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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쪽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2008년. 때이른 더위에, 때이른 장마가 찾아 온다. 큰 맘 먹고 부모님에게 에어컨을 설치해드렸다. 바람만 나오면 된다며 싼 거 보내라던 부모님이 디자인이 예쁘다며 박수를 친다. 내가 생각해도 좀 과한 에어컨이다. 복잡한 작동법은 내가 봐도 모르겠다. 요즘 에어컨 리모컨 버튼이 너무 많다. 서울역. 2012년. 부모님 집에 에어컨이 도착한 날, 우리집 에어컨에 전원 버튼을 눌렀다. 작동이 되지 않는다. 실외기가 먹통이다. 지난 겨울, 까치 한 쌍이 나뭇가지들을 부지런히 에어컨 실외기 쪽으로 나르더니 둥지를 틀었다. 까치를 보며 좋은 소식을 가져다줄거라며 아내와 기뻐했다. 그런데 좋은 소식은 커녕, 녀석들이 실외기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후로 에어컨..
사진 만큼 대중적인 이미지가 또 어딨을까? 입과 귀의 기능을 무한 확장시킨 전화기는 이제 시각적인 기능까지 겸비했다. 요즘의 스마트한 휴대폰은 DSLR만큼은 아니지만 자동카메라에 견줄만큼 훌륭한 사진을 생산할 수 있다. 국내 유명 사진작가도 모 휴대폰 회사의 지원 아래 스마트폰 사진전시회를 진행했을 정도다. 스마트폰 사진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사진을 하나의 작품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DSLR을 들고 다닌다. 피사체와의 거리에 따라 랜즈를 호환해가며 다양한 효과를 주며 사진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 사진 취미에 빠진 사람들은 조금씩 더 많은 돈을 투자하며 좀더 밝은 랜즈, 좀더 넓은 화각, 혹은 망원 기능을 갖춘 랜즈를 손에 넣고 랜즈의 표현력에 감탄한다. 사진은 장비에 따라 작품의 질이 높아졌다고 믿는..
손녀의 손을 잡고 한 할아버지가 임진각 옥상 전망대에 오른다. 동전을 넣은 망원경을 손녀에게 건네며 북한 개성 송악산 방향으로 손을 가리킨다. 황해도 옹진군에서 피난 온 김기웅(인천, 72) 할아버지는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모르는 7살 손녀에게 자신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키가 장군처럼 컸어. 뱃사람들이 잡아온 물고기를 내다 팔았지. 맘씨도 좋아서 돈 없는 사람들에게도 물고기를 나누어 주었어. 시온이도 마음씨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어디 있냐며 머리를 긁적이던 손녀는 경의선 열차가 지나가자 박수를 친다. “저거 타고 할아버지 옛날 집 가면 되지?” 경의선 열차가 임진강 자유의 다리를 건넌다.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으로 북측에 있던 국군 포로 127..
어버이 날을 하루 앞둔 7일 이산가족 200여명이 경의선을 타고 도라산과 임진각을 방문했다. 서울역에서 기차에 오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슬픈 표정이 통신사 사진을 통해 흘러나왔다. 실향민들의 애달픈 표정을 보니 3년전 취재했던 제18차 이산가족 상봉이 떠올랐다. 제18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10년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두차례 금강산에서 열렸다. 다음 일정을 기약하지 못했기에 3년전의 이산가족 상봉은 현재까지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으로 기록됐다. 떠나는 순간이 가장 가장 애절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날인 5일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남측 왕소군씨(84·오른쪽)가 북측 여동생들과 눈물의 이별을 하고 있다. 3박 4일 동안 금강산 호텔에 체류하며 행사를 진행하던..
공동경비구역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조선인민군 군인들이 남측의 취재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분계선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판문점 취재는 한미연합사의 허가를 받아 연합사 통제하에 진행된다. 남북한 관계가 날로 경색되고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 입경을 불허하고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 내 외국공관의 철수까지 권고한 상황이다. 북한 뉴스는 통일부, 청와대, 외신 등의 루트로 팩트를 잡아낸다. 종합일간지 사진기자들은 북한 뉴스가 커지면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전망대와 남북출입사무소로 달려가 특이 동향을 포착한다. 내국인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오두산전망대는 당국의 허가 절차 없이 초망원랜즈로 북한 개풍군 마을의 움직임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민간인통제구역안에 자리한 남북출입사무소는 통일부와 담당 ..
3월 말부터 시작된 봄꽃 축제는 4월이면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열린다. 2013년 벚꽃축제 장소와 시기는 다음과 같다. 제주 왕벚꽃축제 (3.29 - 3.31) - 제주도 제주종합경기자 일대 서사리 문화거리축제 (3.30 - 3.31) - 제주도 전농로 벚꽃거리 한림공원 왕벚꽃 축제 (4.6 - 4.21) - 제주도 한림공원 진해군항체 벚꽃축제 (4.1 - 4.10) - 중원로타리 일대 화개장터 십리벚꽃길 작은음악회 (4.6 - 4.7) - 화개장터 일대 모악산 벚꽃 잔이 (4.19 - 4.21) - 전북 김제 모악산 주차장 일대 지산유원지 벚꽃축제 (4.5 - 4.14) - 광주 북구 지산유원지 경포벚꽃잔이 (4.10 - 4.16) - 강원도 강릉시 경포대 일대 순성 매화벚꽃축제 (4.6 - 4.7) ..
《사람을 보다, 시대를 읽다》 제49회 한국보도사진전이 오는 4월 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에서 열린다. 한국보도사진전은 지난 한 해 동안 뉴스의 현장을 지키는 사진기자들이 찍었던 수많은 컷 중 엄선된 사진들이 전시된다. 한국보도사진전을 관람한다는 것은 지난 2012년 한 해동안 이 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될 수 있다. 보도사진전에 꼭 큰 뉴스를 다룬 사진만 전시된 것은 아니다. 뉴스성 보다는 사진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피처 부문도 보도사진의 한 분야다. 가령 독자들에게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스케치 사진은 피처성향이 강하다. 또, 요즘은 사진기자들이 어떤 한 주제를 기획해 장시간 취재하는 스토리 사진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경향신문의 경우 격주로 토요일판에 ..
남도에 봄이 왔다.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에 매화가 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알리는 행사도 이곳 섬진마을에서 열린다. 23일부터 31일까지 9일 동안 '섬진강, 광양 매화, 그윽한 향기 속으로'라는 주제로 열린다나. 매화축제가 열리는 기간, 섬진마을은 관광객들의 차량 행렬이 줄을 잇는다. 봄 진경을 만끽하러 갔다가 교통체증 때문에 짜증날 수도 있다. 올해는 전남 광양의 섬진마을과 하동의 만지마을을 잇는 임시 인도교가 설치돼 교통이 다소 수월할거라한다. 축제 기간을 피해 전후로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섬진마을과 가까운 구례군은 29일부터 31일까지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구례군 산동면 일대는 산수유 최대의 군락지다. 올 축제는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라는 좀 생뚱맞은 주제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