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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끝청봉에서 바라본 서북능선 서북능선을 타고 설악산 끝청봉에 올랐다. 새벽 5시, 한계령휴게소 탕방지원센터에는 이미 가을산을 즐기려는 등산객들로 붐볐다. 곳곳에서 비추는 해드랜턴 불빛 때문에 굳이 본인이 랜턴을 챙기지 않아도 산행이 가능할 정도다. 한계령 갈림길에 올라서니 날이 밝았다. 강물처럼 빠르게 흐르는 구름과 능선을 따라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4시간을 달리니 끝청봉에 도착했다. 끝청봉에서 바라본 설악산 공룡능선 대청봉(해발 1708m)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끝청봉은 해발 1604m의 봉우리다. 정부는 오색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되는 케이블카를 중청봉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3.5km 구간을 오가는 케이블카는 시간당 최대 825명을 수송할 수 있다. 4시간 산행으로 오를 수 있는 끝청봉을 단 15분이면 오..
해발 1,119m의 산이다. 정상에서 이어지는 주능선에 나무가 없는 밋밋한 언덕이라 민둥산이라 부른다. 민드기봉, 민덕산이라고도 부른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 있다. 산 주능선에 나무가 없는 것은 산나물이 많이 나게 하려고 매년 불을 지르기 때문이다. 화전을 일군 곳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말 한 마리가 마을을 돌면서 주인을 찾아 보름 동안 헤매서 나무가 없다는 전설도 있다. 화전이 금지된 이후 민둥산 자락엔 억새가 자랐다. 화전민들이 억새로 탯줄을 잘랐다는 '아기장수 우투리' 설화도 전해진다. 그 만큼 억센 식물이 억새다. 10월 초부터 민둥산 주능선은 은빛 물결을 이룬다. 억새꽃이 주능선을 따라 굽이친다. 발구덕 마을에서는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억새꽃 축제 기간에는 발구덕 마을에 차량 출입..
충북 영동군 양산차부슈퍼 버스 옆구리를 쾅쾅 두드리며 ‘오라이’를 외치던 그때 그 버스 안내양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현금처럼 버스표를 받아주던 학교 앞 분식점은 아직도 떡볶이를 팔고 있을까? 10장이 한꺼번에 인쇄된 버스표를 교묘하게 잘라 11장을 만들었던 학교 친구는 잘살고 있을까? 반쯤 찢은 버스표를 내고도 들키지 않았다며 자랑하던 친구였는데…. 시골에는 버스표를 팔던 가판대가 없었다. 버스가 정차하기 좋은 길목에서 장사를 하는 식당, 방앗간, 잡화점, 이발소에서 버스표를 팔았다. 이런 가게를 차부집이라 불렀다. 차부(車部)는 차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터미널이란 뜻이다. 차부집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떠올리는 옛 풍경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버스정류소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차부슈퍼 “카드가 더 싸니..
창경궁 명정문에서 바라본 명정전 문화재청은 창경궁과 경복궁 야간 특결관람을 시행한다. 창경궁은 11일부터 27일(17, 24일 휴무)까지, 경복궁은 28일(18일, 25일 휴무)까지 오후 7시30분부터 10시까지 개방된다. 한 여름 밤 고궁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야간 관람은 입구에서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일반인인 인터넷 예매만 가능하며, 만 65세 이상 노인은 현장구매 또는 전화 예매할 수 있다. 외국인의 경우는 현장 구매가 가능하다. 표를 못구했다면 야간에 상시 개방하는 덕수궁 관람이 있다. 월요일 휴무을을 제외하고 덕수궁은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창경궁 입구 홍화문 앞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창경궁 명정전 창경궁 환경전 창경궁..
아침부터 태양이 이글거렸다. 출근하는 여성들의 복장이 부러웠다. 치마에, 반바지에, 나시에, 샌달에... 야외 취재가 많은 터라 내 몸은 노동자처럼 검게 그을리고 있다. 옷을 벗으면 하얀 반팔 티셔츠를 입은 것처럼 몸뚱이만 하얗다. 서울 마포대교 아래 이글거리는 태양을 편집국장이 느꼈다. 사진부로 오더니 '오늘은 폭염이네'하며 한 마디 던지고 자리를 떠났다. 머릿속이 이글거렸다. 휴가 기간이라 일할 사람이 별로 없다. 그리고 하필 나만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데스크가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더위 먹지 않게, 쉬엄쉬엄 해." '편집국장이 얘기했는데, 어떻게 쉬엄쉬엄 합니까?'라고 나오는 말을 삼켰다. 벌렁대는 가슴을 쓸어안고 썬크림을 덕지덕지 발랐다. 어디로 가야 1면에 올릴만한 장면이 나올까? 서울 여..
정전협정 62주년기념식이 열리는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27일 다녀왔다. 정전협정의 정식 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클라크(Mark Wayne Clark)와 북한군 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펑더화이 사령관이 영문, 한글, 한문으로 작성했다. 정전 협정에는 당사국인 북한은 있었지만 한국은 없었다. 국제 관례상 정전협정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있는 경우는 한반도다. 그래서 정전협정 대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북한은 이미 1974년부터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전협정 서명에 참가하지 않은 한국과..
강원도에 정동진이 있다면, 전라남도에는 정남진이 있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유명세로 정동진은 그저 아름다운 해변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정남진의 뜻을 알아보니 그 지명이 한반도의 위치를 표시하는 지명이란걸 알게됐다. 서울 도로의 시작점을 표시한 광화문 도로원표를 중심으로 정동쪽에 있는게 정동진이고, 정남쪽에 있는 곳이 정남진이다. 정남진은 전라남도 장흥이다. 7월 초입에 정남진 장흥이 숲과 바다를 둘러봤다. 참고로 장흥의 현지 발음은 '자흥'이다. 장흥 동남쪽에 여인 치마자락같은 산세를 갖고 있는 억불산 편백나무 숲이다. 다른 나무보다 다섯배는 피톤치드를 내뿜는다는 편백나무 숲에서 한 관광객이 산림욕을 즐기고 있다. 수령 40년이 넘는 편백나무가 하늘로 솟구쳐 있는 '우드랜드'는 잘 정비된 데크 산책길도 있어..
제주도 사투리는 추측불허다. 봄에 걸었던 전남 여수 금오도 '비렁길'은 벼랑길의 전라도 말이다.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걷다 '비렁길'의 '비렁'은 '벼랑'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니 추측이 맞았다. 하지만 제주도 방언은 좀처럼 추측하기 어렵다. 혼자옵서예! 이정도는 유명해서 제주 인삿말이라고 알고 있겠지만, '무신 거옌 고람 신디 몰르쿠게?' 정도로 문장이 되버리면 제주말은 완전 해석불가하다.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지요?라는 뜻이다. 곶자왈. 어떤 것을 지칭하는 제주말이라고 생각되지만 힌트가 전혀 없다. 혹시 바닷가에 돌출된 육지를 가리키는 '곶'처럼 바다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완전히 반대다.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어수선하게 뒤엉킨 숲을 말한다. 학술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