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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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이의 몰락

김창길 2014. 3. 4. 15:25

 

 

 

똑딱, 똑딱, 똑딱....

 

시계소리가 아니다. 의성어라는 것이 좀 애매한 부분이 있다. 고양이 울음 소리는 우리에게 '야옹, 야옹', 미국 사람들에게는 '뮤, 뮤'로 들리듯이. 아무튼, 똑딱 똑딱은 시계 소리 이외에도 '찰칵'하고 사진 찍는 소리이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자연스럽게 흘러가버리는 똑딱 똑딱 시간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누르는 사진촬영 기법의 은유이기도 한것 같다.  

 

똑딱이 카메라는 본체에 만능 줌렌즈가 결합된 소형 콤팩트 카메라를 부르는 애칭이다똑딱이 자동카메라는 카메라 시장의 디지털화와 맞추어 승승장구했다. 디지털 똑딱이 카메라 이전의 필름 자동카메라는 아무리 자동이라 하더라도 일반 대중들에게는 예측불가능한 불안한 기계였다. 사진이 잘 나온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 소형 액정LCD를 통해 사진 결과물이 즉자적으로 재현되는 디지털 똑딱이 카메라는 사진 감수성이 부족한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추억을 기록할 수 있는 기억의 저장고였다.

 

 

 

 

 

스마트 라이프

 

지난 2007110(한국시간) 고 스티브 잡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컨퍼런스에서 MP3 아이팟과 비슷한 물건을 들고 무대에 올랐다. 소문으로만 듣던 차세대 휴대폰 아이폰이었다. 당시 잡스는 아이폰이 2008년까지 전 세계휴대전화 시장에서 1%에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며 평소 그답지 않은 겸손함을 보이며 휴대폰 시장의 미래를 예측했다. 허핑턴 포스터에 따르면 현재(20141) 아이폰은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 12.9%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폰은 블랙베리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재편했다. 아이폰은 폰의 기능을 넘어 스마트한 생활을 휴대전화 유저들에게 선사했다. 아이폰을 소지한 사람은 가상세계를 탐닉하는 컴퓨터 인터넷 사용자를 일컫는 유저(user, 먀약 중독자라는 의미도 내포)가 됐다. 아이폰 유저는 언제 어디서나 손바닥만한 단말기를 통해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스마트한 라이프스타일을 체득했다.(스마트폰 세계에 푹 빠진 버스나 전철 탑승자들의 풍경을 보면 오히려 가상현실이 이미 현실을 초월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아이폰 이전과 이후의 삶은 달랐다. 하루의 시작은 아이폰의 알람과 함께 시작됐다. 한번의 알람으로 잠에서 깨지 못하는 게으른 이들을 위한 스누즈 기능(알람 기능을 해제하지 않으면 반복해서 알람이 울리는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은 협탁 위의 탁상시계를 몰아냈다. 눈을 비비고 스마트하게 아침을 맞이한 유저들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며 날씨 앱을 이용해 현실의 날씨를 체크한다. 회사로 가는 버스나 전철에서는 포털 앱이나 언론사 앱을 통해 전날 일어났던, 혹은 1시간 전에 일어났던 세상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한다. 변화된 세상에 관심 없는 이들은 스마트폰의 MP3 음악이나 라디오 앱을 들으며 시간을 때운다.

 

 

 

 

스마트한 일상의 세계 못지않게 스마트폰은 휴일 풍경도 바꾸었다. 휴일 야외 나들이를 가기위해 남자들은 종이 지도를 펼치며 이동 시간을 계산했다. (동차 보험 갱신 사은품으로 지도책은 필수였다.) 내비게이션의 출현과 함께 스마트폰의 지도 서비스는 종이 지도를 휴지통으로 내몰았다.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은 자동차에 부착된 네비게이션을 틀지 않아도 안방에 앉아서 이동시간을 예측할 수 있는 예지력을 선사했다. 

 

스마트한 기록

 

나들이 현장에서도 스마트폰은 위력을 발휘한다. 힘든 주중 일상을 버티고 꿀맞같은 주말 시간에도 낮잠 안자고 가족들을 위해 나들이 가는 엄마 아빠들에게는 본인들의 노고를 기록할 수 있는 증거물이 필요하다. 그 행복한 순간의 기록은 대부분 똑딱이카메라로 불리는 자동카메라의 역할이었다. 셔터우선, 조리개우선 등 DSLR 카메라에 탑재된 기능대신 자동카메라는 인물 촬영’, ‘풍경 촬영’, ‘접사정도의 기능으로 단란한 휴일 풍경을 재현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똑딱이 카메라는 스마트폰의 스마트한 카메라의 출현과 함께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다양한 카메라 앱의 개발과 소형 광학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의 손톱보다 작은 렌즈는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을 스마트폰 메모리에 저장시킨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디저털 똑딱이 카메라의 표현 수준에 다다랐다. 언제나 똑딱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24시간 당신과 함께하고 있다. 

 

아무리 작고, 사용하기 편리해도 똑딱이 카메라는 항상 몸에 지니는 장비는 아니다. 오늘은 여기서 사진 찍을만한 것이 있겠지라는 기대가 있어야 소지할 수 있는 기억의 보조장치이다. , 똑딱이 카메라를 손에 쥔다는 것 자체가 이미 특별한 순간을 기록할 것이라는 준비상태이다. 그 준비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감이다.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집 밖을 나선다는 것은 특별한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설레임이다. 

 

호주머니 속 스마트폰은 마치 생채 내장 칩처럼 신체의 일부가 되어 24시간을 동행한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는 순간을 기록한다. 조금 재미있고, 약간 특이하면 스마트폰 카메라를 눌러댄다. 순간순간의 감정을 그때 그때 기록한다. 그래서 그 모든 순간을 인증하게 만든다.  아마도 '인증샷'이라는 특이한 촬영기법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최고 테크닉일 것이다. 똑딱이 카메라는 '자, 여기서 사진 한방 박을까?'라고 말하며 포즈를 요구하지만, 스마트폰은  사전 준비 없이 바로바로 기록한다. 그 기록을 타인에게 전송하며 나는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증거 자료를 내민다. 첨부자료처럼.

 

 

 

 

 

똑딱이 카메라의 매출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상반기 똑딱이 카메라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0%이상 줄었다. 이에 디지털 카메라의 명가인 캐논과 니콘, 파나소닉 등은 똑딱이 모델의 판매 목표량을 줄이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전자동 똑딱이 카메라의 역할을 스마트폰에게 건네주고, 미러리스와 DSLR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2014. 3. 4.

다음 이야기 - 미러리스와 DS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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