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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천연기념물 제331호이자 멸종위기 2급 잔점박이 물범이 오지리 앞바다에서 카메라를 경계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오지리 지윤근 이장은 물범 아홉 마리가 모래톱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2010.7. 숲에 이슬을 더해주는 바다. 이름도 아름다운 가로림만(加露林灣)은 충청남도 서천시 대산읍 오지리와 태안군 이원면 내리를 사이에 두고 잘록하게 들어간 호리병 모양의 바다다. 전체 해안선 길이 162km, 연안 면적 1만5985ha의 호리병 바다는 산란기 어류들의 아늑한 보금자리를 제공하며 천혜의 황금어장을 형성한다. 15개 어항 1987가구 4946명의 어민들이 가로림만에 기대 산다. 밀물 때 8000ha의 광활한 갯벌을 드러내는 가로림만의 입구는 불과 2.5킬로미터. 병목 현상으..
백범 명상길 겨울 산사는 고요했다. 충남 공주 태화산 자락을 흐르는 마곡천은 천년고찰 마곡사를 휘감아 돌고 있다. 마곡사의 관문 해탈문과 천왕문을 지나 극락교를 건너면 대광보전(보물 제802호) 옆에 작은 법당이 있다. 백범 김구(1879-1949) 선생님이 은거했던 백범당이다. 백범당 1896년 청년이었던 백범 김구 선생님은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나루에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해 인천형무소에서 투옥됐다. 이후 탈옥에 성공한 선생님은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으로 마곡사에 잠시 은거했다. 1898년 마곡사를 떠나 근 50여년만에 마곡사에 돌아온 김구 선생님은 백범당 옆에 향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나는 이 서방과 같이 마곡사를 향하여 계룡산을 떠났다. 마곡사 앞 고개에 올라선 때는..
대형 복합상영관 공세에 밀려 문을 닫았던 단설극장이 실버극장으로 재개관했다. 인천을 대표하던 미림극장이 문을 닫은 것은 2004년 7월. 사회적기업협의회 인천지부가 9년 동안 방치됐던 극장을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동구의 지역 특성을 살려 지난 10월2일 노인 전용극장인 ‘추억극장 미림’으로 만들어 문을 다시 열었다.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극장입니다.” 극장 운영 대부분을 노인들이 맡아서 한다는 극장 이사의 설명처럼, 매표소 입구에서 비교적 젊은 노인들이 노란 조끼를 입고 노인 관객들을 맞이한다. 치아가 신통찮아 팝콘 먹기가 힘든 동년배들의 불편을 아는지, 할머니 직원들은 관람객 주전부리로 6개에 1000원 하는 풀빵도 만들어 판다. 영화 관람료는 55세 이상 2000원. 하루 1만원 이..
떠나요 둘이서 모든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밤 그 별빛아래 이제는 더이상 얽매이긴 우린 싫어요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달 볼 수있는 창문이 좋아요 낑깡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들이 가꿔봐요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 하늘 아래로 - 제주도 푸른밤 최성원 떠나요 둘이서 힘들게 별로 없어요 제주도 푸른밤 그 별아래 그동안 우리는 오랫동안 지쳤잖아요 술집에 카페에 많은 사람에 도시의 침묵보다는 바다의 속삭임이 좋아요 신혼부부 밀려와 똑같은 사진찍기 구경하며 정말로 그대가 재미없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르매가 살고 있는곳 - 제주도 푸른밤 최성원 푸르매는 소녀였다. 2013. 10. 제주도 월정리
하늘 아래, 구름 위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망경대산 싸리재에서 모운동 마을 주위로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구름처럼 모여든다'라는 말뜻이 무언지 실감한다. 구름이 쉬어가는 첩첩산중에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인생 막장에야 찾아온다는 탄광은 가방끈도 짧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 필부들에게 가장 노릇할 수 있는 좋은 직장이었다. 두손 두발만 있으면 돈을 캐낸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해발 1000미터가 넘는 망경대산 7부능선 산꼬라데이(산골짜기)를 넘어왔다.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주문2리 옛 탄광촌 모운동마을이다. 동화속 주인공같다는 마을 이장의 농담에 할머니들이 웃고 있다. 탄광촌 50여년의 흥망성쇠를 지켜온 광부의 아내들이다. “여기 시집온 색시들은 첫날밤에 네 번 놀래요.” 2살 때 광부..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에 심은 기장밭에서 열매를 먹던 참새들이 인기척에 놀라 날아가고 있다. 2013.8.20.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앞에서 무리를 짓던 참새 두 마리가 공중에서 충돌하고 있다. 이 식당 주인은 참새들을 위해 먹이를 준다. 2008년. 까치밥이 아니라 참새밥이다. 참새 한마리가 잘 익은 감을 먹고 있다. 2006년 11월 시청 옛 청사 앞마당. 텃새인 참새은 겨울에도 흔히 볼 수 있다. 제 집 월동준비를 하는지, 그냥 장난치는지 알 수 없지만 자기 몸보다 긴 가지를 옮기는 참새. 2012년 11월 정동. 경 경기도 파주. 2010년 10월.
아파트 창문 너머로 형형색색의 부산 태극도 마을이 보인다. 아파트 창문틀을 또다른 프레임으로 이용해 액자에 담긴 그림과 같은 효과를 노렸다. 2012.7. 지난해, 집사람 친구로부터 신문을 구독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여섯 살 유치원생을 키우는 엄마인데, 유치원에서 신문 사진을 활용한 숙제를 내주었다는 것. 신문 사진을 보기엔 좀 어린 나이가 아닌가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유치원생이 봐도 큰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 사진은 보기에 쉬우니까. 광고사진은 제품 하나의 이미지를 극대화해서 표현한다. 어떤 하나의 사건이나 상황을 극대화시켜 표현한다는 점에서 신문사진과 비슷한 맥락이다. 신문사진은 단 1초 만에 그 사진이 어떤 의미인지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해야한다. 애매한 오브제들을 생략하고 명..
북극곰이 얼린 물고기와 닭고기를 먹고 있다. 최장기 장마가 끝나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다. 아지랑이 피는 아스팔트, 인산인해를 이루는 해수욕장과 수영장 등 폭염 사진이 신문을 장식한다. 때로는 더위에 지친 동물들의 표정도 종종 등장한다. 동물 사진은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표정과 달리 초상권이 없다는 점에서 취재가 편하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동물들의 얼굴 방향은 주로 먹이를 통해 유도한다. 폭염때문인지, 야생성을 잃어서인지 백수의 왕 사자는 무료한 표정이다. 동물원 사파리에 사진기자들이 모였다. 동물원측에서 동물들의 여름나기 보도자료를 배포했기 때문. 익숙한 소재도 있었지만, 기린 여름 특식과 코뿔소 머드팩은 참신한 소재였다. 30대가 대부분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