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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케냐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IT도시 콘자 취재를 3일만에 끝냈다. 다음 목적지 아랍에미리트행 비행기는 일요일인데, 토요일 하루가 자유시간이다. 취재를 하려 해도 토요일에는 공무원들과 관계자들이 쉰다는 적절한 변명거리도 있다. 아프리카에 왔으니 사파리 한번 해보자. 폼 나는 사파리 전용 4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초원을 누비는 거야! 나이로비에서 하루 일정으로 소화할 수 있는 사파리를 묻자 숙박업소 주인이 '헬스 게이트' 국립공원에 가란다. 헬스 게이트? 지옥의 문? 긴장된 반응을 보이자 주인이 웃으며 말한다. "초식 동물만 있으니까, 걸어다녀도 돼요." 날이 더워지면 동물들이 나무 그늘로 들어가 구경을 못한다기에 동이 트기 전 출발했다. 폐차 직전의 승합차를 탔다. 삐그덕 삐그덕 요란한 소리를 내는 승합..
인도를 탈출해 케냐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아프리카 대륙에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동물의 왕국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 인근 '마이마유(온천지, hot spring)' 시골 마을에 모바일 입출금 서비스인 Mpesa 상점이 보인다. 케냐 수도에 위치한 나이로비 국제공항. 듣던대로 공항 규모가 국내 버스터미널 수준이다. 그래도 우습게 보면 안된다. 자료를 수집한 결과, 부패한 경찰과 공항직원들이 외국인들에게 돈울 요구한다고 한다. 꼬투리를 잡히면 안된다. 기자라고 밝히면 더 복잡해진다. "왜 왔죠?" 입국비자심사를 맡은 여성 공향 요원이 미소를 지으며 물어봤다. '어라, 웃네. 잘 통과되겠지....' "여행. 사파리! 동물의 왕국, 사파리!" 뭐가 잘못됐나? 공항 요원이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꺄우뚱..
황금 거북이란 뜻의 여수 '금오도'는 검게 보인다해서 '거무섬'이라고도 불렸다. 여수 앞바다에 떠오른 거북이 모양의 섬이 녹음 짙은 빽빽한 나무들로 검게 보여서 그리 불렀다. 나무 잘 자라는 섬은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사람들의 입섬을 금지하고 궁궐 건축재로 사용하기 위해 목재를 키워냈다. 나무 벌채를 금지한 산을 '봉산'이라 불렀는데, 금오도는 소나무 목질이 좋아 '황장봉산'이라 불렀다. 품질 좋은 목재 생산기지였던 금오도에 사람이 들어가게 된 건, 불과 120여년전. 태풍으로 섬의 소나무들이 쓰러지자 금오도는 봉산에서 해재돼 일반인들의 개간이 허가됐다. 튼실한 목재를 자랑하던 아름드리 나무였을텐데, 그 위풍당당한 줄기를 꺽어낸 조선 말기의 태풍의 기세가 궁금하다. 여하튼, 사람을 못살게 할줄만 알았던 태..
지난해 유엔이 집계한 세계의 도시화 비율은 54%다. 2050년에는 세계인의 3분의 2이상이 도시에 살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의 도시 인구 비율은 2011년에 90%를 넘어섰다. 도시는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했지만, 도시화는 환경파괴, 공동체 해체 등 부작용을 불렀다. 도시화를 막을 수는 없다면 좋은 도시란 어떤 모습일까 경향신문이 고민했다. 특별취재팀이 구성돼 눈여겨볼만한 세계의 도시를 둘러봤다. 인도 타밀나두주 오로빌 타운홀 부근에서 지난 1월 13일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사막이었던 오로빌은 주민들의 녹화사업으로 가로수가 가득한 마을이 됐다. 오로빌 주민들은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나 전기차를 애용한다. 후배인 국제부 윤승민 기자와 인도로 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폐교 위기에 몰렸던 시골 초등학교가 다시 살아났다. 마을 인구가 고령화되어 입학생이 줄자 2014년 통폐합 명단에 올랐던 학교다. 마을에서 학교가 사라지게 놔둘 수 없다며 학부모와 교직원,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학교살리기 운동을 벌였다.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초등학교 이야기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굣길에 마을 바닷가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60여년전 학교를 위해 미역을 채취하던 학교바당(바다)에서는 아직도 마을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다. “해녀들의 도움으로 살아났던 학교 역사를 이제 우리가 이어가야죠.” 개교한 지 4년째 되는 1950년, 학교에 불이나 전 교실이 불에 탔다. 문애선 교장이 사연을 풀어놨다. 끼니조차 때우기 어려운 살림이었지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며 해녀들이 미역..
경상남도 남해군 가천읍 다랭이 마을에 봄이 왔다. 원기 회복에 좋다는 마늘이 따뜻한 해풍을 맞고 흙속을 뚫고 나와 초록빛으로 계단을 물들이고 있다. 풍광이 빼어나다며 지난 2005년에 국가명승지 15호로 지정됐는데, 다랭이에 얽힌 사연은 고단한 삶이다. 400여년전 설흘산 너머 사람들이 미역과 다시마를 채취하러 왔다가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 배가 닿을 수 없는 험한 해안 지형이라 정착민들은 농사를 선택했다. 설흘산과 응봉산의 가파른 산비탈에 농작물을 심어야했기에 계단식 농토를 만들었다. 돌부리를 뽑고, 뽑은 돌부리로 석축을 쌓고, 석축 안에 흙을 채워 넣었다. 평균 3미터 높이의 석축이라는데, 1미터 높이의 돌을 쌓을려면 막돌 70-80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계단식 논을 개간하는 걸, 다랭이를 친다고 하..
작년 2월 17일에 사진에 담았던 서울 창경궁 춘당지를 3일에 다시 찾았다. 입춘을 하루 앞둔 원앙의 표정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예년보다 일찍 방문해서 그런지 춘당지에는 그리 많지 않은 원앙들이 풀리기 시작한 연못에 앉아 있었다. 한낮 기온이 영상권을 회복해 점심 시건 전후로는 꽤 봄기운이 돌았다. 기온 변화야 동물들이 더 잘 알아차리겠지, 수컷 원앙들이 한 발을 들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쩝, 봄기운이 물씬 풍겨나는 활기찬 원앙들을 보고 싶었는데 졸고 있다니.... 카메라를 내려놓고 30분이 지났을까, 원앙들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폈다. 잠에서 깬 원앙이 목을 축이고 기지개를 편다. 물가로 나간 원앙 두 마리가 갑자기 소란을 피웠다. 수컷 두 마리다. 닭싸움을 방불케하는 공중전을 펼치던 원앙 두 마..
한 걸음 더 돌아 간다해도 그리 힘든 것은 아니다. 한 걸음 천천히 간다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때론 뒤돌아보며 지나온 길도 바라본다. 앞만 보며 내달리며 정작 소중한 것들을 잃고 사는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의 의미를 생각해보며 새로운 2015년을 힘차게 내딛어본다. 덕유산은 정복하기 쉽다. 전라북도 무주리조트 설천매표소에서 돈만 내면 20여분 남짓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오른다. 해발 1,614m 향적봉은 설천봉에서 15분 정도 능선길을 지나 마주하게 된다. 덕유산의 최고봉이다. 노약자들은 대게 여기서 기념 사진을 찍고 곤돌라가 있는 설천봉 휴게소로 되돌아간다. 사진은 향적봉을 지나는 장면이다. 등산객들이 향적봉에서 대피소로 내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