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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딸 아이와 놀멍 쉬멍 올레길을 걸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라 한 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놀거리가 있는 올레길이라 그야말로 놀멍 쉬멍 끝까지 걸었다. 구간 마다 색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올레5코스다. 남원 큰엉 해안경승지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포구에서 시작하는 5코스는 위미항을 지나 쇠소깍(소가 누워있는 모양의 연못)까지 14.4km 거리다. 남원읍의 작은 마을들과 포구들을 지나기 때문에 여자들이 걱정하는 화장실도 자주 나온다. 남원포구 해안길을 1km 정도 지나면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제주 특유의 해안절벽을 만날 수 있는데, '큰엉 해안경승지'라 불린다.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큰 바윗덩어리로 이루어진 언덕이라고 해서 '큰엉'이다. 한반도 숲 터널 1.5km에 이르는 큰엉 올레길에서는 숨은그림찾기를..
칠족령에서 바라본 동강이 물돌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강 중에서 가장 구불구불한 물줄기를 갖고 있는 강은? 아마 동강일 것이다. 기암절벽을 이룬 강원도의 산세를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뱀이 기어가는 모습이다. 또아리를 튼다. 오대산에서 발원한 물길은 정선군과 영월군을 지나 남한강 상류로 굽이쳐 흐른다. 정선의 목재를 뗏목으로 엮어 서울까지 운반했다는 옛날 얘기도 있다. 드라이브로 말하면 최고의 드리프트 코스다. 평창에서 발원한 동강 물줄기가 영월을 통과하고 있다. 한때 댐 건설 계획이 추진됐는데, 동강이 정말 동강날 판이었다. 일부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반대해 지난 2000년 동강댐 계획은 백지화됐다. 당시 이 지역을 취재했던 선배 기자와 동행했다. 길도 많이 좋아지고 숙박업소, 래프팅업체도 많이 ..
제주도의 신령한 산이 한라산이라면, 숲은 사려니숲이다. 사려니는 '살안이' 혹은 '솔안이'로 불리는데 '살', '솔'은 신령한 곳을 말한다.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사려니오름에서 물찾오름을 거쳐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비자림로까지 이어지는 15km의 숲길은, 거짓말을 약간 더해 태고의 신비함을 갖추고 있다. 사려니숲길은 비자림로에서 붉은오름까지 이어지는 10km 구간만 걸을 수 있다. 지난 2002년 지정된 제주 생물권보전지역에 위치한 사려니숲의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서다. 하지만 1년에 1번 2주동안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구간과 성판악 탐방로를 개방하는데, 사려니숲 에코힐링 행사 기간이다. 에코힐링 행사 기간에는 출입금지된 사려니오름, 물찾오름, 붉은오름도 개방된다. 물찾오름은 앞으로 3년동안 출입이 ..
걷다보면 사소한 것들이 감동을 줍니다. 목적지를 향해 앞만 보며 걷지말고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주위에는 제법 재밌는 장면들이 펼쳐집니다. 회사와 가까운 카페에서 인터뷰 약속이 잡혔습니다. 취재기자가 걸어서 가자고 합니다. 안될 일입니다. 사진기자는 삼보 이상이면 차를 타야한다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우수개 소리가 아닙니다.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다니다 허리를 다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죠. 걸어서 가자는 취재기자의 제안에 거절하지 않고 다소 가벼운 카메라 장비를 들고 걸었습니다. 오래 걸은 것도 아닌데 많은 것들이 보였습니다. 아카시아꽃 카페트가 깔린 흙길, 그루터기 화분, 나뭇잎 떨어진 자갈길, 구멍 뚫린 느티나무... 가끔, 가벼운 장비를 들고 걸어야겠습니다.
제주도의 시작은 온평리다. 성산일출봉 남쪽 해안가 마을인 온평리에서 탐라국 삼신인이 벽랑국 3공주와 혼례를 올렸다. 한라산 북쪽에서 살던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 삼신인이 온평리 해안가로 떠내려온 궤짝을 열어보니 벽랑국 공주가 3명 있었던 것. 공주들은 탐라국 삼신인에게 곡식의 씨앗과 망아지, 송아지를 선물했다. 삼신인은 연못 앞 동굴에서 신방을 차렸다. 입구는 하나인데 세 개의 아기 동굴이 딸려 있다. 해안가 선녀탕에서 목욕재개한 삼공주는 연못에서 정안수를 떠놓고 기다리는 삼신인과 혼인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결혼 아닐까? 수렵생활을 하던 탐라국이 벽랑국 삼공주 덕분에 농경을 시작했다. 바닷가에서 바라본 온평리 해안가는 여자의 음부를 닮았다한다. 삼공주를 실은 궤짝이 이곳에 도착할 때 황금빛 노을이 ..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일정 중 방문한 '그랜드 모스크'는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이슬람 사원이다. 축구장 5배 크기로 4만여명이 한꺼번에 예배를 볼 수 있다. 박대통령은 그랜드 모스크에 마련된 현 카라파 대통령의 선친인 쉐이크 자이드 빈 나흐얀 전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한 박대통령은 무슬림 여성들의 전통의상인 샤일라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무슬림 전통의상을 착용한 한국의 여성 대통령 모습이 신기했는지, 각종 매체들은 분홍색 원피스에 하얀 샤일라를 착용한 대통령의 모습을 타전했다. 하지만,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하는 외국인 여성들은 모두 샤일라 같은 무슬림 복장을 해야 관람을 할 수 있다. 복장을 준비하지 못한 관광객들은 입구에서 대..
헬스게이트 협곡 입구 케냐 남서부 헬스게이트(Hell's Gate) 국립공원은 이름에 걸맞지 않는 초식동물의 천국이다. 때문에 굳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기린, 얼룩말, 가젤 등 초원에 사는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제법 쾌적한 날씨를 자랑하는 케냐이지만 아프라카의 태양은 동물들도 꺼려한다. 한낮 더위를 피해 동물들이 나무 그늘로 피하기 전 사파리를 시작해야 제대로된 사파리를 즐길 수 있다. 물고기 탑 게이트 입구를 지나면 물고기탑(Fisher's Tower)이라 불리는 용암탑이 우뚝 솟아있다. 이름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이곳에는 물이 있었고, 물고기도 살았다고 한다. 초원에 갑자기 솟구친 기암절벽들을 보면 아프리카 지각 변동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물고기탑에는 정상..
경복궁 수문장 임명식. 흥례문 뒷편으로 보이는 지붕이 경회루이다. 외국 사신을 접견하기위해 조선 태종12년에 지은 경회루(慶會樓) 내부 특별관림이 10월 31일까지 개방된다. 경복궁 내 서쪽에 자리잡은 경회루에서 바라보는 한양 풍경은 으뜸이었다. 노비 출신 공조판서 박자청이라는 사람이 경복궁 서쪽 땅의 습한 기운이 걱정된다며 경회루를 에워싸고 못을 팠다. 연못 위에 섬처럼 떠 있는 경회루는 사시사철 빼어난 운치가 흘러나온다. 모습이 아름답지만 경회루에 얽힌 역사적 사연은 슬프다.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옥새를 넘겨준 현장이 경회루다. 어린 왕을 겁박하는 수양대군에 대한 분을 참지 못하고 사육신의 한 사람인 박팽년은 연못에 몸을 던지려했다. 하지만 성삼문이 훗날 일을 도모하자며 그를 말렸다. 연산군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