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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읍내를 벗어나 꼬불꼬불 산길을 휘돌아 작은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 입구에 가지런히 놓여진 원형짚단에는 동네 사람들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다. 함박 웃음을 웃고 있는 동네 사람들이 방문객들에게 인사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무왕1리 마을은 해바라기 마을로 변신했다. 2004년 봄에 농업센터 교육을 마친 마을 이장이 해바라기 농사가 다른 작물보다 평당 3배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장은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동네 곳곳에 해바라기를 심었다. 개량 품종의 해바라기인데, 다른 해바라기보다 키는 크지 않지만 꽃이 커서 씨가 많이 열린다. 원래 마을 속지명이 ‘저른’이라 하는데, ‘구름이 쉬었다가는 마을’이란다. 해바라기 마을로 입소문을 타 사진기를 든 탐방객들의 발길이..
장마 하늘은 변화무쌍하다. 아침부터 해질 녘까지 쉴새없이 바뀌는 하늘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 나에겐 장마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성질이 무척 다른 두 기단이 충돌하면 하늘에서도 전투가 벌어지고 전선이 형성된다. 장마전선은 우리나라에서 1년 중 가장 치열한 공기의 전쟁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것처럼, 장마전선은 한반도 위아래를 훑어간다. 전선의 위치에 따라 한반도의 하늘은 흥망성쇄를 겪는다. 사진들은 장마전선 남쪽에서 바라본 하늘인데, 경향신문사 옥상에서 바라본 파노라마다. 높은 하늘이 으뜸이라는 가을 하늘이라지만 장마 하늘은 평소 느낌과 다른 꽤 근사한 풍경을 선사한다. 손에 잡힐 듯이 낮게 깔리는 장마 구름은 하늘이 그리 높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마치 높은 산에 올라 구름을 바라보는 것처럼. 이륙하는 비..
무더위를 피해 호수공원 호수교 아래 발포매트를 깔고 누웠다. 시원한 강바람에 더위를 날리며 죽어라 땅만 밟으며 내 몸의 무게를 받아낸 발을 난간위에 올려놓는다. 그러나 눈과 손은 쉬지 못한다. 언제 어디서나 저 너머의 또다른 세상으로 연결시켜주는 스마트폰을 터치하고 바라본다. 같은 매트에 몸뚱이는 같이 있어도 서로 다른 세계와 접속하고 있다. 정신은 여전히 가상세계에 머물며 더위를 식히지 못하고 있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밤 그 별빛아래 이제는 더이상 얽매이긴 우린 싫어요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달 볼 수있는 창문이 좋아요 낑깡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들이 가꿔봐요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 하늘 아래로 하지만 연인은 모든걸 훌훌..
오늘(7월3일)부터 장마가 시작됐다. 한동안 눈이 즐거울 것이다. 작년부터 비오는 날, 여성들의 우중 패션을 보는 재미가 생겼다. 원색의 장화를 신고 예쁜 우산을 받쳐들고 걷는 여성들의 모습이 상쾌하다. 촉촉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왠지 재밌는 일이 내게 일어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광화문 사거리? 명동? 종로거리? 어디에 가서 비오는 장면을 사진에 담아볼까 고민하다 이화여자대학교로 향했다. 이대는 일단 젊은 학생들이 들고 다니는 각양각색의 우산들을 많이 구경할 수 있어 좋다. 이대 교정의 비오는 모습은 두 가지 분위기가 느껴진다. 캠퍼스 내의 신록(가을이면 단풍)은 서울 도심의 답답한 분위기를 전환시켜 줄 수 있다. 다른 한가지 분위기는 이대 복합단지 건물이 내뿜는 수직의 풍경이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