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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처음엔 '인디언촌'이라 불렀다. 한국전쟁 이후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인왕산 아래 천막을 세웠다. 옛 사진을 볼 수 없지만, 천막촌의 모습이 인디언 마을과 비슷했단다. 인디언처럼 소리지르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는데, 이유는 알 수 없다.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달동네 서대문구 홍제3동 주택가 마을이다. 인디언촌. 천막주거지라는 인상 때문인지 마을 사람들은 지난 1983년 마을 이름을 개명했다. 열심히 살아가는 '개미마을'로. 개미마을에는 200여가구 400여명의 주민들이 개미처럼 살고 있다. 이름을 바꾼 개미마을은 지난 2009년 새로운 옷을 갈아입었다. 관할 구청과 한 건설사가 40여년 버텨온 주택에 벽화를 그려넣었다. '빛 그린 어울림 마을'이라는 주제로 이틀동안 그렸다고한다. 개미마을 벽화를 둘러봤다...
장미 남대문 대도 꽃도매상가는 오후 3시에 문을 닫는다.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은 오후 4시. 너무 일찍 문을 닫는다고? 개점 시간을 알면 그런 불평은 못할거다. 새벽 3시에 문을 열기 때문. 도매상 특성상 새벽에 문을 연다. 점심 먹고 문을 닫아도 그만이지만 오후에 찾아오는 소매 손님들을 위해 3시까지 문을 연다. 오늘(2월 13일)은 졸업 입학을 앞둔 손님들이 많아서인지 상가 운영시간을 1시간 연장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프리지어 졸업 입학 시즌을 알리는 사진 뉴스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10여년간 꽃도매상가를 종종 방문했다. 거친 시장 상인들을 상대해야하기 때문에 꽃시장 취재는 그동안 달갑지 않았다. 꽃이 예쁜지도 몰랐다. 하지만 올해는 느낌이 달랐다. 화사한 색감과 다양한 꽃잎 라인이 눈에 들어..
거친 조릿대를 엮는 손이 발갛게 부었다. 정초에 새로 장만한 조리를 복조리라 했는데, 일찍 들여놓을수록 길하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섣달 그믐날 자정이 넘으면 조리 장수가 '복조리 사려' 외치며 골목 구석을 누볐고, 아낙들은 밤을 새며 복조리 장수를 기다렸다고 한다. 복조리 장수의 진풍경을 이제 볼 수는 없지만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구메농사마을에서는 노인들이 방에 둘러 앉아 산대나무 조릿대를 쉴새 없이 엮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복조리의 재료인 산죽이 많은 전남 화순군 송담마을 등 몇몇 마을이 복조리를 생산했는데 지금은 값싼 중국산 복조리에 밀려 명맥만 유지한다. 하지만 안성시 죽산면 구메농사마을은 국산 복조리의 대부분을 생산하며 성공한 복조리 마을로 유지돼고 있다. 복조리 장인들과 함께 만드는 복조리..
2013년 2월 1일 서울 북악산에 비가 내리고 있다. 백악에 아침 빛 찾아오면 창창한 푸른빛이 반쯤 머리 내민다. 응당 허리 아래 비도 내리겠고 내 서루도 깊게 잠길 것이다. - 사천 이병연 시화집 - 조선 영조대를 대표하는 시인 이병연(槎川 李秉淵, 1671~1751년)은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의 거장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년)은 죽마고우다. 노론 가문 출신의 사천 이명연과 겸재 정선은 북악산 아래 같은 동네에서 태어났다. 이병연은 정선의 북악산 그림 '백악부아암'을 보고 위와 같은 시를 읊었다. 백악白岳은 북악北岳을 말한다. 북악은 면악面岳, 공극산拱極山, 백악이라 불리기도 했다. 겸재 정선의 백악부아암 정선의 북악산 그림은 몽환적이다. 산 허리는 운무에 싸였고 산 머리는 구름 위..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내 청와대 집무실 전시관. 실재 청와대 집무실에 걸린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를 모사한 대통령의 모습.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지난해 12월 26일 개관했다. 경북궁 앞 문화체육관광부 청사로 쓰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청와대 앞에는 조선 옛 궁궐 경복궁이 있다. 경복궁 전방 오른편에는 정부종합청사와 외교통상부, 세종문화회관이 세종로를 따라 나란히 태평로를 향해 자리잡고 있다. 경복궁 앞 왼쪽 라인 첫 번째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다. 역사박물관 다음은 미국대사관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입주한 KT건물, 그리고 지하 교보문고를 포함한 교보생명이 세종로 라인을 이어간다. 대한민국 1세대 가전제품들. TV, 선풍기, 라디오 등이 유리관 안에 모셔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따라..
