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이브 선물 본문
51년 전 12월 24일, 지구인은 우주인이 보내온 아름다운 선물을 받는다. 칠흑같이 어두운 우주에서 떠오르는 파란 행성의 모습. 나사 이미지 AS08-14-2383로 등록된 지구를 찍은 사진은 '지구돋이(Earthrise)'이란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나사의 두 번째 유인 우주선 아폴로8호는 우주 항해 나흘 만에 달의 궤도에 진입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오후 4시. 세 명의 우주인은 달 표면 위로 떠오르는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목격했다.
윌리엄 앤더스 (달착륙선 조종사) : 맙소사! 저기 저 그림을 봐! 지구가 떠오르고 있어. 와우, 예쁘네.
프랭크 보먼 (아폴로 8호 선장) : 이봐, 사진 찍지마. 그건 계획에 없던 일이야. (농담)
앤더스 : 컬러 필름 있어, 짐? 칼라 롤필름 좀 내게 줘 바.
짐 러벨 (사령선 조종사) : 오, 이봐, 굉장하군!
아폴로8호 항해 일지에 남겨진 우주인들의 대화 녹취록이다. 셔터를 누른 것은 달착륙선 조종사 앤더스였다. 장갑 낀 손으로도 조작할 수 있는 개조된 핫셀블라드 EL. 이스트먼 코닥이 개발한 맞춤형 엑타크롬 70mm 필름. 조리개(f) 11. 셔터속도 250분의 1초. 자연 사진작가 갤런 로웰은 감탄했다.
"지금까지 찍힌 사진 중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 사진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파란 행성에서 지구인들이 살고 있었다니……. 인류의 두 눈으로 처음 목격한 지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갤런 로웰의 판단은 맞지 않았다. 달에서 본 지구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과 상관없이 지구인들은 여전히 자기가 발 딛고 서 있는 땅을 착취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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