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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하늘 아래, 구름 위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망경대산 싸리재에서 모운동 마을 주위로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구름처럼 모여든다'라는 말뜻이 무언지 실감한다. 구름이 쉬어가는 첩첩산중에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인생 막장에야 찾아온다는 탄광은 가방끈도 짧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 필부들에게 가장 노릇할 수 있는 좋은 직장이었다. 두손 두발만 있으면 돈을 캐낸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해발 1000미터가 넘는 망경대산 7부능선 산꼬라데이(산골짜기)를 넘어왔다.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주문2리 옛 탄광촌 모운동마을이다. 동화속 주인공같다는 마을 이장의 농담에 할머니들이 웃고 있다. 탄광촌 50여년의 흥망성쇠를 지켜온 광부의 아내들이다. “여기 시집온 색시들은 첫날밤에 네 번 놀래요.” 2살 때 광부..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에 심은 기장밭에서 열매를 먹던 참새들이 인기척에 놀라 날아가고 있다. 2013.8.20.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앞에서 무리를 짓던 참새 두 마리가 공중에서 충돌하고 있다. 이 식당 주인은 참새들을 위해 먹이를 준다. 2008년. 까치밥이 아니라 참새밥이다. 참새 한마리가 잘 익은 감을 먹고 있다. 2006년 11월 시청 옛 청사 앞마당. 텃새인 참새은 겨울에도 흔히 볼 수 있다. 제 집 월동준비를 하는지, 그냥 장난치는지 알 수 없지만 자기 몸보다 긴 가지를 옮기는 참새. 2012년 11월 정동. 경 경기도 파주. 2010년 10월.
아파트 창문 너머로 형형색색의 부산 태극도 마을이 보인다. 아파트 창문틀을 또다른 프레임으로 이용해 액자에 담긴 그림과 같은 효과를 노렸다. 2012.7. 지난해, 집사람 친구로부터 신문을 구독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여섯 살 유치원생을 키우는 엄마인데, 유치원에서 신문 사진을 활용한 숙제를 내주었다는 것. 신문 사진을 보기엔 좀 어린 나이가 아닌가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유치원생이 봐도 큰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 사진은 보기에 쉬우니까. 광고사진은 제품 하나의 이미지를 극대화해서 표현한다. 어떤 하나의 사건이나 상황을 극대화시켜 표현한다는 점에서 신문사진과 비슷한 맥락이다. 신문사진은 단 1초 만에 그 사진이 어떤 의미인지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해야한다. 애매한 오브제들을 생략하고 명..
북극곰이 얼린 물고기와 닭고기를 먹고 있다. 최장기 장마가 끝나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다. 아지랑이 피는 아스팔트, 인산인해를 이루는 해수욕장과 수영장 등 폭염 사진이 신문을 장식한다. 때로는 더위에 지친 동물들의 표정도 종종 등장한다. 동물 사진은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표정과 달리 초상권이 없다는 점에서 취재가 편하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동물들의 얼굴 방향은 주로 먹이를 통해 유도한다. 폭염때문인지, 야생성을 잃어서인지 백수의 왕 사자는 무료한 표정이다. 동물원 사파리에 사진기자들이 모였다. 동물원측에서 동물들의 여름나기 보도자료를 배포했기 때문. 익숙한 소재도 있었지만, 기린 여름 특식과 코뿔소 머드팩은 참신한 소재였다. 30대가 대부분인 ..
경향신문 기획 '김호기, 박인휘 DMZ 평화기행'을 취재를 위해 두 교수님과 함께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먼 길인데다가 휴가절 피서객 차량행렬로 취재차는 속력을 내지 못했다. 왕복 일곱시간이 넘는 지루한 이동시간은 다행히 두 교수님 때문에 즐거웠다. 끊이지 않는 두 교수님의 대화 내용이 흥미진진했기 때문. 마치 라디오 토크쇼를 들으면서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두 교수님의 만담은 영화이야기로 이어졌다. "설국열차 재밌다던데요, 봉준호 감독이 제 후배예요." 연세대학교 김호기 사회학교수님이 봉감독의 대학시절을 회상했다. 봉감독은 대학시절 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투입해 탄생한 괴물 이야기를 만들것이라고 했단다. 그때는 그냥 하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정말 만들 줄은 몰랐다는 것. 김교수님은 유명세를 ..
갑판원 차콜(베트남) 대원이 소형 보트를 타고 먼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레인보우 워리어3호는 다섯개의 돛을 펼치고 남해 해상을 항해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대원들이 레인보우 워리어3호를 타고 지난 7월 5일 인천항을 통해 입국했다. 7일 인천항을 출발해 10일 부산항에 도착하는 레인보우 워리어3호의 항해 여정에 편승했다. 선장 펩(스페인, 왼쪽)과 이등 항해사 페르난도가 남해상에서 배의 진행방향을 살피고 있다. 목각 돌고래는 레인보우 워리어2호에서 가져온 것. “지구가 병들어 죽어가는 날이 온다. 이때 지구를 구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을지니... 이들은 무지게 전사(Rainbow Warrior)라 불릴 것이다.” 1971년 그린피스의 첫 대원들은 미국 핵실험을 반대하기 위..
광화문 2013.7.2. 긴 마른장마가 끝나고 한 주시 시작되는 월요일(2일) 출근시간부터 많은 비가 쏟아졌다. 멋쟁이 여성들이 형형색색의 장화를 신고 출근하고 있다. 장화를 신은 그녀들의 발걸음은 경쾌하다. 물이 고인 곳도 첨벙첨벙, 그녀들의 발걸음은 거침없다. 장대비를 표현하는 고전적인 소재를 벗어나 그녀들의 발걸음 리듬에 맞춰 셔터를 눌렀다. 광화문 2013.7.2. 지난 주, 아내도 장화를 사달라 졸랐다. 비 오는 날 며칠이나 되냐며 고개를 꺄우뚱거리자 요즘 장화는 겨울에도 신는단다. 마트표 장화를 추천하자 얼굴이 이그러진다. 천연고무로 만든 장화를 신어야 건강에 좋다나... 브랜드 장화를 원하는 아내와 타협에 들어갔다. 코앞인 아내의 생일 선물로 장화를 사는 것으로 협상은 타결됐다. 광화문 20..
6월 20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항 인근 가두리 양식장에서 제돌이가 야생적응훈련을 받고 있다. 불법 포획돼 돌고래쇼에 이용됐던 남방큰돌고래 다섯 마리의 모습을 최근 살펴봤다. 4년전 불법포획된 후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는 지난 5월 제주도 성산항 가두리 양식장으로 옮겨져 바다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3000만원이 넘는 제돌이 수송 비용은 시민단체들의 모금으로 마련됐다. 어류가 아닌 포유류인 돌고래라서 이송 작업에 수족관이 필요없었지만, 예민한 돌고래의 안전한 수송작업을 위해 안정제를 투입, 무진동 트럭과 항공을 이용해 제돌이는 제주도에 도착했다. 마취제를 투입할 경우 돌고래는 쇼크사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이송작업이었다. 제돌이를 돌보던 서울대공원 사육사가 가두리 인근으로 다가가자 제돌이가 ..