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백범이 머물던 겨울 산사 본문
백범 명상길
겨울 산사는 고요했다.
충남 공주 태화산 자락을 흐르는 마곡천은 천년고찰 마곡사를 휘감아 돌고 있다.
마곡사의 관문 해탈문과 천왕문을 지나 극락교를 건너면 대광보전(보물 제802호) 옆에 작은 법당이 있다.
백범 김구(1879-1949) 선생님이 은거했던 백범당이다.
백범당
1896년 청년이었던 백범 김구 선생님은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나루에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해 인천형무소에서 투옥됐다.
이후 탈옥에 성공한 선생님은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으로 마곡사에 잠시 은거했다.
1898년 마곡사를 떠나 근 50여년만에 마곡사에 돌아온 김구 선생님은 백범당 옆에 향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나는 이 서방과 같이 마곡사를 향하여 계룡산을 떠났다.
마곡사 앞 고개에 올라선 때는 벌써 황혼이었다.
산에 가득 단풍이 누릇불긋하여 감회를 갖게 하였다.
마곡사는 저녁 안개에 잠겨 있어서 풍진에 더러워진 우리의 눈을 피하는 듯하였다.
뎅, 뎅 인경이 울려온다.
저녁 예불을 알리는 소리다.
일체 번뇌를 버리라 하는 것같이 들렸다.
- 백범일지 중에서
태화산 너머로 해가 지자 영산전과 수선사에서 수행하던 스님들이 극락교를 넘어와 대광보전 앞마당을 거닐었다.
한 스님이 범종루에 올라 종을 울렸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위한 종소리는 태화산에 울려퍼졌다.
스님들은 마곡천 징검다리를 건너 사라졌다.
2014.1.2. 마곡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