 후년 간다 꽃 같은 청춘 탄광에서 늙었다. 기차 떠날 적에 고향 그리워 울고, 막장 삽질하니 땀방울이 핏방울이다. 문어·낙지·오징어는 먹물이나 뿜지, 광부의 목구멍에는 검은 가래가 끓는다. 광부아리랑이 흐르는 강원 태백시 철암동 탄광마을 이야기다. 거짓 간판이다. 궁원 다방, 단란주점 젊음의 양지에는 아가씨들이 없다. 광부들이 놀던 상점들은 이제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탈바꿈해 관광객들이 놀고 있다. 지금의 연탄은 가난을 말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광부증 들고 다니는 사내는 장가가는 것이 쉬울 정도로 인기 많았다. 우리나라 기간산업이 ..
이웃집 앞에 놓인 연탄재에 그림을 그리고 말풍선을 달았다. “간밤엔 따뜻하셨죠?” 아침에 눈을 뜬 이웃집 아줌마는 연탄재를 차마 버릴 수 없었다. 머리 위에 상추를 키우는 연탄들이 달을 바라보고 있다. 한여름을 목전에 둔 6월에도 마을 고샅길 귀퉁이에 연탄재가 쌓인 달동네가 있다. 누런 연탄재에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웃는 얼굴이 담겨 있다. 연탄을 실은 리어카, 오줌 싸는 사내아이, 샤워하는 여인 등 재밌는 벽화가 그려진 충북 청주시 달동네 수암골이다. 수암골은 한국전쟁 당시 1·4후퇴로 피란온 가난한 사람들의 터전이었다. 육군병원에서 빌린 천막에서 생활하던 피란민들이 우암산 기슭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40년 가까이 수암골에서 구멍가게를 지키고 있는 박만영 할아버지(80)가 옛날 수암골의 모습을 들..
거리에 남긴 연탄들 / 청주 / NO 39, 40. 충북 청주의 달동네 수암골에서 거리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5월 15일부터 시작된 ‘연탄, 예술이 되다’ 프로젝트는 무기한으로 진행된다. 스스로를 비주류 독립작가로 규정한 비정규 문화예술 노동자 RM은 자본주의적 문화예술시스템을 거부한다. RM은 보다 진보적인 문화예술행동을 지향하는 독립예술가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가난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거리에 남긴 연탄들 / 청주 / NO 26. 2012년 봄이었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그림을 그리던 RM은 이웃집 대문 앞에 놓여 있는 연탄재를 발견하고 낙서를 한다. “간밤에 따뜻하셨죠?"라고. 거리에 남긴 연탄들 / 청주 / NO 12 신기하게도 그 연탄재는 며칠이 지나도 버려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