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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 2017. 1. 4. 2017년 1월 9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0일째 되는 날이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가 열리지 않는 평일 저녁인 지난 4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의 모습은 예전과 달랐다. 무심히 지나치던 시민들은 광장에 멈춰 서서 세월호 참사 조형물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사진을 찍었다. 10차례 대규모로 진행된 촛불집회가 바꿔놓은 풍경이었다.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 2017. 1. 4. 2017년 1월 9일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천막농성이 시작된 지 910일째 되는 날이다. 참사가 일어난 후 90일 되는 날(2014년 7월 14일), 유가족들은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국회에서 여야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한 조사권 ..
2016년의 마지막 날 오후 7시에 시작해 2017년 새해 첫 날 새벽까지 이어진 제10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축포를 터트리고 있다. 집회 주최측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제10차 촛불집회를 ‘송박영신(送朴迎新) 범국민행동의 날’로 정했다. 송박영신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인 송구영신(送舊迎新)에 박 대통령 성을 넣은 집회용 조어다. 우리나라 집회 현장에 본격적으로 촛불이 등장한 때는 지난 2002년 부터였다고 한다.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미선이 효순이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당시 한국 정부는 무능했고, 미국 정부는 고압적이었다. 한일월드컵 때문에 국민적 관심에서도 벗어났다. 대중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촛불은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불지른 ..
예테보리 스텐피린 부둣가에서 자전거를 타던 시민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스톡홀름에 이은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Gothenburg)는 예타강이 흐르는 수변도시다. 북방의 사자로 불렸던 '구스타브 아돌프 2세'가 17세기에 만든 도시다. 유럽에서는 '예테보리' 보다는 '고텐부르크'라고 많이 부르는데, 고텐부르크는 북방 게르만족인 고트족이 사는 성이란 뜻이다. 8월의 예테보리는 상쾌했다. 트램이나 배를 타고 둘러보기 좋다. 시청 앞에 서 있는 구스타프 아돌프 왕이 이곳에 도시를 세우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북해를 잇는 예타강변에는 오랜지색 크레인들이 불쑥불쑥 솟아있다. 'ㄷ'자를 세로로 세운 모양의 거대한 갠트리크레인도 하나 남아있다. 예테보리는 1970년대 세계 두번째로 큰 조선업 지대였다..
세화 해변 9월 늦더위에 딸 아이와 함께 제주 구좌읍 세화 해변을 찾았다. 제주도 동부 해변에서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해변이다. 갯바위에는 보말, 소라게가 우글거리고, 밀물이면 새하얀 백사장이 펼쳐진다. 지난 8월에는 스노쿨링을 하면서 광어 세끼 한 마리도 손으로 잡았다. 뿔소라 숯불구이 해녀박물관이 있는 세화리에는 매년 해녀축제가 열린다. 2016년에는 9월 24, 25일 양 이틀간 열렸다. 해녀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세화리 일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소라, 게, 문어 등을 맨손으로 잡는 바릇잡이, 맨손으로 광어 잡기, 태왁만들기 강연, 새내기해녀 물질대회 등 해녀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이다. 축제를 즐기는 동안 성게 국수, 소라 구이, 한치 파전 등 해녀들이 만든 값싸고 맛있는 해물 요리로..
안데르센 박물관 인근의 기념품 가게 덴마크 제3의 도시 오덴세(Odense)는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 벌거벗은 임금님 등 수많은 동화 명작을 남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의 고향이다. 도시는 작다. 걸어서 구경하기 충분하다. 안데르센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파스텔톤의 예쁜 건물들을 보자면 이곳이 정말 안데르센 고향이 맞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안데르센 생가 동화 같은 도시 분위기와는 다르게 오덴세라는 지명은 다소 거칠다. 덴마크 퓐섬 퓐스주의 주도인 오덴세는 북유럽신화에 나오는 '오딘(Odin)'에서 따왔다. 오딘은 마법과 지략에 뛰어나 적의 눈을 속이고 항상 승리하는 싸움의 신이다. 지혜에 대한 욕망을 주체할 수 없어 한쪽..
5년만인 2016년에 복원된 덴마크 오덴세 래드바이 바이킹 배. 13세기에 몽골족이 유라시아 대륙을 평정했다면, 그보다 앞선 시기에 바이킹은 유럽을 넘어 중앙아시아까지 접수했다. 몽골족이 뛰어난 기마술로 전쟁에서 승리했다면, 바이킹의 기동력은 그들만의 특출한 항해술. 앞뒤 배모양이 비슷해 전진 후진이 자유롭고, 날렵한 선체는 파도를 빠르게 갈랐다. 8세기부터 11세기까지 북유럽은 물론, 서유럽, 북아메리카, 중앙아시아까지 바이킹이 활약하던 시기를 바이킹 시대(Viking Ager)라 부른다. 1935년 덴마크 제3의 도시 오덴세(Odense) 동쪽에서 바이킹 무덤이 발견됐다. 몇 척의 바이킹 배는 발견됐지만, 바이킹 무덤이 발견된 적은 없었다. 무덤과 그 주변은 바이킹 박물관, 래드바이 바이킹 뮤지엄(L..
햄버거를 알면 함부르크가 보인다. 함부르크 국제해양박물관에 전시된 유리병 속 교역선 속도 무제한의 도로 아우토반을 타고 독일 제2의 도시 함부르크(Hamburg)에 갔다. 함부르크 중앙역과 인접한 알스터(Alster)강 공원에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함부르크에 왔으니 햄버거를 먹어야지.' 공원과 가까운 햄버거집 짐 블록(Jim Block)에서 햄버거와 맥주를 주문했다. 가격은 1만원쯤. 한국의 맥도날드 햄버거보다 비싼 가격이지만 스테이크와 감자 튀김의 양과 질은 그 가격 만큼 값어치를 했다. 좀 의아했던 건, 감자 튀김을 케첩에 찍어먹지 않는다는 점. 숯 향이 느껴지는 스테이크는 꽤 맛있었다. 엘베강 지류인 알스터 강가에서 시민들이 쉬고 있다. 겨울에는 강 전체가 얼어붙는다. 유..
히히잉! 멍멍! 야아옹! 꼬끼오! 당나귀, 개, 고양이, 수탉이 멤버인 밴드 이름은? 브레멘 음악대. 그림 형제는 늙고 쇠약해진 하인이나 머슴을 가차 없이 저버리는 지배계급을 풍자하는 동화 브레멘 음악대를 만들었다. 브레멘 음악대 동상. 당나귀 코와 앞 다리가 반질반질하게 변색됐다. 늙은 당나귀 한 마리가 있었다. 곡식 자루를 나르던 당나귀인데, 늙어버리자 당나귀 주인은 먹을 것을 줘봤자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눈치 챈 당나귀는 때마침 브레멘에서 음악대장이 단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집을 떠난다. 브레멘으로 향하던 당나귀는 같은 처지의 동물들을 만난다. 쥐를 잡지 않았다고 쫓겨난 고양이, 입 냄새가 심한 개, 노래를 잘 하고 싶은 수탉. 당나귀가 말했다. "죽음보다 나은 것을 찾을 수 있을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