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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거대한 녀석 '모비딕(Moby Dick)'을 찾아 떠나는 항해 일지는 방대하다. 칠레 모카 섬에 출몰하던 난폭한 향유고래를 낸터컷의 고래잡이들은 '모카딕'이라 불렀다. 포경 선원이었던 미국 작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1819-1891)은 모카딕의 공격으로 침몰한 포경선 '에식스'호의 생존기를 소설로 각색했다. 작가 김석희가 번역한 허먼 멜빌의 (작가정신)은 600페이지가 넘는다. 첫 문장은 간결하다. "Call me Ishmael." (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와 더불어 가장 잘 쓴 첫 문장이라 손꼽힌다. 번역가는 첫 작업이 어려웠을 것이다. 옮긴이의 덧붙임 글에는 이러한 고민에 대한 사연이 적혀 있다. "-이라고 해두자"라는 것은 굳이 꼭 그의 이..
두 권의 책을 저울질 했다. 제러드 다아이몬드의 와 알베르 카뮈의 . 책의 두께와 무게는 가 시간의 두께는 가 두꺼웠다. 출퇴근용이었기에 가벼운 를 선택했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는 중세 유럽을 암흑에 몰아넣은 페스트 균을 전쟁 직후의 알제리의 한 해안도시 오랑에 퍼뜨리며 소설을 시작했다. "이 연대기의 주제가 되는 기이한 사건은 194X년 오랑에서 일어났다." 기이한 사건이란 도시에서 쥐가 무더기로 죽어나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고양이도 사라진다. 행정당국이나 기자도 이 징후들을 그냥 넘기지만 서술자는 이것을 어떤 불길한 징조로 차분히 관찰하고 기록한다. 모든 전염병의 징후들이 비슷한지는 모르겠으나 알베르 카뮈가 풀어나가는 194X년의 페스트는 21세기의 코로나19 전염병과 유사한 몇 가지 증상들을 보..
2019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을 시작했던 1일 전국에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비가 그치면 북서쪽의 찬 공기가 몰려오면서 추워진다고 예보했고, 친절한 방송사 기상캐스터는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될 것이라며, 핫팩 등 방한용품을 준비하라며 걱정이고. 겨울이지만 춥지 않다……. 그럼, 겨울이 아직 찾아오지 않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자연의 이치가 인간이 정해놓은 날짜에 맞추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우리는 달력을 보며 왜 계절이 날짜에 맞추어 변하지 않을까 궁금해 한다. 이른바 날씨에 대한 감수성에 따라 형성된 기상학적 자아는 역사적인 산물이라는 것을 (책세상)을 쓴 알랭 코르뱅은 알려준다. “이제 비와 눈, 안개를 접하며, 또는 바람을 맞으며 개개인이 느꼈던 감정들이 남아있다. 이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