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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차마고도 끝자락 샹그릴라. 티베트어로 '내 마음 속의 해와 달'라는 뜻의 샹그릴라는 중국 윈난(雲南)성 디칭(迪慶) 티베트자치주에 속한다. 실크로드보다 200년이나 앞서 1세기경 만들어진 차마고도(茶馬古道). 중국 서남부의 특산물인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기 위해 형성된 인류 최고(最古)의 무역교역로다. 길이 5,000㎞, 평균고도 4,000m에 달하는 이 고대 무역로는 이제 흔적만 남았다. 운남역관 입구 차마고도는 당·송 시대를 거치면서 번성하였으며 이후 네팔, 인도, 유럽까지 연결됐다. 1000년 전 티베트 불교가 티베트의 주도인 라싸[拉薩]에서 윈난·쓰촨 지역으로 전래되기도 했다. 설산(雪山)들과 아찔한 협곡으로 이어지는 차마고도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 진사강[金沙江], 란창강[瀾..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이다. 24절기 중 19번째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제 아내에게 요즘 유행하는 패딩을 하나 사줬다.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다. 생각같아선 필파워 900 이상의 히말라야급 헤비다운을 사주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다. 눈치 빠른 아내는 헤비다운은 뚱뚱해보인다며 날씬한 롱다운을 골랐다. 다행히 올해도 수능 한파가 없단다. 수능 예비소집일 풍경을 담으러 여자고등학교 고사장을 기웃거렸다. 수험생이라지만 여고생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까르르르' 호들갑을 떨며 웃는다. 학교 캠퍼스엔 낙엽이 뒹굴고 있었다. 오래된 학교 담벼락에 생긴 구멍으로 참새들이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를 옮긴다. 2012. 11. 7. 이화여자고등학교
도요새는 나그네새다. 봄, 여름 한반도 갯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떠나는 새다. 여름철에는 시베리아 등 북부지방에서 번식을 하고, 겨울이면 뉴질랜드, 필리핀 등 남쪽 지방에서 월동한다. 먼 여행길 한반도 갯벌은 도요새에게 고속도로 휴게소같은 곳이다. 새만금 갯벌, 송도 갯벌 등 서해의 많은 갯벌이 사라졌다. 갯벌이 사라진 만큼 도요새의 개체수도 줄어들었다고 물새네트워크는 지적한다. 일반 사람들이 쉽게 관찰할 수 없어서일까? 도요새 개체수에 대한 관심은 눈꼽만큼이다. 2011년 가을 송도 갯벌에서
전북 진안군 백운면 원촌마을 농기계수리센터 이야기다. 흰구름마을이라 불릴 정도로 고원지대에 자리 잡은 원촌마을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진다. 백운농기계수리센터 양남용씨(57)가 1t트럭을 몰고 출동하는 소리다. 농번기에 농기계가 고장 나는 것은 농촌에서는 비상상황이다. “농약 뿌리는데 기계가 갑자기 멈췄다는 신고가 들어왔어.” 30분 만에 사고를 처리한 양씨는 경운기 개조작업을 시작했다. 힘 좋은 경운기이지만 비탈진 흙길에서는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고장 난 트럭에서 떼어낸 후륜 구동축을 자르고, 갈고, 땜질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새로운 형태의 4륜구동 경운기가 탄생했다. “마을에서 고장 난 모든 걸 고치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씨는 원촌마을의 맥가이버다. 전기가 끊기거나 보일러가 고장 나..
수능이 코앞이다. 단풍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학부모의 마음, 수험생보다 덜 할까? 몇 시간을 기도한 걸까? 서울 강북구 도선사 부처님 신발에 단풍이 내렸다. 2011년 가을 도선사에서
개구리밥으로 뒤덮인 우포늪 소목마을 나루터에서 만난 한일보씨(64)가 물고기 한 아름을 쪽배에서 내리며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말한다. “우포 붕어 땜시 저 멀리 부산, 대구에서도 온다카이.” 람사르 총회로 유명세를 탄 경상남도 창녕군 우포늪은 과거에는 참붕어, 메기, 가물치가 잘 잡히는 습지로 명성을 떨쳤다. 1997년 우포늪이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그랬다. “그땐 나라에서 한다캐서 좋은기라 생각해따 아입니꺼.” 생태계보전지역 지정 이후, 우포늪 주변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불만을 터뜨리고 항의했다. 집 앞에 축사도 못 짓고, 내 논에 농약도 못 치고, 쓰레기도 못 태우고…. 우포늪 어업도 마찬가지였다. 습지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