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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낙산 성곽길을 한 시민이 걷고 있다. 낙산 정상에서는 북악산과 북한산 능선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에 보이는 제일 높은 봉우리는 북한산 보현봉이다. 눈이 오면 낙산에 간다. 정확히 말하면 눈이 온 다음 날 낙산에 간다. 눈이 오는 당일에는 시계가 혼탁해 먼 풍경을 담을 수 없다. 눈이 오는 당일에는 많은 눈이 쏟아지는 장면과 교통체증으로 포인트를 맞춘다. 교통체증이 없는 정도의 반가운 눈이라면 눈 내리는 낭만적인 서울의 모습을 담고, 많은 눈으로 교통에 문제가 생기면 오르막길에서 고생하는 차량 운전자들을 찾아다닌다. 눈이 온 다음 날은 대부분 시계가 좋은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 반가운 눈 혹은 폭설로 인한 교통체증 다음 날 사진뉴스는 대부분 골목 빙판 출근길이나 아름다운 설경에 포인트를 맞춘다. 두 가지..
티베트인들은 불교의 경전을 넣어두는 마니차를 돌리면 경전을 읽는 것과 같다고 믿는다. 샹그릴라 사원에는 높이 21m, 무게 60톤에 달하는 대형 마니차가 있다. 이 초대형 마니차에는 성불을 염원한다는 뜻을 지닌 '옴마니반메홈'이라는 글자가 무려 124억개나 새겨져 있다고 한다. 세계의 지붕 티베트 라싸를 목전에 둔 차마고도는 샹그릴라를 통과한다. 티베트어로 '푸른 달빛 골짜기'를 뜻하는 샹그릴라는 영국 작가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 등장한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샹그릴라는 험준한 설산과 협곡, 광활한 초원이 펼쳐지는 지상낙원으로 묘사된다. 동양을 신비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서양인들은 히말라야 부근 어딘가를 피안의 세계로 꿈꾸고 있었다 홍군..
황토빛 금사강 물결이 회오리치고 있다. 보이차의 원산지 윈난성 운남역관에서 출발한 차마고도는 헙준하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호도협곡을 통과한다. 이 험난한 낭떠러지 길을 지나야 샹그릴라를 거쳐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갈 수 있다. 아찔한 협곡길이지만 티베트로 가야만 하는 마방들은 생명을 걸고 협곡을 건넜다. 굽이치는 황토빛 금사강과 함께 날카로운 협곡의 모습은 원시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호랑이가 건너다녔다고 호도협이라 불린 협곡은 호랑이가 건널만큼 강폭이 좁지 않다. 해발 5000미터가 넘는 옥룡설산과 합바설산 사이를 통과하는 협곡에는 중국에서 가장 긴 강 장강(양쯔강)이 흐른다. 장강은 세계에서 세번째로 긴 강이기도하다. 호도협곡을 지나는 장강을 금사강이라 부르는데, 황토빛 강물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16..
인상여강 현지인 배우들이 차잎을 가득 싫은 광주리를 짊어지고 산길을 오르고 있다. 차마고도 옥룡설산 운산평 아래는 대형 야외극장이 있다. 이 극장은 지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연출한 '장이모' 감독의 야외극이 펼쳐지는 곳이다. 첸 차이거와 함께 대표적인 중국 5세대 감독으로 꼽히는 장이모는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1987년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영화계에 데뷔한 인물이다. 뒤로 보이는 옥룡설산을 배경이 된 야외극장에서 윈난성 현지인들이 호탕한 마방을 연기하고 있다. 장이모 감독은 중국에 첫 노벨문학상을 안긴 작가 '모옌'의 소설 '홍까오량 가족'을 바탕으로 영화 붉은 수수밭을 만들었다. 베를린 영화제 수상으로 유명세를 탄 장감독은 메이저 영화사 미라맥스의 제작비 3500만달러가 투입..
운산평에서 바라본 옥룡설산이 구름에 갇혀 있다. 윈난성 운남역관에서 시작한 차마고도 탐방은 일년 내내 눈이 녹지 않은 만년설산인 옥룡설산에 이르렀다. 히말라야 산맥의 일부이자 북반구에서 제일 남단에 있는 옥룡설산은 1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있으며 해발 5,596미터에 달한다. 은빛 용이 누워있는 모습과 비슷하다해서 옥룡설산이란 불린다. 운산평을 가던 중 소들이 길을 막고 있다. 옥룡설산은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벌을 받아 갇혀 있던 산이라고 전해진다. 나시족도 옥룡설산을 거룩한 성산으로 여기며 등반을 금기시하고 있다. 빼어난 풍광의 옥룡설산은 중국 정부가 국가풍경구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한다. 국가풍경구는 한국의 국립공원같은 개념으로 옥룡설산은 중국 국가풍경구 최상등급은 ‘5A’에 해당한다. 실제로 옥룡설산 ..
옥룡설산 야외무대에서 장이모 감독이 연출한 '인상여강' 공연. 현지 주민들이 옛 마방들을 연기하고 있다. “신농(神農)이 수백가지 풀을 먹다 독에 중독되어 정신을 잃었다. 그 때 푸른 잎사귀 하나가 신농의 입으로 떨어졌다. 신농이 이 잎을 먹자 정신이 맑아졌다.” B.C 2500년경에 존재했다는 중국 농업의 신 신농(神農). 중국 사람들은 신농의 이야기를 꺼내들며 차의 기원은 중국이라 주장한다. 차를 의미하는 말은 서양에서는 'tea', 동양에서는 말그대로 'cha'라고 부른다. 'tea'와 'cha'는 모두 중국 방언이다. 굳이 증명할 수 없는 신농의 존재를 논하지 않더라도 차의 기원은 중국이라고 모두가 인정한다. 사계진 동쪽에 삼중 누각으로 세워진 고희대. 유목민 티베트인들의 주식은 야크의 젖과 고기..
한 무리의 재두루미가 민간인 출입통제선 이북에 있는 강원 철원군 철원평야에서 날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는 10월 말쯤 한반도로 날아와 겨울을 보낸 뒤 이듬해 봄에 시베리아, 몽골 등 북쪽 지방으로 돌아간다. 고개를 치켜 들면 사람만큼 큰 새라지만, 사람들의 인기척에 호들갑스럽게 도망친다. 더 좋은 장면을 찍고 싶었지만, 날아오르는 모습이 힘겨워보여 욕심을 채우지 못한 채 카메라를 내려 놓았다. 2012.11. 15. 철원평야
상형문자인 동파문자로 적힌 소원 나무판. 바람이 불면 방울 소리와 함께 소원이 하늘로 올라간다나. 차마고도 교역로는 대략 여덟 가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옛 차마고도의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길은 두 개 정도다. 보이차의 원산지 윈난성 남부에서 시작된 길로 따리, 리장, 샹그릴라를 지나 티베트에 이르는 길과 쓰촨성 야안에서 시작돼 티베트 라싸로 이어지는 길. 길은 라싸에서 끝나지 않고 히말라야를 넘어 실크로드와 합류한다. 윈난성 운남역관을 출발한 차마고도는 아름다운 전통 기와집이 모여있는 '리장(여강麗江)'으로 이어진다. 차, 소금 등을 교역하던 마방들의 규모는 다양했다. 일가족 단위에서 말 200필 이상을 끌고다니는 대규모 마방 등 규모에 따라 이동 거리도 달랐다. 마방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