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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경향신문 기획 '김호기, 박인휘 DMZ 평화기행'을 취재를 위해 두 교수님과 함께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먼 길인데다가 휴가절 피서객 차량행렬로 취재차는 속력을 내지 못했다. 왕복 일곱시간이 넘는 지루한 이동시간은 다행히 두 교수님 때문에 즐거웠다. 끊이지 않는 두 교수님의 대화 내용이 흥미진진했기 때문. 마치 라디오 토크쇼를 들으면서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두 교수님의 만담은 영화이야기로 이어졌다. "설국열차 재밌다던데요, 봉준호 감독이 제 후배예요." 연세대학교 김호기 사회학교수님이 봉감독의 대학시절을 회상했다. 봉감독은 대학시절 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투입해 탄생한 괴물 이야기를 만들것이라고 했단다. 그때는 그냥 하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정말 만들 줄은 몰랐다는 것. 김교수님은 유명세를 ..
갑판원 차콜(베트남) 대원이 소형 보트를 타고 먼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레인보우 워리어3호는 다섯개의 돛을 펼치고 남해 해상을 항해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대원들이 레인보우 워리어3호를 타고 지난 7월 5일 인천항을 통해 입국했다. 7일 인천항을 출발해 10일 부산항에 도착하는 레인보우 워리어3호의 항해 여정에 편승했다. 선장 펩(스페인, 왼쪽)과 이등 항해사 페르난도가 남해상에서 배의 진행방향을 살피고 있다. 목각 돌고래는 레인보우 워리어2호에서 가져온 것. “지구가 병들어 죽어가는 날이 온다. 이때 지구를 구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을지니... 이들은 무지게 전사(Rainbow Warrior)라 불릴 것이다.” 1971년 그린피스의 첫 대원들은 미국 핵실험을 반대하기 위..
광화문 2013.7.2. 긴 마른장마가 끝나고 한 주시 시작되는 월요일(2일) 출근시간부터 많은 비가 쏟아졌다. 멋쟁이 여성들이 형형색색의 장화를 신고 출근하고 있다. 장화를 신은 그녀들의 발걸음은 경쾌하다. 물이 고인 곳도 첨벙첨벙, 그녀들의 발걸음은 거침없다. 장대비를 표현하는 고전적인 소재를 벗어나 그녀들의 발걸음 리듬에 맞춰 셔터를 눌렀다. 광화문 2013.7.2. 지난 주, 아내도 장화를 사달라 졸랐다. 비 오는 날 며칠이나 되냐며 고개를 꺄우뚱거리자 요즘 장화는 겨울에도 신는단다. 마트표 장화를 추천하자 얼굴이 이그러진다. 천연고무로 만든 장화를 신어야 건강에 좋다나... 브랜드 장화를 원하는 아내와 타협에 들어갔다. 코앞인 아내의 생일 선물로 장화를 사는 것으로 협상은 타결됐다. 광화문 20..
6월 20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항 인근 가두리 양식장에서 제돌이가 야생적응훈련을 받고 있다. 불법 포획돼 돌고래쇼에 이용됐던 남방큰돌고래 다섯 마리의 모습을 최근 살펴봤다. 4년전 불법포획된 후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는 지난 5월 제주도 성산항 가두리 양식장으로 옮겨져 바다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3000만원이 넘는 제돌이 수송 비용은 시민단체들의 모금으로 마련됐다. 어류가 아닌 포유류인 돌고래라서 이송 작업에 수족관이 필요없었지만, 예민한 돌고래의 안전한 수송작업을 위해 안정제를 투입, 무진동 트럭과 항공을 이용해 제돌이는 제주도에 도착했다. 마취제를 투입할 경우 돌고래는 쇼크사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이송작업이었다. 제돌이를 돌보던 서울대공원 사육사가 가두리 인근으로 다가가자 제돌이가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쪽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2008년. 때이른 더위에, 때이른 장마가 찾아 온다. 큰 맘 먹고 부모님에게 에어컨을 설치해드렸다. 바람만 나오면 된다며 싼 거 보내라던 부모님이 디자인이 예쁘다며 박수를 친다. 내가 생각해도 좀 과한 에어컨이다. 복잡한 작동법은 내가 봐도 모르겠다. 요즘 에어컨 리모컨 버튼이 너무 많다. 서울역. 2012년. 부모님 집에 에어컨이 도착한 날, 우리집 에어컨에 전원 버튼을 눌렀다. 작동이 되지 않는다. 실외기가 먹통이다. 지난 겨울, 까치 한 쌍이 나뭇가지들을 부지런히 에어컨 실외기 쪽으로 나르더니 둥지를 틀었다. 까치를 보며 좋은 소식을 가져다줄거라며 아내와 기뻐했다. 그런데 좋은 소식은 커녕, 녀석들이 실외기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후로 에어컨..
사진 만큼 대중적인 이미지가 또 어딨을까? 입과 귀의 기능을 무한 확장시킨 전화기는 이제 시각적인 기능까지 겸비했다. 요즘의 스마트한 휴대폰은 DSLR만큼은 아니지만 자동카메라에 견줄만큼 훌륭한 사진을 생산할 수 있다. 국내 유명 사진작가도 모 휴대폰 회사의 지원 아래 스마트폰 사진전시회를 진행했을 정도다. 스마트폰 사진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사진을 하나의 작품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DSLR을 들고 다닌다. 피사체와의 거리에 따라 랜즈를 호환해가며 다양한 효과를 주며 사진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 사진 취미에 빠진 사람들은 조금씩 더 많은 돈을 투자하며 좀더 밝은 랜즈, 좀더 넓은 화각, 혹은 망원 기능을 갖춘 랜즈를 손에 넣고 랜즈의 표현력에 감탄한다. 사진은 장비에 따라 작품의 질이 높아졌다고 믿는..
손녀의 손을 잡고 한 할아버지가 임진각 옥상 전망대에 오른다. 동전을 넣은 망원경을 손녀에게 건네며 북한 개성 송악산 방향으로 손을 가리킨다. 황해도 옹진군에서 피난 온 김기웅(인천, 72) 할아버지는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모르는 7살 손녀에게 자신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키가 장군처럼 컸어. 뱃사람들이 잡아온 물고기를 내다 팔았지. 맘씨도 좋아서 돈 없는 사람들에게도 물고기를 나누어 주었어. 시온이도 마음씨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어디 있냐며 머리를 긁적이던 손녀는 경의선 열차가 지나가자 박수를 친다. “저거 타고 할아버지 옛날 집 가면 되지?” 경의선 열차가 임진강 자유의 다리를 건넌다.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으로 북측에 있던 국군 포로 127..
어버이 날을 하루 앞둔 7일 이산가족 200여명이 경의선을 타고 도라산과 임진각을 방문했다. 서울역에서 기차에 오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슬픈 표정이 통신사 사진을 통해 흘러나왔다. 실향민들의 애달픈 표정을 보니 3년전 취재했던 제18차 이산가족 상봉이 떠올랐다. 제18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10년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두차례 금강산에서 열렸다. 다음 일정을 기약하지 못했기에 3년전의 이산가족 상봉은 현재까지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으로 기록됐다. 떠나는 순간이 가장 가장 애절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날인 5일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남측 왕소군씨(84·오른쪽)가 북측 여동생들과 눈물의 이별을 하고 있다. 3박 4일 동안 금강산 호텔에 체류하며 행사를 진행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