연말이기 때문에, 힘찬 새해를 시작한다고, 그냥 술 마시기는 미안한지 애주가의 술상 테마는 다양하다. 술상 테마가 부족하다면? 빙허(憑虛) 현진건 선생님의 소설 제목 하나를 기억하면 해결된다. 술 권하는 사회. 술 권하는 사회는 '모주망태'다. '고주망태'와 말이 비슷한 모주망태는 늘 술에 쩔어 사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고주'는 술을 짜는 망태기 '고주'의 본딧말이다. 코가 삐뚤어질 정도로 술에 쩔은 상태를 '고주망태'라 한다면, 항상 고주망태인 사람을 '모주망태'라 한다. '모주(母酒)'는 고주에 걸래낸 좋은 술에서 남은 찌기술을 말한다. 술이 부족한 애주가들에게 찌끼술도 어머니 같은 술이다. 소설가가 아닌 소시민들은 만취한 다음 날, 해장의 방법을 모색하며 눈을 비빈다. 극약처방으로 약방을 찾는..
혹한의 겨울이다. 기록적인 한파 풍경을 담으러 동분서주하다 2년 전에 만난 다람쥐가 떠올랐다. 지금보다는 좀 덜 추웠지만 갑작스레 몰아닥친 한파 사진을 찍기위해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구곡폭포에 갔다. 얼어붙은 구곡폭포 빙벽을 찍기 위해서였다. 손이 시릴 만큼의 시간 만큼 빙벽 사진을 찍고 뒤돌아설때 어떤 기척이 느껴졌다. 두리번 거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돌아서던 찰나, 다람쥐 한 마리가 눈 속에서 꼬물거리고 있었다. '한 겨울에 다람쥐가?'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는게 아니었나?' '너무 추워서 잠도 안오나?' 셔터를 살살 누르며 살며시 다가갔다. (참고 : 살살 누른다고 셔터 소리가 작게 나는 것은 아니다.) 인기척에 금새 도망가는 다람쥐는 제법 가까운 거리를 허락했다. 자세히 들여..
눈이 아직도 즐거운 신참 사진기자들이다. 첫눈이건, 더위를 식혀주는 비이건 사진기자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모든 것들이 부담스럽다. 그것들을 기록해야하는 숙명이 있기에... 현장이 숙명인 사진기자에게 날씨는 전문 등산가만큼 중요한 요소다. 10년전 신문사 입사 당시 많은 사진기자 선배들이 등산복을 입고 다니는 이유가 궁금했다. 궁금증은 사진기자 생활 한달 만에 풀렸다. 사무실이나 기자실이 아닌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사진기자들은 각자의 몸을 보호해야 했다. 10년 넘게 사진기자 생활을 하면서 느낀 아웃도어 의류의 기능성에 대해 몇 자 적어 본다. 아주 주관적인 평가다. 사진기자 계급도 1. 구스다운이 덕다운보다 따뜻하다? 구스다운(거위털)이 덕다운(오리털)보다 따뜻하다는 것은 측정이 어렵다. 대부분의 아웃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